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지 제안을 하기 전에 먼저 제 글의 리플에 대한 간략한 소감을 몇 자 적습니다.
첫째, 얼마 전에 저는 한 통의 편지를 받았습니다만, 혹시나 염려할 수 있는 부분,
이를테면 타출판사의 사주(?)를 받아 악의가 담긴 글을 쓴 것이 아닌가 하는 대목,
여기에 있어서 말하자면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밝혀 둡니다. 만약 그렇게 생각하는
분들이 있다면 말이죠. 저는 그런 일도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메일을 통해 처음
알았습니다만.....
둘째, 제 글을 읽고 몇몇 분들이 "비평"이란 단어를 언급하시는데 솔직히 제 글이
비평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엉터리죠. 절대적으로 제 글은 비평이 아니었습니다.
불필요한 오해는 없었으면 해서 일부러 감상/추천란에 썼던 것인데 제 글이 비평
처럼 보였나요. 매우 유감입니다.
셋째, 비평에 관한 몇 가지 언급 중에서 어떠한 감상이나 비평글이라도 표현을 너무
극단적으로 하는 것은 바람직 하지 않다고 어느 분께서 말씀하셨는데요. 저는 독자
로서 품위를 지켜 표현을 완화한다는 점에 찬성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일종의 검열
과도 같습니다. 작가의 글에만 검열이 없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내가 친한 작가
여서, 평소 좋아하던 스토리의 대목을 이 작가가 그려냈기 때문에, 봐줄 거 봐주고
챙길 거 챙긴다면 그건 야합이겠죠. 말하자면 천하의 금강이나 좌백이라도 잘못한
대목이 있다면 비판 할 수 있고 비판 받아야 합니다.
넷째, 흑저사랑님의 글을 읽고 느낀 점입니다만 무상검 대목에 이르러 많은 쉼표가
필요했던 것은 결코 반복적인 표현을 빌어 최대한의 비꼬기를 하려는 의도가 아닌,
말 그대로 무상검에 대해서는 층층의, 다양한, 너무 높지도 않고 낮지도 않은, 그
렇다고 평범하다고도 할 수 없는, 상대적으로 모양새가 불투명할 뿐만 아니라 딱
히 나쁘다고 한다면 그것이 어떤 성질에서 연유했기 때문인가에 대한 끄적거림의
독백조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그만큼 무상검은 많은 껍질을 뒤집어 쓰고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이야길 계속하자면 작가를 인신공격했다는 대목인데요. 좀 웃음이
나옵니다. 괴상한 스토리를 스스로 좋아하며 4권까지 써냈다고 한다면 그 지점에
서 작가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드는 건 당연한 것입니다. 비뢰도보다 더 나쁘다고
말한 제 생각의 지점은, 이미 기존의 신무협판타지의 무분별한 장면 전개에 있어,
그것을 충분히 숙지하고도 남을 무엇이 있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여전히
다른 양상의 전개방식으로 천연스럽게 진행해나가는 상업적 태도에 있는 것입니
다. 우리는 많은 것을 잊고 지냅니다만 4권이면 과거 박스 무협의 시절 9권 정도
에 해당되는 것인데요. 기존에 판벌린 신무협판타지를 차치하고서라도 이제 시작
하는 무상검이 불필요하게 지리멸렬한 전개를 계속한다는건 문제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재미있다고 박수 치고, 이야기자체가 흥미로우니까 계속 이끌고 나가도
된다는 시점에서 나는 무협의 기본적인 것을 잊고 사는 일부 신무협판타지 독자
들의 또다른 모습을 보게 됩니다. 어떤 의미에서 그들 또한 공범자입니다. 잘못
된 관행에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것입니다. 이러한 함의엔, 아마도 제가
최종적으로 제안하게 될 어떤 것과 맞물린, 이를테면 지금 신무협판타지의 연재
가 가지는 특성과 그것을 뒷받침하는 말초적인 재미가 과연 최소한의 무협적 향
기를 보장하고 있는가 하는 의문과 상통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인격모독은 전혀
아니올시다, 입니다. 제가 하는 비난 속에서는 그러한 토대가 있기 때문입니다.
다섯째, 재차 밝히자면 제가 무상검을 신랄한 어조로 비판한 이유는 신무협판타
지의 악성적인 늪에서 벗어나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는데 4권을 보니 여전히 희희
낙락하고 있더군요. 유검을 둘러싼 여러 가지 일들, 최근의 경우를 보면 유검과
다우에 대한 묘사가 글의 재미와 판매부수를 보장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요
컨대 그러한 면모에 너무 치우쳐버린 모습이라면 그 작가는 삼류로밖에 남는 수
밖에 없습니다. 제 보기에 무상검은 이류도 바둥바둥한데 남이 말리지 않는다고
굳이 삼류로 가는 것 같습니다. 청개구리지요.
여담으로, 글을 감상하거나 비판하기 위해서는 좋든 싫든 그 사람의 글을 읽어야
합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읽지 않는다면 내가 그 사람을 비판하는 것은 마지
막으로 읽었던 그 지점, 그 상황에서 머무르고 만 것이 되고 맙니다. 그렇다면 어
느 정도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말할 수 있을 지 몰라도 그 사람이 어떠한 부분에서
잘못된 방향으로 나갔는가에 대한, 글과 글쓴이의 함수 관계를 밝혀낼 수 없게 되
는 것이죠. 때문에 설혹 와룡강을 욕한다고 한다면 여전히, 예전처럼 나오는 족족
은 아닐지라도, 상당 부분 읽어둘 수 밖에 없다는 겁니다.
마지막으로 제안을 합니다만, 아직도 상당히 어리둥절한데, 무상검에 대한 비판에
있어, 그 초점은 맞지만 표현이 과격했다는 것인지 아니면 초점과 표현 모두 아니
라는 것인지 알 수가 없군요. 저는 그런 의미에서 흑저사랑님이 혹여 염두에 두고
있을지도 모를 무상검에 대한 논검비무를 제안하고자 합니다. 제 입장에서 여전히
무상검은 비판 받을, 악성의 흐름을 그대로 타고 있는 글이라고 생각하는데요.
누군가 입장이 다른 분이 있다면, 글쓴이 스스로의 변호도 좋다고 생각합니다만,
이 기회에 무상검과, 무상검과 같이 흘러 나오는 신무협판타지의 흐름에 대해서,
논검비무란에 이야기했으면 좋겠습니다. 아니면 몇 달 후쯤을 기다려 무상검 5권
을 보고, 그것과 동시에 흘러 나오는 글을 놓고 이야기하면 좋겠습니다. 내심 그
후보로는 삼류무사, 곤룡유기, 산동악가가 어떨까 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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