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한담

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기 승 전 댓글

작성자
Personacon 마니
작성
15.01.17 01:16
조회
1,447

모든 장르 중에서 환타지 장르를 가장 사랑하고 아끼는 저입니다만, 사실 가장 좋아하는 책을 대라고 하면 최명희님의 ‘혼불’입니다.


아직도 혼불을 처음 읽은 순간이 생생합니다.


그때 전 학교 문제로 외갓집에서 살았는데요, 외할아버지께서 서재를 정리하시면서 오래 묵은 신동아 과월호를 버리려고 문밖에다 잔뜩 쌓아놓으셨거든요. 책이라면 없어서 못 읽는 저였으니 몇 년 묵은 정치관련 잡지라도 뭔가 읽을 게 있겠지 하고 한 권 빼냈다가 거기 연재되고 있던 혼불을 읽게 된 겁니다.


“쯧, 꽃니야.” 라는 대사로 시작되는 그 부분을 읽던 기억이 아직도 선연해요.


읽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그 책이 사람을 확 끌어당기는 그런 종류는 확실히 아닙니다. 다음 권을 보고 싶어서 발 동동 구르게 되는 타입도 아니고요. 씹을수록 감칠맛이 난달까.


전 한 번 읽은 책을 일 년 안에 다시 읽는 일이 없었는데 혼불은 달랐어요. 며칠 전에 읽은 대목을 다시 읽어도 똑같은 맛이 나는 겁니다. 정말 환장할 일이었어요. 뭐 이런 글이 다 있나 하는 생각을 했지요.


국어 시간에 배운 ‘천의무봉’이란 말은 바로 이런 글에 쓰는 거로구나 싶었습니다.

생애 처음으로 이 글 쓴 작가를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찾아간다고 해도 염치없는 민폐 팬일 뿐이겠지만 이런 글을 쓰는 분은 대체 어떤 사람인지, 두 눈을 똑바로 마주 보고 말이라도 한 번 섞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했어요.


하지만 전 당시 10대 청소년이었구요, 혼자서 여행하는 걸 절대로 허락하시지 않는 엄한 부모님 밑에서 자라고 있었지요. 그래서 마음속으로 생각했답니다. 나중에 내가 크면, 그래서 마음대로 여행을 할 수 있게 되면 그때 꼭 뵈러 가야지.


정말 어리석은 생각이었어요.


제가 20대가 되어 부모님 허락 없이 여행할 수 있게 되었을 때 그분은 돌아가셨으니까요. 투병중이셨던 걸 모르고 있었답니다.


소식을 듣고 얼마나 후회했는지 모릅니다. 팬 레터라도 한 통 보내봤으면 덜 억울할 텐데 소심한 팬이었던 저는 책만 끼고 쓰다듬으면서 시간아 흘러라~ 이러고 있었으니까요.


그깟 편지 한 장 보내는 게 뭐 어렵다고 잘 읽었다 고맙다는 한 마디도 못하고 말았을까 싶어 아직도 책장에 꽂혀있는 책을 볼 때마다 제 어리석은 게으름에 화가 치밀곤 해요.


정말이지 마음을 표현하는 것은 미룰 일이 아닙니다.

고마운 사람에게 고맙다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한다고 지금 말해야 해요.


요즘에는 인터넷으로 연재되는 글을 주로 읽고 있어서 얼마나 좋은지. 읽고 나서 바로 댓글을 달아 작가님에게 마음을 표현할 수 있잖아요.


그러니 여러분, 댓글을 달아보아요.


음....그래서 기 승 전 댓글?

>_<



Comment ' 1

  • 작성자
    Lv.4 탐미세계
    작성일
    15.01.17 03:39
    No. 1

    몇년전에 최명희 문학관을 간 것이 기억나네요. 혼불도 미완이 아니었으면 지금도 명작이지만 정말 더 대단한 작품이 되었을거에요. 하하.. 며느리가 시어머니 밑에서 그렇게 필사를 했다고 하던데.. 갑자기 옛생각이 나서 적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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