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한담

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
14.06.16 18:35
조회
1,737

 밑에 글을 보고 글을 올립니다. 먼저 양판에 대한 제 생각을 표현하자면, 단 하나의 양판만 있다면 그것은 굉장한 소설이고 유네스코에 등제되어야 마땅합니다. 일단 사람들에게 충분히 인기 있다는 전제 하에서요. 사람들이 그 양판에 공감해주고 책을 사서 읽어주고 즐겼다는 건 그만큼 인간에 대한 이해도가 높으니까 가능한 것이죠.


 물론 양판계가 매우 바람직하게 발전하고 있어서 질투가 날 정도입니다. 하지만, 양판의 치명적인 단점도 있죠. 그건 너무 많이 생산된다는 겁니다.


 그게 왜 문제가 되냐면요.

 즐거움만을 추구해서 재미의 구조 속에 다양한 컨텐츠만 바꿔치기 하다보면 가끔 꽤나 소름 돋는 스토리들이 나오기도 합니다.


 그것들이 하나만 나온다면, 어떤 사회적 현상에 대한 경고로서 등장해 문제 의식을 일으켜 줄 수 있기에 매우 환영하겠죠.

 그러나, 그것에 대한 양산들이 우후죽순처럼 따라나오는 순간 비극이 시작됩니다. 재미라는 당근에 의해 특정한 사상들이 반복적으로 제시하다보면, 구조 자체에 익숙해져 버리고 그 구조의 텅빈 자리에 그 어떤 컨텐츠가 슬며시 끼어들어도 별 생각없이 넘어가버리게 되거든요.


 지금 양판 소설들이라 분류되는 것들은 타인에 대한, 사회에 대한 무시무시한 생각들을 아무 꺼리낌 없이 구조 속에 집어넣습니다. 그 안에 뭐가 오든 구조가 재미를 보장하니까요.


 그리고 그 안에 들어가는 컨텐츠들은 주로 경쟁에서 남을 이기는 것, 타인을 짓밟으며 내 욕망을 실현하는 것, 타인의 고통을 모른 체 할 수 있는 것, 자기 스스로에 대한 무비판 등을 지향합니다.


 왜냐하면 그런 것들이 우리 사회에서 먹히는 컨텐츠이니까요. 재미 구조와 저런 것들이 합성되면 그야말로 잘 팔릴 수밖에 없다는 거죠. 그러니 양산됩니다. 양산되다보니 더욱 익숙해지고요. 익숙해지다보니 이해하기 편해집니다.


 그리고 우린 낯선 것들은 배척하고 싶어하죠. 드라마는 오로지 뻔하기 때문에 재밌는 겁니다. 가끔 신선한 드라마가 인기를 몰이한다고 반박하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실상은 이렇게 돌아갈 겁니다. 현실에 대한 치열한 고민 끝에 그것을 드라마를 그려내면 소수의 사람들은 좋아할 지 모르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싫어해요. 그려낸다 해도 재미 구조 속에서, 익숙한 컨텐츠로 그려내야 사람들이 좋아합니다. 그러다보면 원래의 치열한 문제의식은 다 증발해버리고 어느새 익숙한 문제의식으로 변질되어 버리죠.


 왜냐하면 이제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의 주장은 구조 자체에 대한 도전이 아니면 그 본연의 의미가 모조리 위성화되어 질서 속에 편입되어 버리거든요. 체 게바라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다니는 사람들을 생각해보세요. 저항의 상징조차 상품으로 팔릴 때에만 사회 구조 속에서 용인되는 것이죠. 그런 가벼움들 속에서 진정한 무거움, 진실됨을 찾아서 진짜 체 게바라 짓을 해버리면 그거야 말로 인생과 스토리 모두 다 ‘노잼’입니다.


 그리고 가장 큰 핵심적인 문제는 그렇게 순환되다보면 어느새 그런 특정 컨텐츠가 재미 구조 속에 편입되버린다는 겁니다. 그때는 정말 손도 써볼 수 없는 상황에 이르는 겁니다. 지금 제가 느끼는 장르 소설계가 그런 모양이고요.


