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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에 관련된 감상을 쓰는 곳입니다.



작성자
Lv.29 스톤부르크
작성
11.09.12 23:37
조회
2,066

작가명 : 타카기 아츠시

작품명 : '나나코'의 시나리오 1권 ~N의 비극과 묶여버린 나~

출판사 : 대원씨아이 NT노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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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나코’가 느닷없이 3년 전 사고는 “사건이었다” 고 주장한다. 그것은 병상의 내게는 이미 검증 불가능한 추리였지만 내 기억은 자연스럽게 3년 전으로 날아갔다. 그러고 보니 그 무렵 너는 의외로 음흉했었지―.

‘나나코’가 이야기하는 정보의 단편은 어째서인지 그녀가 진범인임을 나타내기 시작한다. ‘나나코’가 파헤치려 하는 진상이란 대체?! 사랑스러운 웃음 아래 작은 악마 같은 독선이 번뜩이는 전혀 새로운 타입의 여주인공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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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추석을 맞아 휴가나온 해군 병장입니다. 예전에 말했던 대로 지금부터 차분하게 여유를 가지고 복귀일까지 꾸준이 밀린 감상글들을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정말이지 '쌓여' 있기 때문에 어디까지 가능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그나저나 그 수많은 책들 중에는 무미건조하게 읽고 치운것도 있으며, 다 읽은지 한달은 지나서 이제 내용도 가물가물한 것조차 있습니다만 그 중에서 고르고 골라 '첫 감상글'로 마련한 것은 이 책. NT노벨 7월 신간 중 하나.

'나나코'의 시나리오 ~N의 비극과 묶여버린 나~ 입니다.

이유?

재밌어요.

***

이 책은 작가인 타카기 아츠시의 데뷔작으로, 제 13회 카도가와 학원소설 대상 우수상 수상작입니다.

일본의 출판사인 카도가와 쇼텐의 일반적인 '라이트노벨' 신인상이라고 하면 따로 '카도가와 스니커 대상'이 존재합니다. 제가 알고 있는 또 다른 '학원소설 대상' 수상작으로는 타키모토 타츠히코의 '네거티브 해피 체인 소 에지'가 있습니다. 타키모토의 또 다른 대표작으로는 'NHK의 어서오세요!'가 있지요.

'네거티브~'도 'NHK~'도 라이트노벨이 아닌 일반 서적이지요. 한국판은 커버도 하드커버고. 뭐, 작풍이야 라이트노벨에 가깝다고 보겠지만.

어쨌거나 '라이트노벨'로 작성된 글이 아니기 때문에 책의 전체적인 진행과 문체는 매우 차분하고 탄탄합니다. 첫 도입부에서 '나나코'의 특이한 증세와 그 주변환경을 설명하는 차분한 설명조의 문구는 단숨의 독자의 시선을 잡아끄는 힘이 있습니다.

***

3년 전 방과 후 사회준비실에서 일어난 사고.

단 한순간, 작은 일련의 사고.

단지 그것만으로 우리는 잃어버리게 되었다.

─목숨과 이름과 몸의 자유를.

***

표지와 홍보문구에서 광고하는 '새로운 타입의 히로인', '전율의 히로인', '약간 음흉한 그녀' 따위의 문구를 보고 "러브코미디?"하고 고개를 갸웃거릴 당신.

잘 못 생각하셨습니다. 전혀 아니에요.

이 책은 상당히 한 소년과 한 소녀 사이에서 일어나는 심리전을 다룬, 본격적인 미스테리 스릴러에요.

***

주인공인 '츠보테'와 히로인인 '나나코'는 현재 상당히 특이한 상황에 빠져 있습니다.

우선 츠보테는 '3년 전- 초등학생 6학년 시절의 사고'로 인해, 전신 마비로 입원중입니다. 움직이거나 말을 하는 것은 물론, 눈 조차 깜빡거릴 수 없이 흐리멍텅한 표정을 짓고 있을 뿐. 그 어떤 의사표현도 불가능한 상태로 오로지 의식만이 또렷하여 주변인물의 말을 오로지 듣고, 생각할 수 있을 뿐입니다.

'나나코'는 3년 전의 사고로 '자신의 이름을 듣거나, 그것을 연상시키는 문구를 듣게 되면 고통스런 발작으로 날뛰게 되는' 특이한 트라우마성 병세를 앓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본명을 버리고 '나나코'라는 새로운 이름을 사용하며 살아가고 있지요.

나나코는 주인공의 병실에 3년동안 주말을 제외하고는 꾸준히 나와 그녀가 그날 하루 겪었던 일들을 정리해 들려주며 간병을 하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아무런 반응도 하지 못한체 그런 나나코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녀에 대해 생각하지요.

