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피아 여러분, 안녕하세요.
오늘은 제 경험을 살려 왜 양판소(양산형 판타지 소설)가 쓰이게 되는지 말해 보고자 합니다.
이 글은 양판소를 쓰는 이를 비난하기 위한 글이 아니며 양판소를 비판하시는 분을 비판하기 위해 쓴 글이 아님을 미리 밝혀두니 돌 던지지 마세요~
우선 제 소개부터 해야겠군요.
안녕하세요. 저는 이제 곧 고등학교 2학년생이 될 예정인 유마라고 합니다. 판타지를 처음 접한 것은 그리스 로마 신화나 전래동화 같은 걸 빼면 중학교 1학년 때 읽은 해리포터가 되겠네요.
그리고 소설들이 내 취향에 안 맞다! 내 입맛에 맛는 소설은 내가 쓴다!...라는 기분으로 중 3 때부터 판타지를 썼던 걸로 기억하네요.
장르는 당시 유행하던 게임 판타지였고 주인공은 여자보다
훠어어어어얼~씬 더 예쁜 미소년에 쌔긴 또 얼마나 쌔게 설정해 놨던지...(손가락 두 개로 저격총 총알 잡을 정도)
그런 주제에 나이는 놀랍게도 17...
현제 제 나이를 생각해 보면 주인공은 뭐 먹고 자랐나?
싶을 정도의 나이죠.
자, 그럼 잡담은 이쯤 하고 본제로 들어가겠습니다.
우선 전 그 당시 출판시장이나 사람들의 인식 같은 건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무조건 지르자는 기분으로 글을 썼습니다.
조아라에서 썼고요, 리플이 하나하나 달릴 때마다 기뻐서 엄마와 누나에게 자랑하고 전체 조회수가 1000이 넘자 기뻐서 눈물을 흘렸었죠.(농담 아니라 진짜입니다.)
흠..여기서 주목할 점은 취향입니다.
전 몸매가 호리호리한 미소년을 좋아합니다. 누나의 영향을 받은 탓이죠. 그리고 당시 가졌던 생각은 현실에서 강한 사람이 게임으로 넘어가 무시무시한 실력을 보여주면 재밌겠다~라고 생각하고 글을 썼습니다.
취향대로, 기분대로 쓰는 거라 기승전결이니 뭐니 그런 거 안 따지고 써서 내용은 엉망이고 아이템은 처음부터 유니크에 레벨 1 때
오크니 오우거니 다 때려잡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직업도 음유시인이었죠. 헤에~
그리고 하렘물이었습니다. 당시엔 하렘물이 뭔지도 모르고 썼었죠.
그냥 여자 많이 나오고 주인공이 사랑받는 걸로 대리만족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아, 그리고 제가 책을 골라 읽는 법칙대로 썼었습니다.
당시 제가 책방에서 읽을 책을 선별하는 기준은 예쁜 남자 주인공이었죠. 강약엔 그다지 신경쓰지 않았던 듯 하고요.
그리고 쓰면서 주인공에게 능력을 다 싸잡아 '몰아'줬습니다.
뭐든 잘 하는 주인공~
음유시인이 주먹질하고 칼질하고 마법도 쓰고 하늘도 날아다니고
현실에선 요리 잘 하고 칼질 잘 하고 의술까지 잘 했던 주인공!(사람 맞냐.)
그 당시엔 그런 주인공을 선호했었고 미소년 주인공만 찾다 보니 양판소만 읽어서 그게 당연한 건 줄 알았습니다.
아, 지금도 뭐든 잘하는 미소년 주인공 선호합니다.
훗. 굳이 이런 곳에서 숨길 이유는 없겠지요.
그리고 다른 캐릭터가 주인공보다 잘난 건 꼴도 보지 못했으므로 악역이나 캐릭터들 모두 고만고만 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후후후. 주인공 외 다른 캐릭터의 아이큐는 정말 10단위 미만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아, 그리고 지금 생각해도 쪽팔린 게, 이런 상황이 있었습니다.
상황 1.
주인공을 이용하려는 사람이 주인공을 살살 꼬신다.
주인공은 웃으며 넘어가 준다. 그리고 돌연 싸늘한 눈빛으로
이렇게 말한다.
"이번 한 번만 이용당해 드리지요."
그러자 이용하려는 이는 이렇게 생각한다.
'오오, 그냥 외모만 예쁘고 강하기만 한 줄 알았더니 머리도 좋고 차분하고 침착하고 냉정하군. 적으로 돌리면 골치 아파지겠어.'
...이건 당근이지님의 '너는 바보 나는 주인공 오오라'가 분명합니다.
제가 썼지만 당근이지님의 오크레전드를 보면서 참으로 많이 웃게 만든 상황과 대사죠.
흠흠. 자꾸 본제가 흐려지는 것 같은데, 양판소가 계속 나오는 이유. 순전히 제 주관적인 견해니 그냥 들어만 주셨으면 합니다.
1.판타지를 읽는 독자층은 주로 중~고등학생이다.
질풍노도의 시기. 하지만 학교 안에 갇혀 그들은 갑갑해 합니다.
그리고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도 못하고 우연한 계기로 판타지를 접하거나 그 재미에 빠진 녀석들은 다시 판타지를 찾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문피아 회원 여러분처럼 적극적으로 판타지를 이해하려 하지도 않고 그저 재미만을 추구합니다.
그래서 대리만족성이 짙은 주인공, 쾌락성과 오락성이 다분한 소설을 찾습니다.
그들의 연령대에 맞으며 강하고 잘생긴 주인공으로 부터 대리만족을 느끼죠.
그리고 중요한 것은 상호 호환성문제.
