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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Lv.66 크크크크
작성
13.12.17 01:05
조회
7,580

제목 : 이차원용병

작가 : 탱알(금호)


(조금 스포 있습니다)


이차원 용병 11권을 방금 다 읽었다.

책을 덮으며 마침내 내내 차마 뱉지 못했던 만족스러운 한숨을 내쉬었다.


훌륭하다.


삼년 전이었던가? 

누군가 페이크 히어로라는 작품이 매우 재밌다는 감상글을 올렸다. 

네이버였나, 감상란이었나는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글 수준이 이대로만 유지된다면 한국 판타지계에 새로운 탑클래스 될 거라는 격찬만은 기억난다. 


신인에게 이 정도의 격찬이라?

 정말 흔하게 볼 수 없는 대단한 작가가 출현했나보구나 하며 구해본 페이크 히어로는... 


솔직히 말하자면 거북했다.


문체나 구성력의 문제가 아니었다. 신인 특유의 어색함은 있었지만 당시 범람하던 양산형 판타지에 비교하는 것 자체가 상당한 모욕이라고 할 만했으니까.


다만 거북했다고 표현한 것은 전체적으로 작품 내 캐릭터들이 내가 공감하기 힘들 정도의 감정 과잉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왜 이 캐릭터가 이렇게까지 화내고 슬퍼하고 기뻐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 혹은 주인공이 이렇게까지 극단적인 행동을 해야만 했나?


이런 생각이 자꾸 드니 작품에 제대로 몰입할 수가 없어 2권까지 읽고 말았다.

물론 내 기대치가 너무나 높았던 것도 큰 마이너스 요인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기대를 접고 기억속에서 잊혀져 가던 와중에 이차원 용병이 나왔다.


처음 이차원 용병을 보며 느낀 감정은 놀라움이었다. 고작 2년만에 감정선을 이렇게 세련되게 다룰 줄 알게 되다니...  


어딘가 투박하고 서툴렀던 솜씨가 명장의 그것처럼 매끄럽고 세련되게 변했다. 


감정이 폭풍처럼 치달아야 할 때와 잠깐 멈춰서 숨을 고를 때, 마지막 아슬아슬하게 한발자국 더 나가야 할 때를 탱알 작가가 너무나 잘 안다.

그로 인해 공감하기 어려웠던 캐릭터들이 이제 너무 공감되서 문제다.


독자가 작품 내 캐릭터에 공감하고 몰입할 수 있는 작품이라...

훌륭하다고 표현해도 되지 않겠는가?


이차원 용병은 서른살의 무기력한 백수 강철호가, 폭력적이고 노가다를 뛰지만 가족만 보고 죽자사자 일하는 아버지와 몇년째 병원에서 콤마상태인 어머니, 그리고 자신을 밤거리로 내몰아 사채를 갚으려 하는 여동생을 위해 자신의 영혼을 영팔이라는 정체불명의 회사에 팔아 넘기는 이야기다.


비참한가?



그렇다.


비참하다. 레벨을 올리기 위해, 가난의 굴레를 벗기 위해, 어머니를 회복시키기 위해 생판 남의 인생을 살아야 한다. 그것도 비참하게 죽은 인물들의 인생들만.


소년 용병이 되어 처음으로 적병을 죽이고 트라우마에 달달 떨어야 한다.

신념이 곧고 강건하지만 모시는 주군에게 배신당해 버려진 기사가 되어야 한다.

자신의 아버지 같았던 스승이 가족의 원수가 되어버린 기구한 암살자가 되어야 한다.

영주가 버리고 도망친 성의 비루하고 굶주린 사람들을 수천 오크 군대의 손아귀에서 구할 장교가 되어야 한다.  

온갖 비겁하고 잔인하며 더러운 수를 써서 가문을 몰락시킨 원수에게 복수하려는 악덕상인이 되어야 한다.

몰락한 귀족집안의 여기사(기사도의 화신같은)의 마음을 얻으려는 못생기고 말더듬는 요리사가 되어야 한다.





아니다.


비참하지 않다. 아버지를 위해, 어머니를 위해, 여동생을 위해, 무엇보다도 자신을 위해 강철호는 남의 인생을 살아가는 것을 선택했다.


