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한담

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작성자
mentor
작성
07.02.15 03:40
조회
1,229

최상의 진보는 그 속도가 느리다. 위대한 결과란 당장에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 새무엘 스마일즈(Samuel Smiles)

이 말은 진정 옳은 말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얻는 최상의 진보는 절대로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이 오지 않으니까요. -마치 영어공부를 잘 하려면 영어 단어부터 시작해서 성x영문법 책을 읽으며 적어도 3년은 삽질해야 하는 것처럼. 그리고 나는 이 말이 실현되는 모습을 한 작가 안에서 보고 있습니다.

자건 - <Maerchen>

기실, 나는 그의 글을 문피아에서 처음 본 것이 아닙니다. 약 3년 전에 그가 타 사이트에서 풍운비양(風雲飛揚)이라는 역사 소설을 연재할 때 나는 처음으로 그의 글을 읽었습니다. 머릿속에 깃털만 풀풀 날리던 그 시절에 그의 글을 처음 읽었을 때는 그저

‘아, 이거 좀 재밌네. 근데 내 취향은 아냐.’

하고 넘겼습니다. 당시의 저는 뭣도 모르고 자극적이고 상업적인 글만 찾아다녔으니까요. 앞부분만 조금 읽다가 ‘재미없어.’란 생각으로 그의 글을 덮어버리고 그 뒤로 2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 사이트에 올라온 비평을 이리저리 뒤적거리다가 Maerchen이란 제목의 글에 대해 올라온 흥미로운 비평을 보고 다시 그의 글을 찾았습니다. 그래도 2년 사이에 머릿속의 깃털을 조금 제거한 저는 공장 양산형 판타지 소설과 진짜배기를 구분할 수 있는 안목을 조금이나마 기른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뭐, 그냥 반해버렸죠.

그 당시에도 그 사이트에서 Maerchen은 대체로 좋은 반응을 거둔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한동안 출판 이야기가 오간 것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에는 Maerchen의 출판은 좌절되었죠. -출판사가 그의 글을 흔히 말하는 ‘상업성’이 없다고 판단하였으니까요. 그때 정말로 안타까워했습니다.

그도 그것 때문인지는 몰라도 ‘상업성’이 있는 글을 쓰지 못하는 자신을 두고 개인 블로그(와 비슷한 것)에 괴로움을 토로한 글을 썼었습니다.

그리고 그가 만약 그 때 삽질을 그만두고 상업성 있는 공장형 판타지를 찍어내거나 아니면 아예 펜을 꺾어버렸다면 나에게도 그냥 ‘아, 그 사람 실력은 있는데 출판 안 돼서 펜 꺾어버린 불쌍한 작가’로 기억되었을 겁니다. 그가 그 삽질을 그만두지 않았기에, 저 역시 이렇게 펜을(혹은 키보드를) 들어 그의 작품을 추천할 용기를 내었습니다.

그의 글은 평범하게, 조금은 밋밋하게 시작합니다. -대부분의 성질 급한 독자들께서는 여기서 그만둬버립니다.(그게 아마 그의 글이 처음에는 조회수가 높다가 갈수록 낮아지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주인공의 어머니에 대한 기억을 객관적이고 조금은 무감정한 시선으로 비추면서 그의 글은 연주를 시작합니다. 첫 번째 에피소드인 청백(靑白)의 시리우스(Sirius) 역시 처음 볼 때에는 몰입감이 덜 합니다.(그의 글의 단점이라면 이것이 되겠습니다 - 초반의 몰입감이 부족하다는 것이죠)

그러나 마치 “귀여운 아가, 이리 오너라. 재미있는 놀이를 하자.”라고 속삭이는 슈베르트의 마왕처럼 정신을 차리고 보면 어느샌가 그의 글 가운데서 허우적거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Maerchen의 주인공은 보석을 훔치는 장안 최고의 괴도, 그리고 추억을 훔쳐 보석 안에 박제하는 박제사이기도 하죠. Maerchen의 부제가 <박제된 추억의 이름>인 것처럼 말입니다. 그는 현실을 가장한 비현실, 비현실을 가장한 현실 속을 넘나들며 보석과, 그에 얽힌 사랑과 증오의 추억을 훔쳐갑니다. -그것이 이 글이 로맨스라 불리는 이유일 것입니다.  

