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이야말로 기회의 땅이고, 귀농하면 행복해 지고, 너는 잘 생겨질 것이고, 돈도 많아지고, 산짐승들이 고개를 조아리며, 네 앞에 여자들이 줄을 설 것이며..(나불나불)" 하잖아요?
그런데 '실제로 시골 가봤는데 나는 안 그러던데?' 하는 순간 이입이 안 되고, 이유 모를 박탈감과 짜증이 솟구치며, 부정적인 마음이 스멀스멀 생기져.
귀농 소설을 재밌게 보려면, 시골에 대한 환상이 있어야 해요.
고단한 디테일은 모두 숨기고, 서울 살던 직장인이 귀농하니까 9서클 마법사 되고 소드마스터 되더라. 이것이 힐링이지! 하는 거죠.
그런데.. 저.거. 힐링 아니잖아요.
따지고 보면 기연을 얻어서 잘 산다는 이야기일 뿐이죠.
그리고 한국 땅 좁아서 서울에서 2시간 정도 산 넘고 고개 넘으면 시골이거든요. 환상 같은 거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 도시 사람들은 '저거 개연성 뭐임? 시골 생활을 무슨 호캉스 하듯 하네! 저게 무슨 귀농이냐!' 하는 거에요. 차라리 강남에 있는 카페 갔다가 엘프가 타준 커피를 마시고 각성했네 하는 이야기가 더 흥미진진 할 겁니다.
한국에서만 서브컬처를 만드는 건 아니잖아요. 귀농인 척 하는 호캉스+기연을 힐링이라고 우기는데, 일본 힐링물을 봐요. 소소하지만 작은 일상을 잔잔하게 풀어내는 작품들이 많습니다. 그런게 힐링이겠죠.
한국식 판무를 힐링물이라고 한다면 갑질하는 것도 힐링이고, 부자되는 것도 힐링이고, 상대에게 우월감 느끼는 과정도 힐링이라는 말이잖아요?
그런데 그게 힐링 맞나요?
우월감이나 갑질을 힐링이라고 믿는 사람이 있다면, 그 분은 정신에 문제가 있는 사람이에요. 힐링 이전에 소시오패스나 나르시스트 같은 부류인 거죠. 그러니 어떻게 한국산 귀농귀촌물이 힐링물일 수 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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