무너져가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 룸살롱에 나가려는 여동생에게 거친 세상의 풍파를 막아주는 오빠가 되어 주었다.

거액의 사채에 묶여 있는 현실속에 절망한 아버지에게 빚을 갚을 수 있는 든든한 능력있는 장남이 되어 주었다.

몇년을 콤마상태로 의식을 잃고 있는 어머니에게 자신을 회복시키기 위해 전심을 다하는 아들이 되어 주었다.

자신으로 인해 강철호의 집안이 풍비박산이 났다는 죄책감에 빠져있는 친구를 위해 분노를 이겨내고 마침내 술 한잔으로 용서하는 친구가 되어주었다.


가족과 친구만 그로 인해 좋은 결과를 얻었을까?


그가 역할(play)을 맡았던 비참하게 죽었던 이들에게도 강철호는 그들이 원했던 소원 이상의 것을 들어 주었다.


소년 용병은 돈을 얻었다.

배신당한 기사는 배신한 주군의 숨겨진 검이 되었다.

암살자는 스승에게 죽음보다 더한 복수를 할 수 있었다.

장교는 마침내 오크들로부터 사람들을 구할 수 있었다.

악덕상인은 복수를 이뤘으나 동시에 관용을 배웠다.

말더듬이 요리사는 여기사의 날개를 꺾지 않고도 그녀의 것이 될 수 있었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란 명언도 있지마는

강철호의 인생은 멀리서 보면 비극이나 가까이서 보면 희극이다.


그는 대단한 힘을 가진것도 아니고 엄청난 용기를 지닌 것도 아닌 21세기 대한민국의 평범한 30대에 불과하다. 강철호가 가진 특기도 애매하게 고통공감과 언변... 그렇다고 머리가 좋은 것도 아니고. 


그런 평범한 캐릭터를 가지고 이만큼의 스토리를 끌어내는 거 자체가 작가의 역량을 보여준다. 


나는 이제 늦게나마 탱알작가가 한국판타지계의 탑클래스임을 인정하고 찬사를 보낸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강철호도 훌륭하지만 탱알은 더 훌륭하다. 




ps. 11권이 나올때까지 아직도 강철호 렙 10밖에 안됬다. 강철호 레벨이 100 될때까지 이 책이 조기종결 하는 일 없이 쭉쭉쭉 나와줬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Comment ' 16

  • 작성자
    Lv.23 엄청느림
    작성일
    13.12.17 02:06
    No. 1

    전 성격이 그 들쭉날쭉 자주 바뀌는 게 영...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5 현상수배
    작성일
    13.12.17 04:27
    No. 2

    저도 초반에 재밌게 보다가 성격이 왔다갔다 하는거보고 이중인격인가 싶기도 하고 ... 계속 멘붕하고 각성하고 멘붕하고 각성하는거보면 답답해요 초반에는 이해하면서 넘어갔는데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6 크크크크
    작성일
    13.12.17 10:28
    No. 3

    성격이 변하는건 동조현상 때문 아니었나요?

    강철호가 미션을 잘 헤쳐나간 중요한 요인이 이 강철호와 미션 주인간의 감정적 동조 때문이었던걸로 압니다. 단지 플레이어로서 한발자국 뒤에서 남의 인생 구경하듯이(실제로 남의 인생이니까요) 담담하게 플레이했으면 헤쳐나가지 못했을 거예요.

    미션 주인의 마음과 감정을 이해하고 진심을 다해 동화되려 했기에 다른 등장인물들을 설득하고 난제를 풀어나갈수 있었다고 봅니다.

