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맥스 브룩스
작품명 : 세계 대전 Z(World War Z)
출판사 : 황금가지 밀리언셀러 클럽
좀비로 인해 전 세계가 초토화된 지 20년 후, 지옥 같은 세상에서 가까스로 살아남는 이들의 생생한 인터뷰와 현장 기록 등을 통해 인류 역사상 최악의 전쟁이었던 '세계 대전 Z'를 풀어낸 다큐멘터리 픽션
"무슨 일이 있었냐고요? 아무도 모르죠. 서울, 포항 ,대구에 이미 질병이 발발한 상태였죠. 북한이 남한 최악의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면, 이미 쳐들어오고도 남았을 겁니다. 그들로서는 좀비 출현이 '호재'였을 겁니다. 그러나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죠. 북한은 오히려 판문점을 걸어 잠그고 소통까지 단절했죠. 어쩌면 핵탄두를 피하기 위해 만들어둔 땅굴 속으로 숨어든 2300만 북한 시민들이 이제는 좀비가 되어 어둠 속에서 으르렁거리면서 풀려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죠." - 한국 국가정보원 부원장 인터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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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좀비 소설입니다.
이 책은 국제 관계와 각 나라에 대한 철저한 고증과 고찰을 바탕으로 한 신랄한 풍자를 하는 블랙 코미디입니다.
이 책은 현대 사회가 얼마나 취약한지, 사소한 탐욕과 오판이 어떤 비극을 부를 수 있는지 알려주는 경고입니다.
이 책은 극한 상황에서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인간들의 드라마입니다.
이 책은 인류와 세계의 존망을 건, 최후의 전쟁에 관한 기록입니다.
그리고 그 모든것을 뛰어 넘어, 이 책은 무척이나 재미있습니다.
이 책은 ''세계 대전 Z'라고 불리는 전쟁이 끝난 후, UN 보고서를 위해 여러 사람들을 취재하고 다닌 작가가 써낸 인터뷰 녹취기록'이라는 형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책의 모든 내용은 그 참사를 겪은 여러 사람들이, 자신의 입장에서 자신이 본 것을 말해주고, 작가와 질답을 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습니다.
한 번 물리면 반드시 감염되고, 뇌를 파괴하지 않는 한 절대로 죽지 않는 좀비. 그 좀비의 발발부터 인류가 마침내 승리하기까지, 그리고 승리한 후, 다음 세대를 위한 준비를 하거나 아직 끝나지 않은 자신과의 전쟁을 정리하기까지의 모든 여정을 그 안에 있었고, 그것을 봐 왔고, 그것을 해 온 사람들의 시선을 통해 알려줍니다. 공포에 질려 도망치던 사람도 있고, 자신의 이익에만 급급해서 인류의 위기를 몰고 온 사람도 있으며, 필사적으로 싸운 사람도 있고, 전쟁의 판도를 바꾼 영웅들도 있습니다. 각자의 시선에서 자신이 본 것, 자신이 생각 한 것을 말하는데, 그 모든 것이 흥미롭고 극적이며 많은 의미를 가집니다.
우선, 작가의 경이로울 정도의 국제 관계에 대한 이해도와 고찰력,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한 다채로운 상상력에 찬사를 보낼 수 밖에 없습니다. 중국에서 질병이 발병해서 그것이 퍼지기 까지, 그것에 대응하는 각 국가의 방식부터, 각 나라 국민들의 대응 방식, 좀비 발생으로 인해 벌어지는 사태와, 그로 인한 사람과 사회의 변화상까지 거의 모든 부분에 대한 고증이 완벽하기 그지없습니다. 그리하여 이 책의 모든 기록들은 마치 실제인 듯, 진짜 역사를 읽는 듯 생생하게 다가옵니다. 그리하여 초기 발병시의 공포와, 미연에 방지 하지 못한 무책임한 자들에 대한 분노와, 극한 상황에서의 감정과, 마침내 그것을 뛰어 넘었을때 그들이 느낀 감회를 읽는 사람들은 그 여정을 마치 함께 한 것처럼 진실되게 느낄 수 있습니다. 순전히 '인터뷰' 형식만으로, 왠만한 소설 이상으로 생생하게 다가오는 그 모든 장면들을 써 낸 작가에 글 솜씨에도 그저 경탄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 책은 시간을 내서, 앉은 자리에서 진득히 읽어나가야 하고,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재미를 가지고 있는, 손에서 놓기 싫어지는 책입니다. 모든 이야기가 흥미롭고, 다음이 궁금해지게 합니다.
그저 단 하나 마음에 걸리는 것은, 책 전체의 분위기에서 유독 동떨어져 있는 일본을 대표하는 두 명. 일본 침몰, 자토이치 등 유독 '웃긴 방향'의 패러디가 있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부분만 판타지. 히키코모리 오타쿠의 맨션 탈출기야 '특수한 개인의 이야기'란 부분에서는 꽤나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만, 좀비 때려 잡는 장님은 아무래도 좀;;
이 책은 미국 헐리우드에서 브래드 피트가 영화로 제작하고 있다고 합니다. 작 중 인물 중 한명인 토드 웨이니오를 주인공으로 한 일반적이 미국식 재앙 영화 + 전쟁 영화가 되지 않을까 살짝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워낙 다루는 이야기가 많고, 특이한 형식이고, 그것이 장점인 책이다 보니, 어떤 형식이 될지 상상이 안되네요.
530페이지에 걸친 인간과 좀비의 전쟁을 마치 옆에서 함께 한 듯 읽어 나가다 보니, 아랫 구절에서는 절로 눈물이 살짝 돌더군요. 그 부분을 끝으로 감상글을 가장한 찬양글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전쟁이 거의 끝난 건 중요하지 않았어요. 아직 수많은 전투가 남아 있었고, 너무 많은 아까운 사람들이 세상을 떳죠. 우리가 용커스에 도착했을 때 나는 호프 전투를 치른 무리 중 마지막으로 살아남은 사람이었어요. 나도 버려진 탱크, 찌그러진 언론사 트럭, 인간의 주검들과 같은 녹슬어 가는 잔해를 지나치면서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 잘 모르겠어요. 뭐 별다르게 느낀 건 없는 것 같아요. 분대장이라는 자리에 있을 때는 할 일도 너무 많고, 보살펴야 할 신참들도 너무 많죠. 나는 찬드라 박사가 뚫어지게 날 지켜보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그러나 내 옆으로 한 번도 다가오지 않았고, 뭔가 잘못됐다고 밝히지도 않았어요. 허드슨 강둑에 있는 바지선에 올라탔을 때 우리는 가까스로 눈을 마주쳤어요. 그는 그냥 웃으면서 고개를 흔들었어요. 나는 살아남았다는 뜻이죠." - 509페이지. 토드 웨이니오와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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