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산드라 만큼은 큰맘 먹고 무기를 구입해 주었다. 그것도 800 골드나 들여서 무려 C+급의 정령술사용 지휘봉을 구입 한 것이다.
저녁에 있을 황제와의 접견을 위해 일부러 감정평가사의 고유스킬 ‘감정’을 사용하지 않고 그냥 일반 감정스킬을 사용하여 살펴본 바에 따르면 고유 정령 3개를 지팡이에 봉인 할
수도 있다고 하고 마나 증폭20%에 정령술의 바로미터라는 정령친화력 까지도 20% 증폭 시켜준다고 한다. 보통 일반 정령술사들이 사용하는 무기들의 정령친화력 증폭이 10% 라고
하니까 상당히 좋은 물건이었다.
하이드 : 사실 전부터 카산드라 너에게 괜찮은 것 선물해주고 싶었어. 네가 백두산으로 캐릭을 신청했던 것은 분명 다른 사람들을 위한 희생이었잖아. 미안해 진작 못 챙겨줘서.
카산드라 : 훌쩍. 아아앙~
카산드라가 운다. 항상 밝은 아이였는데 어느새 내 주위에서 떠나지 않는 위성과 같이 항상 내 주위를 뱅글뱅글 돌면서 나를 챙겨주는 고맙고 사랑스러운 동생이다. 정령술사로 전직을
쉽게 할 수 있는 다른 도시를 선택하지 않고 백두산에서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캐릭을 생성하고 그 후에도 계속 별다른 불만을 표출하지도 않고 묵묵히 혼자서 얼마나 설움을 삭였을까
생각하니 나도 조금 마음이 아파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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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 링고. 오늘 카산드라가 쓰러졌을 때 나는 정말로 두려웠어.
링고 : 히히 나도 놀랐는데. 형도 그랬구나.
링고에게 사람의 감성을 요구하는 것은 역시 아직은 무리인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링고가 이야기를 알아듣는 것과는 상관없이 나 자신에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하이드 : 몇 년 전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조금 방황을 했었지. 뭐 그리 오래가지는 않았어. 태호 형이 항상 나를 지켜주었으니까. 태호 형과 함께 전업게이머가 된 이후에 처음에는
뭐가 뭔지 몰랐어. 그냥 형이랑 이리저리 몰려다니면서 여러 사람과 싸우고 다투는 것이 일과였으니까.
한때 초기에 접했던 게임에서는 P.K도 스스럼없이 하고 다녔었다. 그 때에는 오직 돈이 목적이었다. 물론 지금도 돈이 목적이기는 마찬가지지만. 하지만 분명 그 때와는 다른 점이
있다는 것을 나는 오늘 절실히 깨달았다. 내가 변해 있다는 것을.
링고는 말없이 그냥 나를 쳐다보며 가끔 하늘을 바라봤다. 나는 링고의 반응과 상관없이 하던 이야기를 계속 이어갔다. 어차피 내가 나 자신에게 들려주는 독백일 뿐이었다.
하이드 : 그러다가 여러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을 배울 수 있었어. 사회에서는 형과 단 둘이 살아가는 약자에 소외된 존재였지만 게임에서는 그렇지 않았거든. 차츰 여러 사람과의
관계 속에 다른 사람들과 살아가는 방법도 배웠고, 그리고 언젠가 카산드라를 만났지.
나의 기억 속 카산드라는 항상 밝은 아이였다. 조금은 반사회적이었던 나와는 달리 항상 다른 사람들을 먼저 걱정했고, 다른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나를 대신해서 다른
사람과의 오해를 풀어주기도 했었다. 그리고 항상 나를 좋아한다며 따라다니는 아이.
하이드 : 그런데 나는 카산드라에게 그리 잘 해주지는 못했던 것 같아. 처음에는 차갑게 대했어. 그 때에는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몰랐거든. 그리고 나도 차츰
안정을 찾게 되었을 때에는 어느 사이엔가 카산드라와는 남매같이 되어버려 있었지. 가끔 카산드라가 나를 좋아한다고 말할 때가 있었거든? 그런데 나는 정작 그 때에는 별 생각이 들지
않았어. 소중한 여동생이 ‘커서 오빠랑 결혼할거야.’ 이런 것 같았거든.