이렇게 3년 동안 대답없는 교감을 나누며 차분하게 계속되오던 이 '일상'은, 어느 날 갑자기 나나코가 꺼낸 말에 의해 변화하기 시작합니다.

"난 그 사고는 사건이라고 생각해."라는 단 한 문장으로 인해.

***

나나코가 주인공에게 하는 것은 그저 '이야기'를 하는 것 뿐. 주인공이 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생각'하는 것 뿐. 3년 전의 추억과, 나나코가 들려주는 '이야기' 속에서 주인공은 끊임없이 생각합니다.

3년 전 그날,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는가

나나코는 왜 이제와서 그 이야기를 꺼내게 되었는가

나나코의 이야기는 맞는가 틀린가

나나코의 이야기 중 어느것이 진실이고 어느것이 거짓인가

나나코는 '왜', '무엇을' 하였고, 하려고 하는가?

***

책에서 '현재'의 이야기가 진행되는 곳은 오로지 이야기하는 나나코와 누워있는 츠보테가 있는 '병실' 뿐입니다.

그와 반복하여 주인공이 회상하는 '초등학교 시절'의 이야기 속에서는 나나코와 주인공의 만남에서부터 2년 뒤 '사고'. 그리고 그 사이에 있었던 다양한 '나나코'와 관계된 에피소드들이 서술되지요.

'사고'에 휘말린 것은 주인공과 나나코 뿐만이 아닙니다. 사고로 인해 목숨을 잃은 N이라는 소년이 있지요. 그리고 주인공들을 둘러싼 초등학교 학급 내에는 그 외에도 다양한 아이들이 존재했습니다.

***

주인공의 담담한 서술로 묘사되는 초등학교 학급의 모습은, 너무나도 사실적이라 소름이 끼칩니다. 너무나도 아이들다운 순수하고 단순한 그 '흐름'의 자연스러운 묘사는, 차분한 문체와 더불어 마치 착 달라붙듯 그 '아이들다운 잔혹함'과 '아이들다운 단순함'을, 그리고 '아이들답지 않은 미묘한 아이들의 사회'를 묘사해 내지요.

별것 아닌 이유로 시작되어 자각하기도 전에 고착되어버리는 집단 괴롭힘, 단순한 변덕과 우연이 겹쳐 형성되는 '사건'과 그로 인한 '골', 별 것 아닌 이유로 멀어지고 가까워지는 아이들과 그로 인해 생겨나는 다양한 '역할'과 희생양.

그리고 수많은 일에 선천적인 천성으로 인해 '손해 보는 역'을 맡게 되는 주인공 츠보테의 이야기까지.

특히 츠보테의 심리와 행동에 대한 서술은.... 그가 말하는 '귀찮음'과 수동성. 그리고 그에서 비롯된 결과들은 마치 그 시절 저의 심리를 보는 듯 할 정도로 동질감을 느낄 수 있는 종류의 것이라 보는 내내 마음이 편치 않을 정도였어요. 좁은 사회 내에 힘으로 군림하는 자에 대한 반감과 그에 대한 '소통 불가능함'에 대한 답답함. 그리고 '어차피 내가 옳다'는 믿음에서 나오는 채념.

솔직히 츠보테 이놈이 엄청 답답하고 어리석어 보이는 건 사실입니다. 객관적으로 보면 매우 수동적이고 앉아서 얻어터지면서 정신승리나 하는 놈이에요.

그런데 그게 사실이니까.

이렇게 생각하고, 이렇게 행동하는 사람이 진짜로 있다는걸 아니까.

내가 그랬으니까.

요... 욕을 못하겠어...

***

그리고 '나나코',

그런 답담한 주인공의 대한 순수한 호의를 가진 히로인...이라고 하면 말은 좋습니다만, 단 하나, 나나코를 다르게 만드는 것이라면,

너무나도 머리가 좋다는 것

은근슬쩍 호의를 부딪혀봐도 도무지 요지부동인 이 답답한 남자 초딩과의 관계를 온전히 진전시키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하는 여자 초딩.

이렇게 말하면 귀엽게 보이겠지요. 그런데 그렇지가 않아. 이 여자아이는 매우 프라이드가 강하다고요. 남자에게 "고백을 하게 만들" 지언정, "고백 작전"따위는 안 세워.

"난 라플라스의 악마가 되고 싶었어."같은 말을 하는 여자애인걸!

***

초등학생 시절의 이야기는 어찌보면 단순히 약간 '뒤에서 활약하기'와 '계획 세우기'를 좋아하는 여자아이와, '머리는 좋지만 사회성이 떨어지는' 답답한 남자애의 그냥 조금 투박한 초등학교 연애물이라 할 수 있지요. 어떻게든 조금이나마 츠보테에게 다가가려 하는 나나코와, 그런 나나코의 행동을 알고 있는 듯 모르는 듯 주춤주춤하는 츠보테의 이야기.