    또 작품 내에서도 강철호가 미션 주인과의 감정동조가 잘 안풀려서 고생하는 이야기가 나오죠.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9 소봉
    작성일
    13.12.17 11:37
    No. 4

    개인적으로는 그 동화부분이 지나치게 감정과잉 같아서 보기 불편하더군요. 호불호가 갈리는 부분이겠지만... 과장된 연극 보는거 같아서 개인적으로는 마이너스 요소였습니다. 그리고 동화된 인격이 주체로 시나리오가 진행되니까 주인공이 여러개의 사건을 해결해 간다기 보다는 개개의 이야기가 독립적으로 따로노는 느낌이라 주인공의 캐릭터성을 즐기게 되는 장르소설로서는 어떨까 싶기도 했고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3 백수마적
    작성일
    13.12.17 10:43
    No. 5

    아이작과 함께 뒷권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작품입니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8 방으로
    작성일
    13.12.18 00:27
    No. 6

    올해의 작품상감이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7 [탈퇴계정]
    작성일
    13.12.18 15:57
    No. 7

    주인공이 연기하는거니까요. 옴니버스 형식으로 읽는다는 맘가짐으로 읽으니까 부담감없이 잘 읽게 됬습니다.이번연도 최고의 수작임을 부정할 수 없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6 크크크크
    작성일
    13.12.18 22:20
    No. 8

    확실히 취향이란게 호불호가 갈리긴 하네요.
    전 정말 올해 최고의 현대판타지라고 생각하는데...ㅜㅜ

    작가님이 심리 관련 공부를 하신게 글 곳곳에서 묻어나더군요.

    이차원용병을 쓰기위해 공부하신 건지 아니면 본래 알고 있던 지식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작품 안에 그런 정신분석에 관련된 이야기를 상당히 잘 녹여낸 거 같아 더 끌렸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 초무얌
    작성일
    13.12.19 18:49
    No. 9

    악마를보았다 찍은 최민식이 영화 끝난후 몇달간 정신병원을 다니면서 치료를 받았다고하죠.
    살인마의 마음을 가지고 연기를 하다보니 영화가 끝난후에도 폭력성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이유로요.
    그런데 연기가 아니라 실제 인물에게 씌여져서 루트를 개척하는 주인공에게 저정도 감정이입이 과하다니요..글에 대한 태클이 아니라 댓글들에 대한 태클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9 소봉
    작성일
    13.12.21 18:26
    No. 10

    흠.. 제가 알아듣기 어렵게 쓴건가요? 동조라는 방법을 통해서 주인공을 무리하게 캐릭터화 동화시키는 부분이 작위적이고 감정과잉이라고 봐서 지적한건데요.. 그냥 플레이 중에 주인공의 자연스러운 감정변화였다면 딱히 불만점이라고 적지 않았을겁니다. 위에서 심리학 이야기 하셨지만 마치 사이코드라마 처럼 주인공을 인위적으로 특정 상황을 연출시키기 위한 작위적 장치를 부여하니까 자연스럽지 않은 감정과잉으로 보이고 개개의 시나리오의 연결성을 느끼기 어려웠다는 소리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9 소봉
    작성일
    13.12.21 18:31
    No. 11

    이런부분을 오히려 재미있게 읽으시는 분도 있을겁니다. 그래서 굳이 위에서 개인적이라고 두번이나 적었지만.. 저를 포함해서 그런식의 장치를 거북하게 느끼는 사람도 있는게 사실이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0 8walker
    작성일
    13.12.21 12:53
    No. 12

    엄청나게 재밌게 읽은글이죠 각 스토리가 아주 잘짜여져있고 케릭터들이 매력적이더군요.최근 글을 내고 있는 판타지 작가님중 탑클 래스인듯 뒷권이 가장 기다려지는 소설중 하나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 과일즙
    작성일
    13.12.21 16:59
    No. 13

    좋은글이죠. 재밌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8 관측
    작성일
    13.12.24 16:37
    No. 14

    11권은 좋은 책이 아니죠.. 이건 뭐라고 해야할지.. 악마의 심술이 덕지덕지붙은 책? 작가님한테 실망을 많이 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9 나를이기다
    작성일
    13.12.31 00:22
    No. 15

    11권을 읽고 아 한템포 쉬는구나 했는데 12권을 보니 정말 쉬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11권에서 무감하게 지나갔던 부분이 감동적으로 다가오는데 멋지다는 생각이 드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神殺
    작성일
    14.03.17 19:34
    No. 16

    잌. 주인공 똑똑한 편인데 말이죠 ㅎㅎ
    좋은 작품입니다. 정말 요즘은 아이작이랑 이차원 용병만 기다리고 있습니다ㅎ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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