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리처드 매드슨
작품명 : 나는 전설이다
출판사 : 황금가지
장님들의 나라에선 애꾸눈이 왕이란 영어 속담이 있습니다만
만약 외눈박이들의 나라가 있다면 두 개의 눈을 가진 사람은
어떻게 생각이 될까 라는 생각을 해보신 적이 있습니까.
그리고 그 사람의 삶은 어떠할지를
만약 우리의 일상이 공포로 느껴진다면 자신이 익숙하지 않은 상황으로 바뀐 현실 자체가 두려워져서이기도 하겠지만 이미 익숙해진 세상의 기준에 자신을 맞춰 살아갈 뿐 자신에 맞도록 세상을 바꿀 수는 없는 현실을 깨달아서 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리처드 매드슨의 '나는 전설이다'는 전후 상황인 1950년대 미국 중산층들의 삶에 대한 커다란 우화이기도 하지만 현실 자체가 공포가 되어버린 현대인들의 근원적인 공포감에 대한 상징으로도 읽힙니다.
핵전쟁 이후 모두가 흡혈귀로 바뀐 세상
그 세상에서 홀로 '정상인'으로 살아가는 주인공 네빌
타인은 모두가 적일 뿐 가족도...친구도 있을 수가 없지요.
"확인할 수 없는 일이 하나 있다. 어딘가에 자신과 같은 사람들이 생존해 있고, 그들도 온갖 고통을 감내하며 언젠가 동족과 함께 살아갈 그날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네빌이 흡혈귀들과 싸우는 이유는 자신과 같은 그 누군가가 있으리라는 희망 때문이지만 그 오랜 기다림괴 외로움 속에서 지쳐갑니다.
소설 중반에 흡혈귀가 아닌 절름발이 개를 발견하고 그 개를 향한
절실한 친교의 갈망은 그 고독의 깊이를 보여주는 장치지만 결코 희망의 선물이 되지 못하죠.
결말을 향하면서 나타나는 루스라는 이름의 여인과 이어지는 이야기의 흐름은 흔하디 흔해서 전혀 새롭지도 않지만(그럼에도 이 소설은 50년대 소설이란 느낌을 전혀 주지 않는 세련미가 있습니다)
주인공 네빌이 마지막에 던지는 '이제 나는 전설이야'란 단순한 대사에서 느낀 감정은 반전의 놀라움이나 공포보다 그 진실이 포함한 서글픔과 존재의 슬픔을 느끼게합니다.
정상이란 다수의 개념이자 다수를 위한 개념이며 단 하나의 존재를 위한 개념이 될 수는 없는 것임을...그는 비로소 깨닫게 되니까요.
'나는 이 소설을 읽고 소설가가 되었다' 라는 스티븐 킹의 말은 단지 선배 작가에 대한 형식적인 헌사가 아니라
공포라는 도구를 빌려 보여준 인간에 대한 통찰의 경의일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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