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역. 그것은 엄청난 포스를 뿜어내며 엄청난 음모와 무시무시한 무공으로 주인공을 궁지에 모는 존재들이죠.
머리 하나만으로 주인공을 위기로 몬 <낙향무사>의 진성왕, <천하제일이인자>의 흑사련주, <신궁전설>의 구천천마 등...
이러한 엄친아적인 악역들은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만드는 동시에 주인공의 성장을 도우며 주인공을 돋보이게 만드는 역할을 하죠. 소설 내 역할을 뗴어놓고 보면 은근히 멋있기까지 하죠.
하지만! 악당이라고 다 같은 악당은 아닙니다. 나름 강하게 설정되어 나왔지만 정작 삽질하다 황당하거나 추한 최후를 맞기까지 하는 안습의 악당들도 있죠.(주로 코믹 무협 쪽에요.)
오늘은 제가 본 소설 중 정말 불쌍하다고 생각된 악당들을 몇 언급할까 합니다. 순위는 아닙니다.
1. <전전긍긍 마교교주>의 천위칠군
단지 주인공의 반대편에 섰을뿐이지만 편의상 악역이라 하겠습니다.(어이....)
정도의 대표자인 천위칠군들은 정도의 희망을 허무하게 보낸 이후 제자 하나를 삼아 안배들을 찾는 여행을 떠납니다. 정도의 번영을 위해. 뭐 여기까지는 훈훈한 이야기입니다만...
하필 상대가 미친 촌놈과 촌놈 때문에 미쳐버린 애송이 콤비라는 것이 이들의 시련의 전조였으니...
이 크레이지 콤비들이 먼저 안배들을 먹어버리기 시작하죠. 눈 돌아간 천위칠군들이 도둑놈 소행으로 오인하고 생사람을 잡아버리는 삽질을 하게 되죠.
성과가 없자 천위칠군들이 먼저 다른 안배들을 먹으면서 이 콤비에 맞서지만 도리어 촌놈 하나 못 이기고 튑니다.
최후는 더 비참합니다. 보통 최후의 전투 때는 최강자들끼리의 무공 대결이 정석이건만 급성장한 애송이는 이를 용납하지 않습니다. 덕분에 말 그대로 더러운(!) 최후를 맞더군요. 죽지는 않았지만.(이를 기뻐해야 할런지.)
치욕스러운 최후를 맞이하는 것이 악역의 역할이라지만 정말 너무 심한 최후를 천위칠군들이 불쌍합니다.
2. <개천>의 주인공의 적들.
개천의 주인공은 자신의 싸움 둘을 끝내기 위해 모종의 음모(?)를 꾸밉니다. 이 과정에서 상단, 고위관리들, 왕실, 오랑캐 등 다양한 적들이 주인공을 잡아먹으려 들죠.
하지만 그 몸이 멍청함으로 이루어진 것인지 아니면 욕심이 눈을 흐린 것인지 시종일관으로 주인공에게 당하더군요. 도리어 주인공의 방패로 이용되기까지 하죠.
특히 왕실과 고위관리들이 더 안습이었습니다. 일 저지르고 도망가다 주인공 하나에게 모조리 죽임을 당하죠.
주인공 뒤통수 칠 수 있다고 희희낙락하다 도리어 뒤통수 맞고 주인공이 건넨 미끼를 아낌없이 무는 <개천>의 악역들. 정말 추하고도 안습이더군요. 보면서 씁쓸한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요?
3. <일보신권>의 독성 당사등
단지 옛 웬수덩어리에게 복수하겠다고 강해져서 소림사에 온 당사등. 웬수덩어리 앞에 독차 하나 대접했을 때만 해도 좋았는데....
가난뱅이 신을 감염시키고 소림이 머리를 숙이길 기대했지만 결과는 처참. 가난뱅이 신이 빨빨거리고 돌아다닌 탓에 대규모 오염사건으로 번집니다. 소림승들 뿐이라면 그냥 무시하고 말았겠지만 일반 평민부터 고위관리 가족들까지 피해자 신분층이 다양해지는 바람에 이를 무마시키려고 가산의 절반을 날려먹습니다.
그래도 가난뱅이 신의 자질을 보고 이 기회에 당가로 끌어들이려 했으나 입 싼 승려 때문에 여성 웨이브가 밀려들면서 실패. 최후의 수단 미인계마저 가난뱅이 신의 기이한 체질 탓에 실패하면서 소림 다음으로 가장 많은 피해를 입은 채 쓸쓸히 퇴장합니다.
그저 애 하나 독에 감염시켰을뿐인데 결과는 <일보신권> 11권 내 가난뱅이 신 피해자 2위가 되버린 당사등. 그 뒷모습이 쓸쓸해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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