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한담

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작연/무협]검은 꽃에 지고

작성자
Lv.6 풍백(風伯)
작성
13.12.04 23:31
조회
5,140

무료하구나. 무료해.
이 무료함을 무어로 달랠까?
무공은 더 이상 흥이 나질 않는구나. 검을 들어 어두운 하늘을 가르니 둥근 달이 단번에 반쪽이 나고, 길게 꼬리를 물고 늘어지는 하얀 섬광에 혼이 빠지고 넋이 나가누나.
강호에 누가 있어 그 같은 경지에 올랐을까?
나이 열다섯에 검기를 다루고, 겨우 스물셋에 검강을 작대기 휘두르듯이 썼더랬다. 중년이 되기 전에 내공이 삼 갑자에 달하니, 인간이되 인간이 아니었다.
구대문파의 으뜸이요, 태산북두(泰山北斗)라는 소림사(少林寺)의 각원대사를 십 초식 만에 패퇴시키고, 팔대세가의 수장이라는 남궁세가(南宮世家)의 남궁호우를 단 삼 초식 만에 꺾었다.
이후로 구름떼처럼 덤벼드는 무인들을 상대하매 칼질을 두 번 이상 하지 않으니, 사람들이 마검(魔劍)이라 부르며 두려워하는구나.
도대체 삶이 무엇이고, 죽음이 뭐더냐?
칼을 들었으면 자신도 죽을 각오가 되어 있다는 뜻이 아니더냐?
죽음이 두렵걸랑 칼은 던져두고 곡괭이로 밭이나 갈아라.
천상천하(天上天下) 유아독존(唯我獨尊)!
홀로 유유자적 피의 길을 걸으니 강호가 시산혈해(尸山血海)를 이루는구나.
한데 어찌 그것이 사람을 잡아당기누. 그것이 과연 존경받을 일이던가? 선망이 되던가?
휘두르는 검을 따라 사람들이 모여들어 숭배를 하니, 그것이 마교(魔敎)의 시초라, 하, 우습구나. 우스워.
강함을 숭배한다면서 어찌 무리를 이루려는 게냐?
어리석도다. 우매한 자들아.
노년에 십만의 무리들이 따르니 그 성세가 강호에서 제일이라, 대적할 자들이 없다.
죽음이 다가오는 것을 보고 그간 살아온 생을 돌아본다. 후회로구나. 안타깝구나. 불쌍타.
한길만 보고 달려온 덕에 많은 것을 얻었지만, 또한 많은 것을 잃었다. 사람의 삶이 어찌 이리 각박하더냐? 어찌 이리도 건조하더냐?
가뭄에 갈라진 논바닥 같아서, 보기조차 흉물스럽다.
이제 눈을 감으니 그 후회도 끝이라 여겼건만, 그것이 또 다른 시작이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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