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좌백
작품명 : 천마군림
출판사 : 청어람
처음 <천마군림>을 접한 느낌은 굉장한 이질감이었다.
사실, 좌백이란 작가의 글을 읽다보면 다른 작가들과는 좀 다른 특이성이 있다. 뭐라 말로 표현하기는 힘들지만, 구무협특유의 구수한 맛이나 흡입력이 있는것도 아니고, 또 그렇다해서 최근 나오는 무협소설의 매력포인트와 같은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의 글이 다른 작가에게선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매력이 존재한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일 것이다. <천마군림>은 그런 좌백의 독특함이 두드러지는 소설이었다. 마도천하라는 독특한 설정과 전개방식은 단연 돋보이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처음 <천마군림>을 보았을 때 4,5권까지를 간신히 읽어나가며 힘겹게 책을 덮어야 했다. 뚜렷이 기억나지는 않지만, 아마 내가 <천마군림>을 힘겹게 또 그리 재미있지 않게 읽은 건 위에서 언급한 '두드러지는 독특한' 좌백의 냄새 때문일 것이다. 나는 그런 독특함이 부담스러웠고, 또 책을 써내려간 그의 서술도 매우 답답했으며 지나치게 딱딱 맞춰져 있는 느낌을 받았다. 다른데서 찾아볼 수 없는 설정이기에 그럴 수도 있겠지만, 전체적인 책의 분위기가 독자에게 작품의 내용을 억지로 강요한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참고로 나 혼자만의 생각이다...)
그리고 얼마 전에 다시 <천마군림>을 펼쳐보았다. 책을 읽으면서 나는 무섭도록 책에 빠져들어있는 나를 발견했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부담스럽다고 생각했던 설정과 스토리 전개는 매끄럽다못해 한마디로 오밀조밀 잘 짜여져 있었다. 마치 손수 뜨개질로 만든 목도리처럼.
<천마군림>은 그리 많은 복선이라거나 궁금증을 두고 있진 않다. 물론 주인공인 무영에게 무공을 전수해준 사람(1권에서 미라로 있던...)이나, 철갑마에 대한 것들... 이런 의문점이 남아있긴 하다. 하지만 <천마군림>에선 이러한점들이 결코 키포인트가 될 수 없다. <천마군림>은, 독자가 함께 생각해가며 읽는 소설이라기보단, 일단 앞으로 같이 달려가고 보는 소설이다. 질주하는... 그 점이 바로 이 <천마군림>의 매력포인트인 것이다. 그러면서도 책의 전개는 지나치게 빠르지도 않고, 매우 적절한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 마치 42.195km를 뛰는 마라톤 선수처럼 말이다. 거기에 좌백 특유의 필체가 더해져 하나의 꼼꼼하기 그지없으면서도, 질주하는 재밌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다.
당시의 나는 수많은 무협소설을 읽어보았고, 어쩌면 이러한 점에 빠졌기에 오히려 색다른 이야기였던 <천마군림>을 받아들이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1년 가까이 무협을 손에서 떼고 다시 읽어본 <천마군림>(다시 본건 한 2,3년만...)은 그 어떤 책보다 매력적이고, 손에 땀을 쥐게 하며, 또한 거침없는 책이다. 그렇기에 나는 <천마군림> 7권이 아직도 나오지 않는단 사실이 지금에 와서야 매우 아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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