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한담

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작성자
Lv.18 시우(時雨)
작성
14.01.18 23:08
조회
4,615

소설과 전혀 상관없는 책을 읽다가 여기 소개하고 싶은 대목이 있어서 옮겨 봅니다. 

인류가 여성에 대해 품어온 편견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언급된 반쯤 농담같은 내용입니다.

장르 소설에 대한 이야기도 아니고 요즘 이야기도 아니지만(20세기 중반에 쓰였음) 그렇기에 오히려 시공을 초월하는 보편성이 있는 것 같네요.

여성 소설가에 대한 얘기는 막장 드라마 작가들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래서 글 쓰는 사람들은 한 번쯤 생각해 볼만한 이야기인 것같습니다.

러셀 자신도 이걸 절대적인 법칙으로 제시한 건 아닙니다.



=========


여성을 철저히 불합리하게 대하는 각 성별의 태도는 소설에도 나타나는데, 특히 형편없는 소설에서 잘 드러난다. 남성 작가가 쓴 형편없는 소설에는 작가 자신이 사랑하는 여성이 나온다. 이러한 여성은 보통 온갖 매력을 다 지니고 있지만 살짝 연약하기 때문에 남성에게 보호받을 필요가 있다. 그러나 때로는 셰익스피어 작품에 나오는 클레오파트라처럼 울화 섞인 증오의 대상이자 속속들이 악독한 인물로 그려지기도 한다. 여주인공을 묘사할 때 남성 작가는 관찰한 결과를 쓰는 대신 자기가 느끼는 감정을 구체화한다.

(중략)

여성 소설가 또한 책에 두 종류의 여성을 그린다. 한 부류는 그들 자신을 상징하는데 이들은 아름답고, 친절하고, 악한 자들에게는 욕정의 대상이고 선한 이들에게는 애정의 대상이며, 사려 깊고 고결하지만 늘 사람들의 그릇된 판단에 상처를 입는다. 또 한 가지 부류는 다른 모든 여성을 상징하는데 이들은 보통 소심하고, 쉽게 앙심을 품으며, 잔인하고, 기만적이다. 여성을 편견 없이 판단하기란 남성에게도 여성에게도 쉽지 않은 일인 듯하다.


- 버트란드 러셀, <지적 쓰레기들의 계보> 중



Comment ' 10

  • 작성자
    Lv.40 지하™
    작성일
    14.01.18 23:10
    No. 1

    버트런트 러셀 책 보다보면 인문학적 지평이 확장되는 건 좋은데, 장르 문학에는 좀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0 지하™
    작성일
    14.01.18 23:10
    No. 2

    야생의 사고같은 건 정말 훌륭합니다만, 그런 걸 장르에 잘 녹이시는 분은 카이첼님 정도?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8 시우(時雨)
    작성일
    14.01.18 23:12
    No. 3

    하지만 장르 소설도 엄연한 소설이니까요.
    야생의 사고는 레비스트로스로 알고 있는데, 러셀도 동명의 저술이 있는지는 몰랐네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40 지하™
    작성일
    14.01.18 23:17
    No. 4

    레비스트로스가 맞슴다. 제가 갠적으로 좋아하지여.

    러셀의 이야기였다면 댓글을 나눠달지 않았겠졈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0 역주행
    작성일
    14.01.18 23:11
    No. 5

    책 제목부터가 압권이네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8 시우(時雨)
    작성일
    14.01.18 23:14
    No. 6

    "인기없는 에세이" 라는 제목의 에세이집에 수록된 에세이 한 편 제목입니다.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아르제크
    작성일
    14.01.18 23:14
    No. 7

    그런데 저렇게 하는 게 인기가 많아지는 방법이라니 씁쓸하죠...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8 시우(時雨)
    작성일
    14.01.18 23:28
    No. 8

    그러게요. 러셀이 말하는 "형편없는 소설"이 최소한 "판매고가 형편없는 소설"은 아닌 모양입니다. ㅎㅎ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2 유상
    작성일
    14.01.19 00:26
    No. 9

    어, 러셀을 문피아에서 보니 한가지 생각나는 게 있네요ㅋㅋ
    이 글과 다른 주제이긴 한데, 이 분의 다른 책 '나는 무엇을 보았는가'에서 문장을 일부러 여렵게 쓰는 사람을 비꼬는 부분이 있었는데 저는 그 부분이 참 공감이 갔었죠ㅎㅎ 이 문제는 장르소설뿐 아니라 글 쓰는 사람들이 꼭! 생각해 보았으면...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진자시계
    작성일
    14.01.19 21:37
    No. 10

