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금강
작품명 : 천산유정(天山遺情)
[천산유정(天山遺情)]을 읽고 나니 웬지 모를 아쉬움이 남습니다
작가 스스로 밝혔듯이 새로이 고쳐 쓰듯이 개작을 하였다하니
더욱 아쉬울 수 밖에 없습니다
작가의 가장 큰 강점은 초기작들에서 보여준 한 호흡에 쉴틈없이
이어지던 박렸있고 스피디하던 묘사와 그 이후 소위 말하는 [금강류]에서
굳어진 장중하고 웅장한 필체에 있었습니다
작가는 글로써 말한다 하였지요
글만이 작가의 진가를 드러내는 유일한 수단입니다
참으로 솔직한 것인데 과거의 영화에 집착하여 발전이 없다면
냉정한 독자가 이를 판단할 것입니다
1.
백철군의 내자가 간살당하는 장면에서 거부감이 듭니다
누구라도 이런 일을 당하면 분노에 몸이 부들부들 떨려야 정상입니다.
그런데 결과만을 몇 줄 적어놓았으니 백철군이 느껴야 하는 분노에 독자가
감정이입을 하기란 지난합니다
2.
작가의 중량감에 비해 [천산유정]은 가볍습니다
절대자가 내자의 죽음에 복수하기 위해 강호에 나왔으니 응당 분노를 받아들여야 할 적은 참혹하게 무너져 내려야 합니다
무림고수들에게는 기세가 있다 하였지요
한 번 일어난 기세는 쉽게 멈출 수 없고 이에 말려던 적은 한 수 적어두고 생사결을 할 수 밖에 없다 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복수를 테마로 한 [천산유정]에는 그처럼 서서히 일어나는 기세가 느껴지지
않습니다
격전에 임하여는 박력이 떨어지고
전작들에서 그렇게 날카롭게 이어가던 기세는 한 풀 꺽여있습니다
읽는 제가 오히려 무언가 김이 빠져버린 느낌입니다
전에 이러지 않았는데....
개작을 하였으니 이럴리 없는데 하며 되뇌여도 쉽사리 마음이 가라앉지 않습니다
3.
[천산유정]에는 향기가 없습니다
글에는 향기가 있고 그걸 가장 극명하게 드러낸 사람이 작가입니다
마지막 권에 귀거래사를 읊으며 말할 수 없이 긴 여운을 드리우던 [풍운고월조천하]에 비할 바가 아닙니다
4.
작가의 이름을 달고 개작을 하였으니 그 이름에 책임을 져야합니다
그것이 비록 자신의 이름을 차용한 것이던지 혹은 그것을 개작하였던지
자신의 이름을 달았다면 그 글에는 작가를 인지하는 독자의 무게감이 실립니다
[천산유정]은 그래서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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