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을 발휘하며 사는 사람들 중 많은 이들은, 꼭 한 번씩 엄청난 질투와 자괴감에 빠져들기 쉽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자신이 몸 담은 바닥에서 정점에 이른 사람(작품)을 볼 때가 바로 그 때인데요. 마치 모차르트를 보는 살리에르처럼 그 사람(작품)에 대한 질투와 동경, 그리고 ‘나는 왜 보는 눈은 높은데 실력이 안 따라주는가’라는 식의 자괴감이 바로 그것인 것 같습니다.
저 같은 경우엔, 저를 떡실신 시킨 작품을 딱 하나 고르라면 주저없이 갑각 나비를 꼽습니다. 10여년 전 드림워커에서 처음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을 때가 고등학교 2학년 무렵일 때였는데, 그 당시 갑각 나비는 이미 드림워커 뿐만 아니라 장르소설계에 어마어마한 센세이션을 일으켰었죠. 게다가 갑각 나비를 쓰신 오트슨님이 그 당시 여고생(!)이라는 소문도 돌아서 더 충격이 컸던 것 같습니다. 물론 루머로 밝혀졌습니다만...
‘저런 엄청난 작품을 쓰는 사람도 있는데, 사람들이 전부 대단하다고 걸작이라고 칭송하는데 나는 뭘 끄적이고 있는거지?’
이런 충격은 비단 저 뿐만 아니라 정모도 같이 다니던 지인들도 한결같이 느끼는 감상이었고, 개중엔 아예 절필해 버리는 사람도 나타나더군요.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그런 패배감 비스무리한 부정적 에너지를 오히려 동력원으로 삼아 더 열심히 글을 쓰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비단 소설 뿐만 아니라 자신의 특기 분야라고 생각하는 바닥에서 탑 클래스를 보고 충격을 먹는 것. 그건 꽤 흔한 일일지도 모른단 생각이 문득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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