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글쎄..과연 우고 디폰테 일까? ㅋㅋ
작품명 : 시식시종
출판사 :
시식시종은 소설에서 흔히 나오는 독이 들었는지 먼저 음식을 맛보는 시종의 자서전이다. 시식시종이란 직업은 딱히 힘든 일을 하지 않고 영주 곁에 붙어있어 편해 보이지만, 이 이야기의 배경인 중세 이탈리아에서는 영주의 독살이란 정말 흔한 것이니 아마 엄청난 심적 부담감을 지니고 살았을 것이다.
이야기 내에서도 시식시종들의 대화에서 그들 모두가 성자의 뼛조각이나 유니콘의 뿔, 마법의 돌(사실은 염소똥)같은 부적을 가지고 다니며 미신에 약한 모습을 보이며 불안감 속에 살고 있는 것을 묘사한다.
하지만 이 이야기의 저자(영역자의 말에 따르면 ㅋ)이며 주인공인 우고 디폰테는 하느님께 기도만 하는 다른 무기력하고 무지하기만한 시종들과는 다르다.
아무 교육도 받지 못하고 양떼들과 붙어먹기나 하던 농노의 자식에 불과하지만 첫눈에 반한 아내 엘리사베트가 세상을 떠나며 남긴 소중한 딸과 자신의 삶과 사랑을 지키고자, 이 감정풍부하고 꾀많고 눈치빠르고 배짱있는 사내는 난폭한 영주 페데리코와 그 아래 숨죽이며 사는 개성있는 정신들(요리사, 의사, 서기, 천문학자 등등) 틈에서 모험이라 칭할만한 사건들을 겪으며 삶을 헤쳐나간다.
때로는 과민하게 느껴지는 육감으로 때로는 초식동물 같은 예리한 관찰력으로 요리조리 독이든 음식을 피하며 영주의 신임을 얻고, 요리사에게 얻어맞던 언제 죽을지 모르는 하루살이 시식시종에서 영주의 정신들이 동급으로 대우해줄 정도의 지위로 나아가는 전개가 우고의 일기라는 형식으로 재치있게 묘사된다.
딸에 대한 우고의 사랑과 삶을 결코 포기하지 않는 우고의 신앙같은 집념 사이사이에 중세 이탈리아의 다양한 요리들, 연회의 모습, 적나라하고 냄새나는 귀족들의 일상, 요리사, 병사, 염탐꾼, 악마숭배자, 하인, 사제, 농노들에 대한 묘사 등도 읽는 재미를 준다.
책을 덮고나자 마치 한편의 연극을 본 것 같은 후련한 여운이 남았다.
판타지를 쓸려고 중세에 대해 공부하는 마음으로 지루한 책 몇번 읽다 던진 분들에게 강추할 수 있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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