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소설이 재미있는가?“ 에 대해서는 전 세계 사람의 수만큼 다양한 의견이 나오겠지만, “잘 쓴 소설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는 그리 많지 않은 답이 존재한다.
잘 쓴 소설은 첫째로 재미가 있어야 한다. 재미가 없는 소설은 사람을 끌어들이기 힘들다. 물론 공부의 의미에서 고전을 읽으며 그 책을 선택한 많은 사람들을 과시할 수도 있지만, 명심해라 그 시절에는 그 시절의 재미가 있고 현재에는 현재의 재미가 있다. 그렇다면 재미있는 소설이 잘 쓴 소설인가?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우리는 문피아의 유료 베스트만 보더라도 그것이 절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재미만 있는 소설은 순간적인 인기는 끌 수 있겠지만, 두고두고 읽히는 글이나 손에 꼽히는 글이 되는 것이 불가능하다.
두 번째 조건은 바로 “장치의 활용도”이다. 소설 속에는 무수한 트릭이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작가는 복선을 사용해 사건을 암시하며 독자들을 기대하게 만든다. 이러한 복선은 너무 숨긴다면 아는 사람이 적어 의미가 없겠지만, 너무 노골적이면 김이 빠지는 문제가 생긴다. 어느 정도 찾기는 쉽되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하지 못하게 하는 복선은 실제로 전지적 독자 시점에서 가장 많이 쓰는 소설적 기법이다. 이러한 소설적 장치는 작가 혼자 소설을 만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독자들 스스로가 작품에 참여한다는 느낌을 주어 상호작용하는 느낌을 준다. 이러한 소설 속 장치를 잘 활용하는가 못하는가가 작가의 노력과 실력을 가늠하게 해준다. (이외에도 개연성, 캐릭터성이나 필력 등 여러 가지가 존재하지만 생략한다)
이 작품은 작가의 내공을 짐작게 한다. 소설 속 장치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소설 속 설정에 대해서 설명하는 것을 입으로 줄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소설 속 인물이 “린이지?” 라는 말을 하는 순간 우리는 소설을 현실로 가져와 이해케 된다. 또한, 주인공의 선택과 분기점들로 인해서 죄와 복선들이 발생하며 그것이 미래에 자연스럽게 활용하는 것 또한 훌륭하다. 작가는 이 소설을 설명하는 데 있어 재난, 헌터, 정치라는 카테고리로 묶어냈지만, 소설의 본질은 생존물에 가깝다. 장애를 가진 주인공이 극한의 상황에서 미약하지만, 힘을 얻고, 살아남기 위해 선택을 하며 많은 것을 포기하게 되는 장면은 “좀비버스터”나 “나는 아직 살아있다”를 떠올리게 한다. 이는 작가가 소설을 대하는 방식에서도 나타나는데, 작가는 소설 속 내용을 현실과 떨어뜨려 놓으려 하지 않는다. 국회의사당 탈출 후 요트 신에서 김 기자가 일어서는 장면 전후의 심리묘사는 현대를 살아가며 많은 정보로 인해서 순수하지만은 않은 우리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러한 장치들의 활용은 작가의 내공이 결코 얕지 않다는 것을 확인시켜준다. 만약 당신들이 마이너한 생존물을 좋아한다면, 이 작품은 놓쳐서는 안될 것이다.
하지만 이 소설 또한 아쉬운 점이 너무 많다. 첫 번째는 플랫폼의 문제이다. 유료베스트만 보더라도 소설 속으로 들어가고,S급,환생,전생,만렙,사상최강등 제목부터 현실과 동떨어진 작품들이 많다. 이런 미친 컨셉들은 문피아의 수요층이 생존물을 선호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두 번째는 아쉬운 주인공의 캐릭터성이다. 주인공에게 청년정치인의 속성을 부과해 나름 철혈의 이미지와 위트있는 모습을 섞어 무거운 소설 내용을 가벼운 것처럼 속여내고 있지만, 그 정도가 너무 과하다. 27살밖에 안 된 주인공이 미쳐버린 현실을 받아들이는 방식은 마치 우리 독자들이 제4의 벽 뒤에서 현실을 받아들이는 느낌을 줄 정도이다. 다른 인물들과 주인공의 다른 속성들은 수준급으로 묘사하고 있지만, 이러한 단점이 남아있다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수준급 작가와 아쉬운 마이너한 장르선정. 머지않아 유료화될 작품이지만, 크게 성공하기는 어려운 작품이다. 만약 당신이 생존물을 선호한다면, 이 작품은 읽어볼 가치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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