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처음 글을 쓸때는, 이영도님의 ‘나는 단수가 아니다’ 나스키노코의 ‘정의의 히어로에 대하여’
등등. 하나의 생각, 혹은 철학을 가지고 쓰려 했습니다.
제 실력으로 무리더군요.
다음에는 문장력을 기르고 멋진 연출을 하고, 능력자 간의 가위바위보 시스템을 구축하여 글을 쓰고 싶었습니다. 헌터x헌터의 광팬인 저는, 주인공이 킹왕짱이 아니라 밸런스에 의해 진행되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죠.
그렇게 문피아에 글을 올리고 평가를 물었더니
‘필력 자랑하려 쓴 글은 인기가 없습니다. 언제나 그래왔습니다’ 라는 평을 들었습니다.
설정이 너무 많고, 묘사가 너무 많아서 가장 근본적인 재미를 놓치고 있다는 걸 알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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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생각했습니다.
‘만약 내가, 정말 큰 철학을 가지고 있다거나, 기승전결이 완전한 완성된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더라도 그걸 숨겨야 겠다.
최대한 가볍게, 누구나 접근이 쉬울 소재와 이야기를 가지고 오자.
그리고 어느 정도 작품의 속에 독자분들이 녹아들었을 때.
진짜 내 이야기를 쓰는건 그때부터다.
그리고 어그로라는 느낌이 안 들도록 인기작가의 작품 이름을 베껴서 제목을 짓지는 말자.
하지만, 시선을 끌수 있을 만큼 핫하게 지어야 한다. 복수나 성적인 요소를 넣어서 자극적이든 뭐든 강렬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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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쉽지 않군요.
실패하고 실패하고 실패합니다.
그러던 도중, 북팔에서 연재제의가 왔습니다. 매니저 중에 한 명이 제 글을 극찬했다네요. 그 말을 듣고 기뻤습니다. 순수하게 기뻤지만, 또 한편으로 드는 생각.
‘과연 이게 인기를 끌까? 문피아에서 실패한 글인데...’
선택받은 그 글은, ‘공감’ 이라는 요소를 전혀 배제하고 제가 쓰고 싶은 데로 쓴 글이었습니다.
3권 분량의 글을 썼는데, 예상대로 인기가 그닥이더군요. 선택해준 자체가 고마울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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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도전.
‘그럼 어떻게 할까?
남들 하는 요소를 그대로 가져 올까?
레이드물 회귀물 재벌물?
아니 그건 싫어. 따라하지 않는 건 내 마지막 자존심이니까.‘
정말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실패하여, 포기를 앞두고 있을 때야 선택할 선택지다.
...라고 마음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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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공모전에도 도전!
‘장기전이라 한다. 조회수가 없고 순위에서 밀려도 꾸준히 달리자.’
알고는 있습니다. 하지만 59위 130위 200위. 이윽고 300위 밖으로 벋어나 순위권에서 사라지고, 좀처럼 늘지 않는 선호작, 조회수.
가장 고통스러운 건, 제게는 가장 재미있는 저의 글이, 남에게는 재미 없는 글일 거라는 예감입니다.
이제 곧, 제 소설에서 흥미가 돋는 장면이 연이어 등장합니다.
이 장면들을 읽은 독자분들이 외면한다면, 진짜 우울할 것 같네요 파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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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렇습니다. 그렇게 여기까지 왔습니다.
여전히 실패하는 중입니다만, 여전히 달리고 있습니다.
저 뿐만 아니라, 많은 작가분들이 열심히 준비한 글을 쓰고, 인기가 없어서 좌절하고, 다시 도전을 반복하지요.
글쓰다가 자기 전에 문득 잡담이 쓰고 싶어 들렸더니만
진짜 잡담을 주절주절 늘어놨군요.
긴글 여기까지 읽어주신 분이 있다면 정말 감사합니다;;
힘내세요 작가분들. 언젠가 노력이 인정받는 순간이 올겁니다.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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