 사람들이 양판의 미래를 걱정하는 건 그러한 점이 아닐까요? 단순히 양판이 잘나간다는 질투심 보다는요. 

 무엇이 인간 전체에 가장 이로운가를 정할 순 없겠지만, 어떤 것이 인간에게 굉장히 해롭다는 건 이미 인간의 역사에서 충분히 데여 왔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주전자가 벌게 진다면 손을 데지 않아야 합니다... 적어도 저는 절대 중세로 돌아가기 싫습니다.


Comment ' 14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4.06.16 19:14
    No. 1

    깊이가 없다는 게 문제가 되겠죠. 물론 재미가 첫 번째 조건이 되는 장르 문학계에서 깊이를 논한다는 것이 웃기는 일이 될 수도 있겠지만, 대중성, 상업성에 대한 지나친 걱정 때문에 자기 할 말도 다 하지 못하고 글의 흐름이 상업성에 전도되어 버리니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그 현실이 바로 지금의 장르문학이고요.
    양판 속에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다는 주장은 양판 속에 그려지는 인물들의 단순함에 대한 과도한 비약이 아닌지 걱정이 됩니다. 만약 그렇다면, 이미 양판이라 할 수가 없겠죠.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4.06.16 19:43
    No. 2

    인물의 단순함이 다수에게 공감받을 수 있는 구도가 된 걸 지적하는 겁니다. 그래서 그걸 발굴해 내어 사회에 유통시킨 첫 번째 양판은 양판이라 할 수 없는 대단한 작품이 되는거죠. 작가가 그걸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우리의 어떤 현상에 대해 파악할 기회를 제공했다는 것이니까요.

    깊이는 흥행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보장됩니다. 단, 그 양판식 구조의 첫 번째 작품에 대해서만요. 뒤샹의 변기 샘은 하나만 있으면 충분하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7 옴니버
    작성일
    14.06.16 19:15
    No. 3

    찬성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2 환산
    작성일
    14.06.16 19:45
    No. 4

    저도 동감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2 다훈
    작성일
    14.06.16 21:25
    No. 5

    당연히 중세는 아니지요. 두루말이 휴지도 없는데......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4.06.16 21:28
    No. 6

    중세까지 아니더라도 2~30년 전으로라도 되돌아간다고 생각해도 끔찍하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7 여루별
    작성일
    14.06.16 22:12
    No. 7

    공감은 느낌일뿐... 현실은 누구도 나서지 않습니다. 소설속 인물이 같은 사람은 생겨나지도 않습니다. 다들 먹고 살기 바쁘고 그런 사람보다 한단게 먼저 올라간 사람들이 밞아 버리고 들어오지 말라고 벽을 처놓습니다. , 그냥 뒤에서 그러지 말라고 시끄럽게 떠드는 사람들만 있을뿐이죠, 저도 비슷한 사람이겠죠 , 그러니 소설속에서라도 저런인물들이 자유롭게 하도록 놔두는것도 좋을것 같네요, 밖에서 괴롭히지 않고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4.06.16 22:31
    No. 8

    개인이 나서기엔 너무나도 그 개인에게 가해지는 불이익이 많아서 그렇더군요. 그만큼 우리가 여유가 없다는 거겠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0 水月猫
    작성일
    14.06.16 22:21
    No. 9

    솔직히 지금 양판은 대중과 너무 떨어져 있습니다.
    일본 애니메이션처럼 보는 사람만 보는, 그런 글일 뿐이죠.
    현재 상황은 쇠퇴라고 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0 지구주민
    작성일
    14.06.16 23:05
    No. 10