이건 가가맬님의 '니가 신해라'에서 종종 다루어 지는데요, 그들은 판타지를 얕게 접하기에 보편성이 있어야 합니다.
안 그러면 가뜩이나 안 좋은 머리에 혼선이 발생하여 그 책을 덮어버리게 만드는 것이죠.
저로 인해 판타지를 얕게 접한 친구들은 다들 제가 권하는 명작은 거들떠 보지도 않고 코믹적 요소나 하렘적 요소에 심취해 있습니다. 무협은 어렵다고 아예 얼굴도 안 내밀더군요.
그리고 재미있는 점은, 제가 자전거를 애용하는 관계로 많은 책방을 다녔습니다.
무슨 말 하려는지 아시겠죠? 유명한 하렘소설, 새로 나온 코믹 소설은 다. 전부 다 있는데 하얀 늑대들, 하얀 로냐프 강, 더 로그...
이런 건 거의 없죠.
심지어 이영도님 소설도 없습니다. 월야환담도 없고요.
...이건 책방이 나쁘다고 할 것만도 아니죠. 책방은 독자의 기호에 맞추니까요. 그래도 명작은 좀 들여다 놨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 있거늘......
학교 근처 책방의 실황입니다. 그럼 다음.
2.어른들은 판타지를 싫어하므로 주로 판타지는 청소년이 많이 쓴다.
어른들은 판타지 싫어합니다. 읽어보지도 않고 무조건 비방하죠.
아니, 읽어도 일단 자식 방에 있는 양판소를 먼저 읽을 테니 당연히 반감이 들겠죠.
일에 바쁘고 판타지를 꿈이 아닌 환상으로 치부하는 어른들이 이런 걸 본격적으로 쓰는 건 지난한 일이죠.
우리나라의 아직도 잔류하는 보수적 성향도 크고요.
그러다 보니 판타지를 접하고 쓰는 건 거의 청소년들이란 얘기죠.
옛날부터 주옥같은 작품을 접해 오신 어르신들께서 낯을 찌푸리시는 건 당연하다면 당연합니다.
자, 이제 또 답은 나왔죠? 판타지는 주로 양산형 소설을 읽고, 양산형 소설을 좋아하는 청소년이 씁니다.
그리고 위의 제 사례와 마찬가지로 그게 양판소인지 뭔지도 모르고 씁니다. 문피아에 안 와봤으면 저도 양판소가 뭔지 평생 몰랐을 겁니다.
그럼 정리해서...
1.판타지는 주로 판타지를 시간 때우기 용으로 보는 청소년이 주로 접한다. 고정관념이 박힌, 혹은 양판소를 힐끗 봄으로 고정관념이 '박혀버린' 어른들은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2.판타지는 주로 청소년이 쓰므로 작품성과 전문성이 많이 떨어진다.
3.양판소가 아니면 책방에 잘 들여놓지도 않는다.
4.좋아하는 판타지 소설을 계속 쓰려면 책을 팔아야 하므로 미소년, 하렘 대열에 합류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슬픈 현실)
5.양판소가 뭔지 모른다.(진짜 다들 모른다.)
6.근본적인 대책이 없다.
7.타 소설가들은 판타지를 무조건적으로 비판한다.(양판소 보면 어쩔 수 없나...)
...하아. 보충할 점이나 부족한 점 등은 리플로 다른 이들에게 알려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글은 어떤 연유로 해서 저런 저급한 글(양판소)이 버젓이 출판되는지 모르시는 분께 연유를 알려드리는 글임과 동시에 청소년에겐 구염둥이를 찾아주기 위한 글입니다.
전 마음이 여려서 나쁜 말 하시면 상처받아요.(흑흑)
여기서 잠깐! 더 놀라운 사실!
...위에 제가 썼다던 양판소의 절정, 보셨죠?
그게 출판 제의가 들어왔고(!) 전 덜커덕! 계약을 맺어버렸습니다.
...7월달에 계약하고 수정해도 된다고 해서 수정하려고 하는데...
...이건 뭐! 이딴 게 다 있냐! 수정하려고 해도 수정할 건덕지도 없습니다. 계약하고 차분히 다시 읽어 보니 쓰레기도 이런 쓰레기가 없더군요.
그게 계기가 되서 이런 글을 올리게 된 겁니다. 나 자신이 너무 한심하고 부끄러웠기 때문이죠.
그때까지 써 놨던 거 다 정리하고 뭔가 의미를 부여하려고 해도 영 틀려먹었습니다. 젠장. 집도 가난해서 계약 파기하자니 좀 그렇고..
아아, 제길제길. 조만간 제 조아라 필명인 '유마'가 작가로 나오는
양판소가 출판될지도...
현재 옛날과의 괴리가 너무 심한 나머지 손도 못 대고 5개월이나 흘렀습니다. 혹시 계약 해지는 어떻게 하는지, 그 패널티는 어떤 건지 알려 주실분. 알려주세요. 부담이 적으면 바로 계약 해지해 버릴 겁니다. 계약한 출판사는 뭐, 환상입니다. 아우, 반년 전까지만 해도 엄청 멍청했던, (지금도 멍청하지만)놈의 글이었습니다.
ps.카이첼님의 희망을 위한 찬가나 라이큐님의 부서진 세계 같은 수작은 출판을 안 시켜줘 쩔쩔매는데 제 거지같은 글에 출판제의가 들어온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판타지 사랑이 각별한 문피아를 중심으로, 뭔가 대책이 이루어 졌으면 하는 바람도 있습니다.
부디 제가 쓴 이 글이 전 연령층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이상, 넋두리(넋두리 맞지 뭐.)를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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