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사람들이 소설을 읽을 때 크게 세가지를 중요시한다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는 문장 묘사입니다. 똑같은 말이더라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느낌이 달라지며, 작가님들 마다 표현하는 방법이 제각각입니다. 그래서 같은 내용, 주제를 다룬 소설이더라도 집필한 작가님이 다르다다면 느끼는 감동, 재미가 다릅니다.
두 번째는 공감입니다. 독자들은 작품 속 캐릭터들에게 자신들을 투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감정이입이라고도 하죠. 그 캐릭터들이 겪는 상황과 감정이 얼마나 보편적인가? 내가 얼마만큼 공감할 수 있고 이해할 수 있는가? 독자의 공감을 쉽게 얻어낼 수록 그 소설은 읽고 싶어집니다.
세 번째는 재미입니다만... 사실 어떻게 불러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이 ‘재미’는 좁은 의미에서 파악하자면, ‘공감’과는 정반대의 특징입니다. 예를 들자면, ”무능력한 주인공이 어느 날 각성하여 강력한 몬스터들을 잡고, 종종 자신을 깔봤던 사람들과 방해하는 사람들을 때려 눕히면서 명성을 얻는다“ 라는 소설이 있을 때, 독자들이 이 소설을 좋아하는 이유는 ‘무능력한 주인공’이라기보다 ’각성한 주인공이 강력한 몬스터들을 잡고, ....사람들을 때려 눕히기’ 때문일 가능성이 큽니다. 이 장면은 독자들의 공감을 얻어내기 보다는 어떤 재미나, 만족감을 주는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죄송합니다. 서론이 길었습니다. 이제 본론으로 넘어가겠습니다.
먼저 작품의 내용부터 살펴보자면, 별거 없습니다. 한 실패한 천재 작가가 첫 소설을 냈던 그 때로 돌아가서 다시 소설을 쓰기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위대한 소설가’라는 작품은 솔직하게 말해서 ‘문장 묘사’의 부분에서 매력적인 점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대부분의 장르소설이 그렇듯, 이 소설의 문장 묘사도 평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이 소설이 매력적이라고 느꼈던 것은 나머지 두 요소에서였습니다. 공감과 재미. 더 자세하게 표현하기 위해 키워드를 뽑아 내자면 “천재”와 “소설가”입니다.
-천재
저는 어렸을 때부터 천재가 되고 싶었습니다. 제가 오랫동안 고민한 것을, 눈 깜짝할새에 답을 도출해내는 족속들을 보며 열등감을 느꼈죠. 그들의 능력이 노력에서 비롯된것인지, 재능인지에 대해서는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그들은 할 수 있었고 저는 하지 못했다는 점이 중요했습니다. 아마 이것은 저 뿐만이 아니라 다른 분들도 같은 감정을 느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천재라는 소재가 저에게는 매력적으로, 재미있게 다가왔습니다. 그런데 사실 다른 장르문학 소설에서 이 소재는 널리고 널렸습니다. 아니 이런 소재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그건 장르문학이라 부를수 없을 겁니다. 그럼에도 이 소설에서의 “천재”가 제게 다가왔던이유. 그것은 그 천재가 “소설가”였기 때문입니다.
-소설가
장르문학에서 천재에 대한 표현은 쉽습니다. 같은 것을 배우는데 얼만큼의 시간이 걸리느냐에 따라 재능의 차이가 결정됩니다. “마법을 배웠는데 한달만에 1서클! 2서클!”, ”무공을 배웠는데 하루만에 단전에 내공이!“. 우리가 사는 세계에는 이런것들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왠지 공감하기가 어렵습니다. 다만 소설 속 설정이 그렇다고 하는것을 받아들일 뿐입니다.
그런데 “소설”이라는 소재는 다릅니다. 많은 분들이 한 번씩은 써보셨을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잘 압니다. 훌륭한 작품을 만드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물론 이것도 ‘소설을 썼더니 베스트 셀러가 되었더라 와우!’ 하는 식으로 표현할 수 있지만, 이 소설에서는 그러지 않습니다. 일단 주인공이 소설을 쓸 때 선정하는 소재들. 그리고 그 소재들을 설명하는 것부터 남다릅니다. 감탄사가 절로 나옵니다. 소설을 읽으실 때,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생각을 하시면서 읽으신다면 정말 재미있으실겁니다.
제가 아직도 생각나는 인상적인 한 장면을 예시로 들겠습니다. 주인공의 동아리인 문예부에서 독특한 선배가 한 명 있습니다. 문예부인데 그림을 그리는 학생입니다. 그런데 혼혈입니다. 어느날 선생님께서 교실내에 있는것들을 말해보라는 과제를 내주는데, 주인공이 하는 말이 압권입니다. 다른 학생들은 펜이나 종이 같이 단순히 유물론적인 것들을 말하는 데서 그칩니다. 저라도 그랬을 겁니다. 그런데 주인공은 더 나아가 감정, 시선과 같이 관념적 개념들까지 말합니다. 이렇게 까지 생각을 넓힐 수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던 장면이었습니다.
소설을 즐기는 한 가지 방법을 더 말씀드리면서 마무리 짓겠습니다. 그것은 “작가님의 문학적, 인문학적 소양 즐기기” 입니다. 단순히 ‘라노벨스럽다’라고 치부하기에는 너무 깊은 작가님의 소양은 정말로. 소설에 빠져들수 밖에 없게끔합니다.
글을 너무 길게 쓰는 사람은 글을 못쓰는 사람이라 했는데, 딱 제꼴인 것 같습니다. 못난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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