링고는 이제 아예 배를 하늘을 향해 드러내놓고 바닥에 등을 긁어대고 있었다. 나는 링고를 붙잡아서 나의 무릎에 앉히고 손가락으로 등을 긁어주었다. 그러자 링고는 기분 좋은
그르렁 거리는 소리를 내며 잠이 들었다. 오늘 이리저리 활약하느라 피곤하기도 했을 것 이었다.
하이드 : 그리고 그녀를 만났어. 처음에는 그저 아름다운 여인을 보는 것이 너무나 신기했어. 정말 인간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여신처럼 보였거든. 그리고 그녀를 차츰 알아갈수록
신기했지.
그녀는 사회에 처음 발을 내딛던 때의 나와 비슷했다. 나는 다른 사람에게 다가가는 법을 몰라서 이야기를 잘 하지 못했는데. 그녀도 마찬가지였다. 굉장히 부끄럼을 타고 이제는
상당히 친해졌다 싶은데도 그녀는 아직도 모두에게 미스테리였다. 그녀는 아무에게도 연락처를 알려주지 않았고, 또 그녀가 누구에게 먼저 다가가서 인사하거나 무엇인가를 요구하는 일도
없었다. 단지 자꾸 나를 따라 다니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을 뿐 이었다.
하이드 : 그런데 말야. 난 아직도 그녀를 잘 모르겠어. 상당히 친해졌다 생각했거든. 그런데 오늘 갑자기 사라져 버렸어.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않고 홀연히 말이야. 정말 그녀는
다시 돌아올까? 혹시 무슨 일이라도 생긴 것은 아닐까? 그런데 말야. 나 처음엔 그녀를 좋아한다고 생각했었거든? 그런데 그게 변하더라. 어느 샌가 카산드라와 별다를 것 없이 그저
‘예쁜 여자다.’라는 생각에 신기해서 쳐다보게 되는 그냥 그런 사이로 변해있었던 거야.
그녀를 흠모하고 있었다고 해야 할까? 그러나 어느 때 부터인가 확실하지 않지만 그냥 보통의 남자같이 예쁜 아카디아를 보면 눈길이 가게 되고 또 아름답다고 찬탄하기는 했지만,
처음의 그 아련한 감정은 느껴지지 않았었다.
하이드 : 그런데 정말이지 지금의 나는 아카디아를 보고 싶어 미치겠거든? 나는 다 정리했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엄마가 돌아가시고 난 이후에 더 이상 가족을 잃고 싶지 않았던
거야. 카산드라와 아카디아 모두 이제 너무 자연스럽게 나의 가족이 되어있었던 거라고. 나 너무 엄마가 보고싶었나봐.
그날 밤. 링고는 나의 무릎에 올라와 잠이 들었고, 나는 저 멀리서 들려오는 늑대들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돌아가신 엄마에 대한 생각으로 밤을 지새웠다.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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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읽고 있는 게임소설입니다. 게임 소설은 좋아하고 쓰고 싶은 장르이긴 하지만, 마음만큼 쉬운 장르는 아닙니다. 현실과 가상 현실과의 차이를 느끼고 또 받아들인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죠. 그 어려운 일을 매끄럽게 써 나가시는 작가님의 노력이 보입니다.
제가 읽은 게임소설에서 주인공은 가까운 여자들한테 대부분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이 소설도 비중이 크긴 하지만, 여자들에게 큰 게 아니라 주위에 있는 모든 사람들한테 큰 비중을 차지하곤 하죠. 하지만, 주인공의 심리 상태를 묘사하는 부분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사람은 완벽하지 않습니다. 때문에 실수도 하고, 방황도 하게 되죠. 게임 소설에서 이런 부분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작가님께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게임 소설에서 주인공은 대부분 특별한 직업을 갖게 됩니다. 동물과의 친화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소울 테이머는 작가님이 독자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세상사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추천하고 싶습니다.
ps: 저는 주인이가 좋아요 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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