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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3분 테스트

작성자
行雲流水 ▦
작성
02.12.17 10:55
조회
675

성당에서 피정(避靜)을 갔을 때의 일이다.

프로그램 첫머리에 한 수녀님께서 자리에 모인 우리들에게 시험지를 나누어 주며

3분 안에 풀라고 하셨다. 받아 보니 맨 위에 '끝까지 다 읽어 보고 문제를 푸시오'

라고 쓰여 있고 그 밑에 꽤 많은 문제들이 이어졌다.

수녀님은 초시계를 꺼내 "5초, 10초" 하며 시간을 재기 시작했다.

문제라는 것이 고작 숫자를 쓰라거나, 동그라미를 그리라거나, 이름을 거꾸로

써 보라는 등 피정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을 듯한 것들이었지만 누구 하나 의문을

제시하거나 투덜거리는 사람이 없었다. 째깍째깍 초침 소리를 의식하며

모두들 최대한 빠르게 연필을 움직을 뿐이었다.

3분이 다 되어갈 무렵 여기저기서 "어머나!" 하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맨 끝 문항을 보는 순간 내 입에서도 절로 "어마나!" 소리가 새어 나왔다.

거기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끝까지 읽어보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문제를 풀 필요는 없습니다.

  시험지에 이름만 쓰십시오.>

당혹해하는 우리를 보고 수녀님은 말씀하셨다.

"시험지 첫머리에 끝까지 다 읽어 보고 풀라고 쓰여 있는데 무엇이 그렇게

급하셨나요? 내가 시간을 재고 있고 옆 사람이 열심히 푼다는 이유로 그 문제들을

서둘러 풀었나요? 남들이 다 탄다는 이유로 목적지도 모르는 기차에 올라탄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입니다."

그것이 '3분 테스트'의 교훈이었다. '왜' 라는 질문 없이 그저 바쁘게 움직이는것,

방향감각 없이 빠른 속도에 휘말리는 것은 분명 어리석은 일이다.

--------------------------------

여러갈래로 뻗은 길 중에서 많은 사람들이 중앙에 나있는 쭉 뻗은 길을

걷는다고 해서 자기 자신도 그 길을 갈 이유는 없는겁니다.

자기 자신만의 길을 찾고 그 길을 걸어가는게 중요하지 않을까 싶네요.


Comment ' 6

  • 작성자
    Lv.52 군림동네
    작성일
    02.12.17 11:00
    No. 1

    옙...............
    많은 사람들이 쌍쌍으로 돌아다녀도.....
    나는 자신만의 길을~~~
    ㅠ..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신독
    작성일
    02.12.17 11:05
    No. 2

    역시 수행자들은 다르게 세상을 보는 듯...
    단테도 말했다죠.
    \"누가 뭐라고 떠들어대도 네 갈 길을 가라.\"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暗影 ▦
    작성일
    02.12.17 11:07
    No. 3

    끝까지 읽어는 봤어야할 듯....^^;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Personacon 깡치
    작성일
    02.12.17 14:45
    No. 4

    원래 시험 잘 보는 사람은

    무작정 1번부터 풀지 않죠..

    일단 다 읽어본후 (혹은 훝어본후)

    시작하죠...

    후후~~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둔저
    작성일
    02.12.17 15:42
    No. 5

    멋지군요.
    음...그러고보니 현대인들은 너무 급하게 살면서, 정작 자신이 가는 길도 제대로 모르는군요.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冥王
    작성일
    06.08.12 14:02
    No. 6

    聖地巡例 中

    찬성: 0 | 반대: 0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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