Maerchen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역시 그 에피소드들이 본 내용전개는 삼국지에서 따왔으나 전혀 다른 시각으로, 전혀 다른 구성으로 뒤바뀌어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현되었다는 점일 것입니다. 일례를 들어, 현재 진행중인 다섯 번째 에피소드 ‘암적(暗赤)의 알데바란(Aldebaran)’에서는 삼국지의 유표 일가가 등장합니다. -전혀 다른 구성으로 말이죠. 그리고 지금 그 유표 일가를 둘러싼 연쇄 살인사건의 이야기가 진행중이죠. 자세한 내용은 미리니름을 방지하기 위해 생략하겠습니다.

사실은 Maerchen의 추천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은 없었습니다. 또 Maerchen이 문피아까지 진출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지인을 통해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이거야말로 그에게는 큰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거의 모든 분들이 인정하시다시피, 문피아는 현존하는 인터넷 소설 연재 사이트들 중에서 가장 수준 높고 자유로운 비평이 이루어지는 곳이니까요. 그래서 그의 글이 당연히 마땅히 받아야 할 대우를 받고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그냥 지나가다시피 문피아에 들렸습니다.

-근데 이게 웬걸? 어째서 조회수가 이 정도 밖에 나오지 않는 것일까?

그리고 그 대답은 금방 찾을 수 있었습니다. 문피아의 독자분들은 압도적인 분들로 남성분들이 많으신데, 장르가 ‘로맨스’라고 설정되어 있는 Maerchen은 당연히 조회수가 낮을 수밖에 없던 것이었죠.(뭐, 그다지 탓할 마음은 없습니다. 남성분들이 로맨스를 멀리 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니까요)

전 무언가 일이 실패했는데 그걸 남 탓으로 돌리고 한탄만 하는 사람을 경멸합니다. 또 적당한 자리가 주어졌는데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사람도 싫어하죠. 하지만 이번에는 경우가 너무 안 좋다고 생각해서 이렇게 쓰지도 못하는 글을 찌끄려 보았습니다. 물속에 던져져버린 싹을 꺼내서 땅에 심어주는 것 정도는 해야 한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여러분이 ‘로맨스’ Maerchen이 아닌 그냥 Maerchen을 보시기를 원합니다.

문피아에 와서 처음 쓴 이 추천글이 어떤 반응을 받을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어떤 분들은 정말로 Maerchen에 관심을 가지고 보러 갈 수도 있겠고, 어떤 분은 스크롤의 압박으로 그냥 지나쳐버릴 수도 있겠고, 또 어떤 분들께는 과도한 추천이라 생각되어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올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출판 거절과 독자들의 냉대 속에서도 삽질을 멈추지 않았던 그를 좋아하고 또 그의 글을 사랑하는 팬의 한 사람으로서 이렇게 적어보았습니다. 그렇습니다. 자건, 그가 말했던 것처럼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듯이, 그 희박한 희망에 걸고.>


Comment ' 18

  • 작성자
    Lv.17 piENarA
    작성일
    07.02.15 03:48
    No. 1
  • 작성자
    Lv.68 아스토리아
    작성일
    07.02.15 03:50
    No. 2

    아 .. 메르헨 ㅠㅠ

    제가 요글을 추천 몇일전에 햇는데 엉망이라...

    오늘 집에와서 컴텨 앞에 안자사 HTML책을 펴가면서 ..

    간만에 작업을 했습니다.

    왜 냐구요 ??? 자건님의 너무나도 그레이트한 그 이야기를 나 혼자

    보고 있기가 넘 아쉬어서 조금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 하고싶어서..

    하지만 실력없은 문장으로 어필하는데는 자신이 없어서..

    2시간에 걸쳐서 작업을 해서 이제 연담란에 가서 올리기만 하면 되는 거엿는데... 아 글세 HTML체크 하구 저장하기 딱 하니..

    폰트 만 난잡하게 요기 저기 .. 글은 다 날라가구 배경음악과.

    그 그림들 ㅠㅠ 어디로 다 사라졋나..


    아시운 마음에 지금 여기 저기 해결책 알아보고 다니는데 방법을

    못 찾겟더라구요 .. (여기까지 제 푸념>

    그런데 마침 메르헨 추천글이 올라와서 보니 제 맘이 뿌듯해지네요.

