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의 없어 보인다, 그게 뭐냐...
아니다, 충분히 힘이 된다.
건필하세요란 덧글에 대해 한담란에서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갔었죠.
그런데 제가 저 건필하세요란 덧글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 계기가 있었습니다.
벌써 몇 년 된 일입니다.
제가 당시에 취미로 연재하던 글에서 일전에 출판했던 책을 상픔으로 걸고 감상문 이벤트를 했었습니다.
그리고 당시에 단 한 분도 참가하시지 않아서(나중에 좀 더 시간이 지난 뒤에 참가하신 분들이 계시긴 했습니다.) 제가 소위 말하는 멘붕에 빠졌었죠.
그런데 그때 어느 독자분께서 제 블로그에 이런 덧글을 남기셨었습니다.
기억에 의존해 요약해보자면,
“난 당신의 글을 매우 좋아하고, 감상문도 쓰고 싶다. 하지만 우리같은 보통 독자들은 평소에 글을 쓰는 일이 없다보니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일이 무척이나 어렵다. 그러다보니 잘못 썼다가 다른 사람한테 욕 먹으면 어떡하나, 뭔가 내 생각을 잘못 전달하면 어떡하나 걱정도 되고, 애당초 긴 글을 쓰는 것 자체가 어렵다. 나는 지금 이 짧은 덧글을 쓰면서도 몇 번이나 수정을 하고 있다. 이런 점을 양해해 달라. 당신 글이 감상을 쓸 정도의 가치가 없어서가 아니다.”
저 덧글을 보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꽤 오랫동안 글을 써왔고, 그러다보니 감상/추천글을 쓰는데 크게 부담을 느껴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너무 쉽게 생각했던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덧글을 달 때도 이런저런 생각이 많습니다.
- 특히 저는 글을 쓰는 입장이다보니 더 생각이 많은 것 같습니다. 덧글을 보실 작자분의 마음까지 고려하게 되니까요.
그러다보니 글쓰기가 익숙하지 않으신 독자분들에게는 덧글 쓰는 것 자체가 고행이 될 경우가 많습니다.
저런 관점에서 건필하세요란 덧글을 보면 이제까지와는 좀 생각이 달라집니다.
물론 정말 그냥 귀찮은데 그래도 뭐라도 덧글을 남겨줘야 할 것 같아서 건필하세요를 쓰는 경우도 있을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전 그보다는, 무어라 좋은 감정을 표하고 싶은데 마땅히 생각나는 문장은 없고, 다른 것은 어렵고 해서 건필하세요를 남기신 독자분들이 훨씬 더 많으실 거라 생각합니다.
‘건필하세요’ 이 짧은 다섯 글자도 작자에게는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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