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하지은
작품명 : 얼음나무 숲
출판사 : 노블레스 클럽
하지은 작가님의 얼음나무숲은 평소에 음악을, 또 클래식을 좋아하고 즐겨듣는 입장으로서 이 소설은 감동적이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내가 지금까지 봐왔던 우리나라 환상문학 중 최고의 책이었습니다.
이 소설을 인터넷에서 처음 접했을 때의 벅차오르는 감동은 말로 형언 할 수 없을 정도의, 가슴이 터지지 않는 것이 도리어 이상할 정도의 환희였습니다. 하지만 책으로 읽었을 때는 그런 감동을 느낄 수는 없었지만 재미있게 읽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또 인터넷상으로서는 볼 수 없었던 뒷이야기가 아련하게 내 마음을 두드리기도 했습니다.
역시 감동은 일회용이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감동은 처음 느낌 그대로 간직할 수 없는 것입니다.
또 보통 책을 읽다보면 말도 되지 않는, 도리어 짜증을 불러일으키는 결말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데 이 책의 결말은 깔끔하기도 해서 마음에 들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 소설에서, 글이란 도구로 표현되어 있는 음악들을 나는 마음 깊이 진정으로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미술과 달리 음악은 굳이 귀로 듣지 않아도 이해 할 수 있고, 또 즐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런 생각을 강하게 가지게 된 것이 ‘피아노 숲’이라는 만화책과 이 소설을 통해서 입니다.
미술은 아무리 그래도 시각적인 것이 아닌, 다른 것으로 온전히 다 표현해내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음악은 굳이 청각으로 들을 수 있는 무엇인가로 표현되지 않아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직접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아예 들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말입니다.
이 소설은 우리나라에서 - 다분히 내 견해이지만 다시 읽어도 가치 있는 얼마 되지 않는 환상문학이기도 했습니다.
이 소설은 아나토제 바옐이라는 사람과 고요 드 모르페라는 사람이 주축이 되어 일어나는 음악에 얽힌 비극적인 이야기, 애증이 뒤 섞인 끔찍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아나토제 바옐은 드 모토베르트(에단에서 음악가가 지닐 수 있는 최고의 칭호)가 될 정도로 천재적인 바이올리니스트였으며, 고요 드 모르페는 피아니스트이자 그의 단 한명의 청중이 되기를 원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아나토제 바옐은 단 한명의 청중을 찾기를 원하고, 고요 드 모르페는 그의 단 한명의 청중이 되기를 원했던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그것이 이 책에 들어나 있는 모든 이야기의 교차점이자, 또 비극 중의 비극이지 않았나 하는 생가도 듭니다. 그리고 얼음나무 숲의 저주가 깨어났을 때, 그 저주가 사라질 때도…… 그 둘의 그런 관계는 변하지 않았음에도 결국은 변하게 된 그것이 이 책을 아련하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음악의 도시 에단. 그리고 음악가가 지닐 수 있는 최고의 칭호, 드 모베르토. 그리고 얼음나무 숲의 진실과 거짓.
바옐의 단 한명의 청중이 그에게 주었던 상처, 그리고 증오.
점점 변하는 음악의 시대 등이 내 눈을 이 책에서 돌릴 수 없게 했습니다.
그것은 사람의 인생처럼 활활 타오르다가 사라져가는 음악의 정열이기도 했습니다. 그것은 얼음나무 숲에서 울려 퍼지는 여명의 소리이자, 얼음나무 숲 그 자체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태동.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아나토제 바옐과 고요 드 모르페의 음악이었습니다. 그것은 아름다운 화음, 필요에 의한 불협화음. 그리고 조화였습니다.
바옐의 섬세하고도, 날카로운 아름다운 바이올린 소리와 오직 바옐만 바라보았던 한 피아니스트의 순수가 지금도 내 귓가에 울려 퍼집니다.
그것은 한 편의 잘 짜여진 필연이었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나에게 최고의 음악을 - 물론 나에게 최고의 음악이란 이 음악 외에도 많지만 -들려 준 아나토제 바옐과 고요 드 모르페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그리고 언젠가 나도 음악에 관련된 소설을 적는다면 바옐과 고요에게 헌정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습니다.
내 생애 최고의 음악가들 중 두 사람이었으며, 영원히 잊지 못할 책 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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