    너무나도 훌륭한 추천 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 은빛여행
    작성일
    07.02.15 03:54
    No. 3

    정말...훌륭한 추천입니다.

    암적의 알데바란편이 끝나길 기다리고 있는 독자중 한명입니다만..

    자건님 행복하시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2 SunRise
    작성일
    07.02.15 05:19
    No. 4

    저도 한번 보러가보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4 통가리
    작성일
    07.02.15 06:29
    No. 5

    좋은 글이지요.
    캔커피님이 사라지고 카이첼님의 글이 뜸해지고.. 우연히 얻은 반짝이는 글입니다.
    뭐, 시장상황이라지만 반드시 빛을 볼 때가 있을 겁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2 천령화
    작성일
    07.02.15 08:06
    No. 6

    정말... 태어나서 처음으루... 추천을 결심하게 만든글
    보석같은 글이에요. 그.... 터무니없는 조회수에...분노마저 느껴지는글
    정말.. 멋진 추천글이네요.. ㅋ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1 두번
    작성일
    07.02.15 09:13
    No. 7

    추천글이 정말 멋들어지는군요

    Maerchen 참으로 마력적인 글이지요
    한꺼번에 후루룩 보기가 아까워서
    천천히 쪼개가며 보고있는 중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다에
    작성일
    07.02.15 09:22
    No. 8

    저도 꼽사리 끼여서 추천해요 >_<//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다에
    작성일
    07.02.15 09:34
    No. 9

    진짜…초반부터 딱 필이옵니다.'격'이 달라요.
    에…제가 필설이 부족하여 적당한 어휘를 못찾겠는데, 문장을 쓰는데 있어서 '격'이 다르달까요…개선문이나 장미의이름에서나 본 문체를 문피아에서 봤을때의 감동…아아.
    덧. 레마르크와 움베르토 에코의 글 스타일은 완연하게 다르지만ㄱ- 문체의 격이 그에 견줄만 하다는 인용입니다.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1 놀란병아리
    작성일
    07.02.15 10:56
    No. 10

    정말 좋은 글입니다. 이 글 추천하고 싶었는데 글재주가 없어서

    하지 못하고 있던 참에 추천이 나오네요. 다들 꼭 읽어보시길.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nicilin
    작성일
    07.02.15 11:00
    No. 11

    뭡니까...이 포스가 넘치는 추천글은...[버엉]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07.02.15 11:43
    No. 12

    멋진추천이네요..선작은 해놨는데 볼 시간이 없어서 못보고 있는데..
    이번 설날에 몰아서 봐야겠군요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9 헤리엇
    작성일
    07.02.15 11:43
    No. 13

    이글을 추천해주시는 분들은 전부 진지하시군요. 감탄감탄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6 Eclipse
    작성일
    07.02.15 13:33
    No. 14

    캔커피님의 글과는 색다른(면서도 비슷한) 매력이 넘친다고 해야하나... 저 또한 캔커피-카이첼님 글 다음에 우연히 보게된 가장 반짝이는 글이라는 생각입니다.
    위에 분들중 한 분이 움베르트 에코와 견주셨는데.. 공감합니다.
    '문체의 격'이라고 할까.. 이런것은 가히 에코에 견줄만하다는 생각입니다. 아무래도 스토리가 그리 자극적이거나 통쾌한 요소가 없어서 인기를 얻지 못하나 싶더군요... 아쉬운 일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6 Eclipse
    작성일
    07.02.15 13:35
    No. 15

    그리고 mentor님께 감사의 말씀을.. 차마 저로써는 추천할 엄두가 안 나더라고요. 정말 멋진 추천글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2 천심天心
    작성일
    07.02.15 19:03
    No. 16

    볼려다 말았는데 이 추천을 보니 꼭 봐야할 소설인듯 하네요.
    보러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1 내일의조
    작성일
    07.02.15 21:32
    No. 17

    음... 태클하나 걸자면요...

    성X말고 맨투X으로 공부한 사람도 영어 잘해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6 루테시아
    작성일
    07.02.15 22:00
    No. 18

    추천 감사합니다 추천글이 글을 읽지 않고는 못배기게 만드는군요
    저두 선작목록에두고 쪼금씩 아껴가면 보는글입니다^^
    카이첼님 글도 방금가서 선호작목록에 다채웟지요
    쌩유~~~이런추천 정말 고맙죠 ^^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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