서(序)
어느 날
지구가 망했다.
이 고루하고 저차원적인 표현은
잔인한 적확함으로 닿았다.
개별적이었던 죽음은 뭉쳐 하나가 됐다.
사람들은 잠을 자다가 죽거나, 밥을 먹다가 죽거나, 길을 걷다가 죽었다.
그것은 하나의 일상이었다.
죽음은 삶의 방편(方便).
사람들은 죽음으로 비로소 삶을 완성시켰다.
적극적으로 삶을 모색하지만 하나의 죽음으로 귀결되어갔다.
어느 날,
지구가 망했다.
인간은
죽고, 다시 깨어났다.
죽음에서 깨어난 자들은 산자의 절망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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