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소설은 특히 인터넷에서 연재되는 장르 소설들은 쾌감을 위해 특화된 글입니다.
그리고 연재 사이트마다 다르겠지만, 문피아에서는 그 쾌감이 카타르시스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현실에서 내가 할 수 없는 무언가, 내가 당해왔던 무언가를 대신 해주는 갑의 위치에 선 주인공의 모습을 보며 우리는 소위 말하는 ‘사이다’를 느낍니다.
역설적이게도 대부분의 문피아의 ‘장르소설’에게 ‘장르’는 이 사이다를 새로운 방법으로 보여주는 수단으로만 쓰입니다.
사상 최강의 보안관의 기본적 장르는 SF입니다.
SF는 현제에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을 진보된 과학이라는 것을 그럴 듯하게 사용하여 독자가 실제로 있을 법한 이야기로 생각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이 때문에 SF는 매우 어려운 장르입니다. 또한 이야기의 진행을 위해서 SF와 디스토피아적 사회관을 섞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일부 독자들을 포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단점들을 넘어서까지 SF가 마니아층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SF가 독자들에게 미래에 대한 호기심과 불안감, 궁금증과 기대감을 주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야기가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그 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철학적인 내용을 자연스럽게 내포하게 된다는 점도 SF의 매력 중 하나입니다.
이러한 장점들을 사상 최강의 보안관은 매우 적절하게 사용하고 적용합니다.
초반 에피소드들의 단편적인 내용들은 ‘돈이 궁해진 연방보안관, 알렌 스트라우스에게 의뢰가 들어오면 그 일을 해결한다.’라는 간단한 내용입니다.
하지만 그 속에서 작가는 인간의 모순, 정신, 본질과 같은 철학적인 내용을 다루고 그에 대한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중간 중간마다 나오는 크리스트교적 유희와 내용들은 신을 인간에게 끌어내림으로서 종교의 본질과 효용성, 무가치성에 대한 생각을 할 수 있게 해줍니다.
사실상 이런 생각들 없이 서사만을 따라가며 즐겨도 되는 소설이지만, 지적 허영을 즐기며 이를 지적 유희라고 명명하는 저에게는 이러한 장점들은 버릴 수 없는 부분이었습니다.
이 글의 다른 장점은 버리는 스토리와 버리는 인물이 없다는 점입니다.
장르 소설의 특성 상 복선을 사용하기는 매우 힘듭니다.
그렇기에 그 인물에 대한 에피소드가 지나가고 나면 주인공을 제외한 대부분의 인물과 스토리는 잊어도 별 상관이 없습니다.
하지만 사상 최강의 보안관에서의 스토리와 인물들은 다릅니다. 해결 된 듯 한 이야기가 연쇄작용을 일으키고 그 속에서 인물들은 변화하며, 변화한 인물들은 새로운 스토리를 만들어냅니다.
모든 스토리와 인물들은 작가가 원하는 결말이라는 탑을 쌓기 위한 없어서는 안 될 벽돌입니다.
이 벽돌이 모여 한 파트를 완성시켰을 때, 그 모습을 보는 쾌감은 카타르시스에 절대 지지 않습니다.
너무 무거운 소설인 것만은 아닙니다.
이 소설의 가장 큰 장점은 SF라는 힘든 장르를 웹소설을 읽는 독자들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도록 진입장벽을 낮췄다는 것입니다.
또한 인물과 인물 사이의 만담은 이 어두운 SF세상에서도 행복과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는 장치로 작용합니다.
이 만담이 호불호가 갈리지만 이 만담이 없다면 정말 무거운 세계관에서 일어나는 무거운 사건들에 무거운 서사를 가진 인물들을 감당하기는 아마 힘들었을 겁니다.
장르 소설을 오랫동안 읽었다고 하기에는 저보다 훨씬 많이 읽으신 분들이 많겠지만 개인적으론 여태까지 제가 봐 온 한국 장르 소설 중 가장 장르의 특성을 잘 살린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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