    양판소의 도덕성 상실이 가장 크게 글을 읽기 싫게 만들어요.
    예시1)주인공이 의사. 갑자기 얻게된 치유능력. 능력을 얻은 후 그냥도 치유 가능한 것을 여성기(가슴 등)를 통해서만 치유할 수 있다고 속이고 치료를 통해 이성을 흥분 시키고 분위기를 타서 잠자리를 함. 그렇게 잠자리한 여자들이 예뻐지고 주인공을 사랑함, 주인공은 혼자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휴먼다큐 찍고, 돈 엄청 벌면서 자기가 이쁘게 만들거나 원래 이쁜 여자를 계속 만나고 만날 때마다 사랑함. 더 중요한 건 그렇게 만난 여자1.여자2.여자3.여자4... 여자99명이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주인공을 공유.
    -> 여자 99까지는 열받아서 쓴거고 제가 읽은 최악의 양판소 스토리중 하나에요.
    정말 읽다가 분노했는데 하렘물이랍시고 인기가 많아서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의술한다고 하면서 그는 의사인가 강간마인가 저를 고민하고 분노하게 만들었지요.
    지금도 최악의 하렘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예시2) 최악의 찌질이 조폭 양아치가 죽어서 어린시절로 회귀. 회귀하면서 삶을 반성하면서 살게되고 자기 어린시절 악행의 증거들을 만나고 그걸 고치기 위해 고군분투 -> 워낙 최악으로 나오기 때문에 그러려니 했는데 집단성폭행 피해여성을 만나게 되는 에피소드에서 집단성폭행을 당한게 니가 강하게(?) 저항하지 않고 헤프게(?) 다녀서 그렇다는 대사보고.... 정신날아감...다시는 그 작가분 소설 자체를 보지 않게 됨
    예시3) 박정x, 전두x 을 은근히 찬양, 일제의식민지배에 대한 향수를 글에 드러냄 -> 얼마전에 재미있게 읽었던 이북작가님이 전작에 그런 글을 쓰신걸 좀 나중에 알게되서 정말 슬펐습니다. 이북 결재한 그 몇천원이 너무 아까웠구요. 그런 사람의 글에 돈을 쓴다는 것 자체가 치가 떨려서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4.06.17 00:26
    No. 11

    하지만, 정말 무서운 게 그런 게 바로 우리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원하는 욕망의 모습이란 거죠. 그러니 수요가 있고 출판이 되고...

    그게 반복되면 고정된 틀이 되겠죠. 지구주민님이 혐오하는 그런 구조가 '재미 구조'가 되는 순간 양산들이 폭발하겠죠. 예시 1의 의사의 자리에 상담사, 변호사 등을 넣기만 하면 쉽게 돈이 되니까요.

    그러다보면, 그런 재미 구조에 우리가 익숙해지게 됩니다. 그리고 그런 컨텐츠가 인기를 보장한다는 걸로 인증된다면, 언젠간 당당히 소설의 재미 구조로서 자리 잡게 될 것 같습니다.

    지금 우리가 우정과 사랑과 노력의 승리에 환영하는 것 대신에 하렘과 폭력에 의한 쟁취, 도박이나 혈연에 의한 승리에서 소설의 재미를 찾게 될 날이 올지도 모르죠.

    지나친 비약이기도 하고 그 모든 게 고작 판타지 소설 탓이란 건 아니지만, 현상을 본다면 이미 충분히 그렇게 변해버린 것 같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 귀차타자
    작성일
    14.06.17 14:56
    No. 12

    현재 양판소의 상황은 정체기라 봅니다.
    양적 성장의 측면에서 양판소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보시고 계시는 모양인데,
    이미 여러 사람들이 지적하신대로 그 수요층이 점차 매니악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의 물량 공세는,
    그 수요층이 더 좁아지기 전에 최대한 수익을 거두려는,
    전형적인 쇠퇴 사업의 특징이죠.

    우리나라 사람들이 책을 안 읽는다고 말씀하시기 전에
    한 번 '대중'이 이용하는 인터넷 쇼핑몰에 가 보세요.
    베스트 셀러라고 뜨는 책들을 보세요.

    판타지가 처음부터 장르 소설에 속하는 분야는 아니었습니다.
    질적 성장을 등한시 했기에 '대중'의 관심사에서 점점 멀어진 겁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4.06.17 21:19
    No. 13

    말씀하시는 거엔 동감하지만, 제 의견에 대해선 많이 오해하신 것 같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3 tulip642..
    작성일
    14.06.18 23:36
    No. 14
    비밀댓글

    비밀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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