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이고 영화고, 어떤 형식의 컨텐츠이건 간에 제목에는 표절 논란이 잘 없습니다.
명사 하나, 또는 수식어 한두 개에 피수식어 하나 정도로 이루어지는 짧은 표현으로 저작권을 주장할 수는 없기 때문일 겁니다.
그래서 세상엔 동명의 소설이나 영화 등이 아주 많습니다.
표절이라는 게 판단하기 워낙 어려운 사안이지만 그래도 통념이라는 게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제가 “태양의 제국”이라는 제목으로 문피아에 새 소설을 연재할 계획이라면 논란을 각오해야겠죠.
이쯤되면 명백히 표절이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또 워낙 유명한 작품이다 보니 오마주라고 우길 수도 있을 겁니다.
오히려 제목을 그대로 쓰지 않고 “어떤 과학의 초자연포”라는 식으로 간판을 걸면 아주 박살이 나도 마땅합니다.
그런데 “심판”이나 “변신” 같은 제목이라면 어떨까요?
카프카의 표절일까요?
그렇다면 “심판의 날”은요?
“쿼런틴”
“오리온 미스테리”
“골렘”
“마더 나이트”
“십자군”
제 책장 5초간 스캔하면서 문피아에 제목으로 등장할 수도 있을 만한 제목을 소설과 비소설 관계없이 다섯 개 골라봤습니다.
실제로 문피아에 있는지 어떤지는 모르겠고요.
위 다섯 편은 내용이 전혀 다른 동명의 소설이나 영화 등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을 겁니다.
예를 들면 “쿼런틴”은 양자역학을 소재로 한 하드SF 소설인데 B급 좀비 영화 제목이기도 합니다.
그밖에도 여기저기 참 많이 쓰일만한 제목이죠.
왜 이런 얘기를 꺼냈는지 아시겠죠?
오랫동안 계획했던 소설을 시작하고자 일단 비공개로 게시판부터 만들어두려는데 그 제목을 누가 쓰고 있네요.
등록이 안 되더군요.
일단 의미를 전달할 수 있는 다른 제목으로 비공개 게시판을 만들어뒀는데, 그래놓고 보니 뭔가 좀 이상한 겁니다.
사실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는데, 그때는 제가 선택한 제목이 한 단어짜리도 아니었고 흔치 않은 표현이어서 괜히 자존심이 상하더군요.
저만 몰랐지 꽤 유명한 소설이기도 했고요.
그래서 장르도 전혀 다른 소설인데 그냥 안 써버렸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쓰려고 하는 제목은 아주 흔한 한 단어입니다.
그런 단어에 대해서 누가 권리를 주장할 수는 없지 않을까요?
사실 이 제목이 강렬하게 의미를 전달할 수 있긴 하지만 꼭 이걸 써야만 하는 건 아닙니다.
언뜻 유치해 보일 수도 있으니까요.
그러니까 개인적으로 그 제목을 쓸 수 있게 허락해달라는 뜻이 아니고 문피아 전체에서 동명의 소설을 허용해야 하지 않을까, 제안해보는 겁니다.
소설 제목은 인터넷 도메인이 아닌데 동명의 소설을 허용하면 안 될 이유는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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