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해진 강가. 해가 저물고 어둠의 장막이 깔린 강물은 휘감던 은빛을 버리고 그토록 오매불망 바라보던 하늘과 같은 색이 되었습니다. 밑도 끝도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는 어둠. 그렇게 뚫어져라 대교 아래를 내려다보다 문뜩 예전에 TV에서 보았던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서울에서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들에게 있어 선택지 중에 하나가 되어버린 한강. 이 한강에 사람이 뛰어내렸을 때부터 그들이 바라는 바처럼 죽는 순간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3분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평균적으로 구조대가 출발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약 10분 남짓.
사실 그 프로그램을 보고나서 저도 한 번 이 철교 다리 위에서 어둠의 아가리를 벌린 강물 아래로 뛰어내려본 적이 있습니다. 제가 뛰어내려 물에 빠지기가 무섭게 구조대 보트가 총알처럼 달려오더군요. 그래도 3분 이상은 초과한 것 같았지만 다행이면서도 유감스럽게도 전 무사히 건져져서 이 자리에 서있습니다.
3분.
이 비좁은 땅덩어리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생과 사를 다툴 급박한 시간이지만 제게 있어 이 3분은 그 정도의 의미로는 다가오지 못 하는 모양입니다.
저는 이 삶이 지겹습니다. 끝내고 싶어 몇 번이고 한강 다리 위로 뛰어내리다보니, 이제는 구조하시는 분들이 “또 너냐.”라는 표정으로 바라보기도 합니다. 매번 일거리도 많은데 번거롭게 해드리는 것 같아 오늘 밤만큼은 철교 위로 올라가지 않고 그저 몸을 기댈 뿐입니다. 어차피 빠져봤자 3분이 지나건 10분이 지나건 질기게 살아있는 목숨이니까요.
네, 저는 자살 희망자입니다.
문제는 언제나 자살은 희망 사항일 뿐,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왜냐하면 저는…… 뱀파이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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