그런데 이게 '현재'의 상황과 연관되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주인공이 할 수 있는 것은 이야기를 듣는 것과 생각하는 것. 병실에는 퇴근한 어머니와 나나코가 간병을 교대할때까지 매우 오랜 시간동안 단 둘 뿐. 마음만 먹는다면 주인공의 산소호흡기를 벗겨내는 것 만으로 나나코는 간단히 그의 생명을 좌우할 수 있는 위치.

그런 와중에 나나코는 주인공이 이제 어찌 하지도 못할 '옛날 일'을 다시 이야기하기 시작하지요.

주인공은 필사적으로 생각합니다. 나나코의 이야기의 끝에서 기다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다시금 생각합니다. 이 이야기를 하는 나나코의 의도는 무엇인지. 나나코의 이야기 속에 숨겨진 단서로 이르를 수 있는 '3년전 사고의 진짜 진실'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 '진실' 앞에서 자신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

이제 와서 이 책의 정확한 장르를 제가 한번 붙여 본다면 저는 두뇌배틀 연애물이라고 하겠습니다.

나나코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는 주인공의 생각을 추측하고, 거기에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주인공은 그 이야기 속에서 나나코의 의도를 추측해야 합니다. 이야기의 진행상황, 나나코가 가진 '진실의 편린'과 그에 따른 나나코의 심리상태. 그리고 그 속에서 도출한 '답'과 거기에 대한 나나코의 반응, 그리고 거기에서 다시 연출되는 '행동'과 '상황'. 그 끊임없는 반복 속의 급박한 전개가 담담한 '회상' 파트와 함께 긴장감 속에서 펼쳐집니다.

그리고 에필로그에서 들어난 '나나코가 바라본 진실'에 이르러서는, 그야말로 소름끼칠 정도로 '나나코'라는 캐릭터가 가진 흉악한 매력에 빠져버릴 수 밖에 없어요.

미스테리 장르의 매력이 '수수께끼'에 있다면 이 책의 수수께끼는 '나나코'라는 히로인 그 자체입니다. 그녀의 심리, 그녀의 행동 하나하나, 마지막에서야 들어나는 그녀의 진정한 의도까지. 그야말로 이야기의 모든것을 지배하는 악마적인 그녀의 순수한 '사랑'.

***

그런데 목숨이 왔다갔다 하긴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나코'가 매력적인 캐릭터로 남은 이유는, 나나코의 행동이 결국은 순수한 '호의'에서 비롯됬다는 것에 있겠지요. 그 '호의'를 확인하는 방법으로 주인공의 생명을 가지고 도박을 벌이는 것에 가까운 일이 되긴 했지만요.

마지막에 그녀의 행동에 대해서는 다른 감상글에서는 "무섭다!"라는 말이 나올정도로 찬반양론이긴 합니다만, 전 "3년동안 날 고생시켰으니, 너도 한번 고생해보라지. 흥."이라는, 소녀다운, 어린아이다운 감성을 느낀 것은 잘못일까요?

자신이 생각하는 '최선의 관계'와 '최고의 상황'을 향해 자신과 상대방을 몰아가며 서로의 의도를 추적해가는 남녀간의 심리전. 그러니까 이 책은 '두뇌배틀 연애물'입니다.

***

긴 말을 하긴 했지만, 탄탄하고 숨통을 점점 조여오는 그런 미스테리적인 감성으로도, 연애물적인 이야기로도, 그리고 '나나코'라는 독특하고 매력적인 히로인을 보기 위한 이야기로도 매우 추천하고픈 책입니다. 이야기 자체도 이제까지 보지 못했던 신선한 감각과 재미를 주며, 탄탄한 문장으로 읽는 것 자체도 즐거웠으니까요.

'신선함'과 책을 읽고 났을때의 '충격'에 비견해보자면 '거짓말쟁이 미군과 고장난 마짱'을 처음 읽었을때의 감각과 비슷합니다. 탄탄한 구조와 독특하면서도 매력적인 캐릭터가 '강한 인상'을 가진 이야기와 만났을때 어떤 소설이 나오는가- 라는 것에 대한 또 하나의 답이 될 수 있는 그런 작품입니다.


Comment ' 1

  • 작성자
    Lv.32 한신0
    작성일
    11.09.13 00:48
    No. 1

    두뇌배틀 연애물, 잘 어울리는 군요^^
    개인적으론 러브 스릴러?
    중반부터 확 몰입되다가 종장은 대박 @_@

    단 하나 아쉬운 건, 2권이 1권과는 큰 관련 없고 그 뒤론 후속권도 없는 것 같다는것... 솔직히 이 책은 단권으로도 괜찮은 것 같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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