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아니 거의 대다수의 판타지, 퓨전 소설에 마법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그 소설들은 대부분 던전 앤 드래곤스 풍의 마법체계를 사용합니다. 1서클에는 실드 외 기타등등, 2서클엔 매직 애로우 외 기타등등 말이죠. 어떤 작가는 열심히 d&d룰을 찾아보며, 어떤 작가는 대강대강 남이 써놓은 것을 베껴서 그럴듯한 마법체계를 묘사해 놓습니다. 어떤 독자는 그냥 타성적으로 읽고 넘기고 어떤 독자는 위대한 d&d룰을 망쳐놓는다고, 룰북 한번 읽지도 않고 프로판타지작가라고 할 수 있냐고 분노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정말 의외로 근본적인 부분에서 의문을 제기하는 분은 별로 못 본 것 같습니다.
제가 전문가는 아닙니다만, D&D 혹은 AD&D 룰은 거의 완벽한 균형과 완성도를 자랑하는 테이블 롤플레잉 "게임" 규칙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규칙이 과연 소설에 차용할 때도 완벽한가요?
저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D&D에서는 단계를 나누고, 단계를 오를 때마다 새로운 기술을 배웁니다. 기술과 기술들은 서로 상성을 이루고 명료한 규칙들이 논리적으로 그것들을 제어합니다. 그렇지만, 왜 어딘지 모르게 아쉬움을 느낄까요?
저는 환타지소설 속 마법의 매력은 환상과 신비로움을 느끼게 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근래 소설에 묘사된 D&D기반의 마법체계는 신비함보다는 마법사라는 이름의 엔지니어가 화약 대신 마나를 태워 파괴력을 만들어 내는 단순한 기예를 연상하게 합니다.
성격 나쁜 왕자님을 개구리로 만들어 버리는 요정여왕의 마법, 사람의 심장을 얼려 감정을 빼앗는 얼음여왕의 마법, 바위에 검을 꽂아 진정한 용자만이 뽑을 수 있도록 만든 신비한 노마법사의 힘. 똑같이 마법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데 왜 요즘 이야기에서는 옛이야기에서 느낄 수 있는 논리를 뛰어넘는 신비함을 느낄 수 없는지 이상합니다.
요즘 우리는 너무 D&D의 틀에 안주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그래서 오히려 더 주요한 무언가를 놓치고 있지는 않은지 같이 생각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별로 전문적인 지식도 없는 모자른 사람이 글 띄워봅니다. 너무 꾸짖지는 말아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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