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아야사토 케이시
작품명 : B.A.D. 4권 - 마유즈미는 자신을 향해 내민 손을 잡지 않는다.
출판사 : 대원씨아이 NT노벨
“그럼 가볼까―오다기리?”
평소처럼 빨간 종이우산 아래에서 마유즈미 아자카는 속삭였다. 시라유키가 아사토에게 잡혔다. 무력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적었고, 결국 이 이능력을 가진 소녀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아사토에 대한 단서를 갖고 사무소로 돌아온 내가 목격한 것은 갈기갈기 찢긴 마유즈미 아자카의 모습이었다. 처참한 광경을 앞에 두고 나는 마침내 결심한다. 여우를 죽이자고―.
잔인하며 애절한, 추악하고도 아름다운 미스터리어스 판타지. 숙명과 대치하는 제4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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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기갈기 찢긴 히로인의 토막시체를 2페이지에 걸쳐 상세 묘사하는 소설. 그것이 바로 B.A.D.의 퀄리티.
더없이 참혹하고도 어찌 할 수 없을만치 애절한 오컬트 미스테리 B.A.D. 입니다.
1권부터 이어져 온 '여우'의 이야기. 그 마지막. 충격의 제 4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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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 권 감상글에서 "오다기리 이 녀석은 왜 미치지 않는거지?"라고 적은 저에게 대답이라도 하듯, 시작하자마자 폐인 상태가 되어버린 오다기리.
하긴, 3권 막판에 여우가 하나하나 오다기리의 '실패'를 나열하며 "다 너의 탓이야."라고 속삭일때는 정말이지 읽고있는 저까지 정신이 깎여나가는 듯한 감각을 느꼈으니까요. 그 당사자였던 오다기리는 오죽할까...
그런데도 적극적으로 미쳐날뛰지도 못하고, 그저 망가져버린 체 소극적인 파멸을 그저 기다릴 뿐이라는 것은 오다기리 답다고 해야하나...
거기다가 그런 오다기리를 제대로 위로해 주는 사람이 없다는게 정말 가혹하지요. 마유즈미는 오히려 뒤에서 등을 걷어 차서 억지로 일으키려 할 정도고.
그런 와중에 찾아온 시라유키...
아니 뭐 이렇게 멋진 아가씨가!
솔직히 2권 막판에 러브레터를 보낼때만 해도 저 이 아가씨 "가끔 잊을만하면 나오는 단역"에 머물지 않을까 싶었지 말입니다. 그런데 이거 어째 메인 히로인인 마유즈미보다 '연애'적인 면에서는 훨씬 앞서있고 더 헌신적에 활약까지 멋지기 이를대없으니... 게다가 결과적으로는 자신의 몸을 던져서까지 오다기리를 일으켜 세우게 되었으니까요. 적진에 단신에 돌입해서 압도적인 포스를 내뿜은 뒤에, 사로잡힌 공주 포지션까지! 그냥 아자카 말고 네가 히로인 해라 시라유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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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시, 위에 언급한 충공깽 전개. 그리고 복수에 불타는 오다기리의, 모든 것을 건 더없이 처절한 돌격.
오로지 '여우'를, 모든 일의 흑막인 '마유즈미 아사토'를 죽이기 위해서. 자신이 범한 모든 '실수'와 '실패'를 돌아보지 않고, 오로지 마음속 깊은 곳에서 끓어오르는 분노와 증오만으로 '적'을 배제하기 위해 달려나가는 오다기리.
우와, 끓어오른다고요 이런 전개. 계속해서 질척질척한 늪속을 해매는 어두컴컴한 이 B.A.D.에서 이렇게 끓어오르는 전개라니.
거기에 사람의 마음을 농락하는 '인형'과, 거기에 대답하는, '망가진 인간'인 유우스케의 절규.
"그렇다면 넌 어떻게 살아있을 수 있는거지?"
"죽고 싶지 않아서인게 당연하잖아아아아아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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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s 아사토 전은 당연스럽게도 오다기리가 임신한 도깨비, '우카'를 메인 카드로 삼은 전개인데... 거기에 더해 오다기리가 준비한 '최후의 카드'가 정말이지 B.A.D. 다워서 좋았습니다.
"'이능력'에 집착하는 인간들"의 어리석음을 끊임없이 비웃던 아자카의 그 웃음이 형상화 된 듯한 그 '수단'이라니.
이렇게 따지자면 유우스케의 야구배트는 이 세계에서 상당히 상위의 파괴력을 가진 무기가 아닌가 싶기도 하고(...)
그나저나 3권에서 아사토는 하얀 아이'를 그다지 통재하지 못한다는 언급이 나왔었는데, 그에 반해 '우카'는 어떻게 봐도 아빠 말 잘 듣는 착한 딸인데(...). 인간의 '부정적인 감정'을 좋아한다는 것만 제외하면 그냥 내놓고 키워도 되겠는데... 왜 굳이 아자카는 우카를 오다기리 배속에 꾸역꾸역 되돌려 놓는건지.
... 생각해보면 우카를 바깥에 내놓고 기르게 되면 더이상 오다기리의 배가 갈라질 일도 없고, 그렇다면 오다기리의 배를 막아줄 아자카도 필요 없을테니, 굳이 오다기리가 아자카 옆에 있을 필요가 없고...
... 헛! 설마 이것은 오다기리를 옆에 두려는 아자카의 음모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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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과는 별개로, 마유즈미 아자카 이 악랄한 년...
인간이 망가져버릴 정도로 실의에 빠져 있는데, 위로는 커녕 등을 걷어 차고 걷어 차고, 결국에는 그녀를 생각하는 그의 마음을 더욱 처절함의 구렁텅이로 밀어넣어서 일으키다니, 이건 어디의 엄격하신 어머니?
게다가 그것조차 오다기리를 '복수'라는 명목하게 일으켜세우기 위한게 아니라, 그저 '승리'를 위한 발판이었다고요?
이거 고스트스위퍼에 나오는 루나(미카미)보다 더 악랄한 소장님일세(...).
어쨌거나 멋지긴 멋지지만요. 아자카님 찬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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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여우'에 대한 이야기를.
마유즈미 아사토는 분명히 사람의 마음을 가지고 노는 악이고, 용서할 수 없는 자였지요.
허나 '이계'에서 나온, 그가 그런 '악'으로 성립된 이유는 충분히 동정할 여지가 있는 종류의 것이었지요. 오로지 남에게 "요구받기만" 했기에, "요구받은 악"을 몸에 두를 수 밖에 없었던 존재.
더군다나 그가 스스로 그 '악'의 길을 걷기를 원한 후에도, 그가 한 것은 오로지 그에게 요구된 '소원'을 자기 나름대로의 수단으로 들어주었을 뿐.
그렇기에, 오다기리 단 한사람만은, "자기 자신에게서 비롯된 순수한 악의"로 죽어주길 바랐다는 그의 마지막 말은, 상당히 가슴 아린 것이었네요.
'아자카'가 아니라 '오다기리'에게 그렇게도 집착한 이유가, 그의 '절실함'이 그의 그 단 한마디로 인해 설득력 있게 다가왔습니다. 역시 오컬트물은 '현실'에 한꺼풀 벗겨진 이런 인간의 질척하고 절실한, 어찌보면 순수하고도 집착적인 감정이 묻어나는 물건이 많아서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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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거나 이걸로 4권간 이어진 '여우' 이야기는 끝! 5권은 단편집이고, 6권은 또 어떤 이야기로 다가올지.
여러모로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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