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박찬규
작품명 : 혈왕
출판사 : 랜덤하우스중앙(주)
이하 존칭은 생략하겠습니다.
태극검제로 유명한 박찬규 작가님의 후속작인 혈왕. 이미 2년전에 완결된 작품이지만 얼마전에야 알게돼 오늘 완결권을 덮게 됐다. 태극검제야 본지가 꽤 돼서 내용에 대한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그당시 밤을 세워가며 읽었던 재미는 아직까지 남아있었다. 그렇기에 부담없이 책을 집을 수 있었다.
태극검제가 '무(武)'를 중심으로 하는 이야기였다면 혈왕은 처음부터 끝까지 '복수'를 중심으로 다룬 이야기였다.
어린시절 순수했던 친구들과의 우정과 불행한 일로 인해 원한을 안고 복수를 꿈꾸게 된 것. 후에 힘을 키우고 복수를 위해 거리낌없는 살인을 하지만 나중에 그것을 후회하고 정신적인 성장을 거쳐 결국 천신만고 끝에 복수를 이루는 내용.
주인공의 정신적으로 성장하는 모습도 단지 너무 급작스러운 성장만 아니었다면 그런대로 잘 묘사됐다고 할 수 있고 초반의 해남도를 벗어나는 장면에서의 긴장감이라던가 이후 주인공의 정체가 갑작스럽게 드러나면서 돌발적인 사건전개로 인한 긴장감 등 초반에 특히 책을 손에서 떼지 못하게 하는 흡입력이 있었다.
하지만 이야기가 중반을 넘어가면서는 점점 여기저기 아쉬운 부분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야기의 무대가 섬에서 본토로 옮겨지면서 수많은 거대세력들과 넘쳐나는 강자들의 불꽃튀는 다툼을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처음부터 정해져있고 변할 수 없는 판에 박힌 고정 지배세력과 화산이라는 별다른 비중없는 세력에 주인공을 묻어 대립구도를 만들었지만 너무 부족하다는 느낌이었다.
어차피 대결구도는 주인공과 소수정예의 두세력, 그리고 난데없이 등장해 훼방놓는 신비세력으로 좁혀지지만 이들과 나머지 세력들간의 힘의 격차가 너무 커서 나머지는 단지 들러리라는 느낌이 강했다.
결국 이렇다보니 작품의 맛을 내는 조미료역할을 하는 조연이나 엑스트라의 숫자와 비중이 작아지게 되는 뿐만 아니라 대륙이라는 전체적인 배경의 묘사가 적어지게 되어 실제적으로는 본인에게 대륙의 운명을 건 한판이 작은마을의 힘겨루기같은 규모로 느껴지게 되었다.
나는 내발로 직접 세상을 돌아다니며 마음껏 구경하고 싶은데 열차에 앉아서 나가지 못하고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만을 바라봐야하는 것 같은 답답한 느낌이었다.
마치 예전 3권짜리 구무협에서 어쩔 수 없이 분량에 맞춰 쓰기 위해 최대한 압축해서 꼭 필요한 내용만 넣다보니 읽을 때 느껴졌던 그런 답답함이 7권짜리 책에서 느껴졌다는 것이 참 아쉬웠다.
하지만 이작품에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바로 전투묘사였다. 이것은 어떻게 보면 본인의 개인적인 취향이 크게 작용한 탓일지도 모르지만 이작품에서의 전투묘사는 마치 '무'는 있지만 '무공'은 없다는 느낌이었다. 무협에 있어서 최대의 재미는 역시 뭐니뭐니해도 무공을 통한 겨룸에 있다. 이 무공이라는 소재로 인해서 같은 검사가 싸우더라도 판타지에서의 검사와 무협에서의 검사의 싸움은 그 표현이 확연히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런점에서 볼 때 이작품에서의 대부분의 전투묘사는 그냥 단순히 치고받는 격투기를 이용한 싸움으로 밖엔 느껴지지 않았다. 단순히 몸이 좀더 빨라 이기고, 힘이 좀더 쎄고 내공이 좀더 많아서 이기고, 단순히 쌍검을 쓰는 상대는 두손으로 공격 할 수 있어서 한손검보다 유리하고......무슨 무협이 수학도 아니고 이런 단순한 싸움이다보니 점점 전투가 지루해질 수 밖에 없다. 오죽하면 완결까지 봤지만 기억에 남는 특징있는 초식이라고는 주인공이 썼던 초식 한두개밖에 없다. 주인공을 위시해서 압도적인 최강자에 속하는 몇몇 인물들도 그냥 강하다고 하니 그렇구나하는 느낌뿐이지 번개같은 속도라느니 만근의 힘이라느니 하는 뭔가 그 인물의 강함을 추측할 수 있는 묘사들이 거의 없다보니 그 강함에 걸맞는 소위 말하는 '포스'가 느껴지질 않았다. 그래서 특히 이런쪽에 있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본인에게는 더욱 아쉬울 수 밖에 없었다.
그 외에도 많은 분들이 지적했던 윤리적인 부분은 취향 문제겠지만 그냥 단순히 마음먹고 넘어가면 넘길 수 있는 정도는 되었다.
결국 불만만 늘어놓은 것 같이 되었지만 전작 태극검제에서 느꼈던 재미를 생각했을 때의 아쉬움 때문이지, 일정이하의 재미로 떨어지면 완결권 도중에라도 책을 던져버리는 본인이 7권 완결까지 모두 봤다는 것만으로도 이 책은 충분히 재미있게 봤다고 말 할 수 있다. 지적했던 부분도 취향에 따라서는 개의치않고 넘어갈 수도 있으니 아직 보지 못한 분은 크게 마음에 담지말고 일독하시길 권하겠다. 적어도 많이들 언급하는 '지뢰'작들과 감히 비교할 만한 작품은 아니라고 자신있게 말 할 수 있다.
덧. '완결'된 책중에 크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재미있게 봤던 책이 있으면 추천 부탁드립니다. 장르는 퓨젼,판티지,게임 불문하고 구무협 이후에만 나온 작품이면 언제적 작품이든 상관없습니다. 장영훈님 같은 필력도 뛰어나면서 먼치킨 주인공이 나오는 작품이면 대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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