    우왕~ 이거 공감 가네요. 대부분의 습작은 이 룰을 따르는것같아요.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연재한담 게시판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추천
133595 알림 [청마대전] 1월 연참대전 8일차 중계 +9 Lv.27 글렁쇠 14.01.19 2,673 0
133594 한담 글 쓸 때 가장 힘든 거 +15 Lv.31 달빛물든 14.01.19 4,847 0
133593 추천 추천 먹어 두 번 먹어. <알라사의 대영주> (... +22 Lv.18 꿈의도서관 14.01.19 9,356 0
133592 한담 안드로메다 어디까지 진행됐나요? +10 Lv.48 메덩메덩 14.01.19 2,941 0
133591 알림 Two Face 수정했습니다. Personacon 양사(樣師) 14.01.19 3,637 0
133590 추천 연유훈님의 자유연재 소설인 미르 +1 Lv.12 쌈장충 14.01.19 5,308 0
133589 한담 조지.R.마틴 '왕좌의 게임' 과 국내 양판소에 대한... +20 Lv.21 불가불계 14.01.19 4,856 0
133588 한담 레퍼토리의 한계 (1) +17 Lv.1 아트미스 14.01.19 4,654 0
133587 한담 초식이름이 문제네요. +21 Personacon 사기(士奇) 14.01.19 3,608 0
133586 한담 작업하실때 어떤 프로그램을 사용하십니까? +8 Lv.1 달빛변주곡 14.01.19 6,077 0
133585 추천 prosperity님의 타이탄 인게이지 +3 Lv.49 늘벗 14.01.19 6,523 0
133584 홍보 [퓨전/판타지]카드귀환록홍보합니다. +1 Lv.12 쌈장충 14.01.19 3,854 0
133583 한담 고비를 넘기는 게 가장 어렵겠지요 +5 Lv.10 란필 14.01.19 4,839 0
133582 한담 대체 역사물에서 가장 아쉬운 것은 +18 Lv.31 달빛물든 14.01.19 3,971 0
133581 한담 이번엔 추천수도 반토막. +16 Lv.31 달빛물든 14.01.19 3,017 0
133580 한담 글을 쓸 때 주제를 잡고 쓰시나요? +7 Lv.50 궤도폭격 14.01.19 3,501 0
133579 한담 적당한 분량은? +27 Personacon 사기(士奇) 14.01.19 3,930 0
133578 추천 겨루님의 천년대제 +15 Personacon 霧梟 14.01.19 5,743 0
133577 추천 이계귀환님의 이계귀환전 +6 Personacon 霧梟 14.01.19 5,993 0
133576 추천 카이첼님의 양판작가이야기 +2 Personacon 霧梟 14.01.19 4,196 0
133575 한담 출판시장의 어려움, 원인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44 Lv.21 불가불계 14.01.19 5,237 0
133574 한담 이번 연참대전 참가한다고 해놓고 탈락해서 죄송합... +1 Lv.60 정주(丁柱) 14.01.19 3,297 0
133573 홍보 [판타지] '해병(Marine)' 홍보합니다. +9 Lv.11 역전홈런 14.01.19 4,164 0
133572 추천 Whitebean님의 "바람과 별무리" +18 Personacon 水流花開 14.01.19 5,363 0
133571 한담 무책임한 유료연재...? +6 Personacon 통통배함장 14.01.19 5,545 0
133570 한담 밑에 연재 중지 하고 싶다는 분들이 생겨 매우 안... +6 Lv.60 유위저변 14.01.19 3,554 0
133569 한담 밑에 계약금 이야기 나와서 하는 말인데요 +2 Lv.3 얼가니 14.01.19 4,189 0
133568 알림 연참대전 참가작 재목 수정 알림 입니다. +2 Lv.60 유위저변 14.01.19 3,030 0
133567 한담 저도 연재 중지 생각하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2 Lv.35 초아재 14.01.19 4,685 0
133566 한담 연재중지 생각하고 있습니다.. +7 Lv.5 슈퍼야옹맨 14.01.18 5,186 0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