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만화의 왕도가 베틀물이라면 대여점에서 판타지의 왕도는 소위 말하는 먼치킨이 되겠군요. 아무튼 왕이 되는것? 혹은 이 세계에서 내가 제일 강한 세력을 꾸리는 수장이 되는것? 내가 그 분야에서 최고가 되서 다들 나의 결정에 따르는것? 그쯤 이겠군요. 그리고 그러한 왕도 스타일의 작품이 출판 확률이 높다라면 그것을 향해 매진하는 것 역시 좋은 전략입니다.
그리고 그와 같은 이제는 거의 정해지다 시피한 공식의 플롯으로 글을 쓰는것 역시 출판을 위한 전략이라면 확률높은 쪽을 따르는것 역시 작가분들이 생각하는 최선의 선택이기도 하지요.
하지만 음...예를 들어 봅시다.
내가 강해졌다 ==> 부하를 만든다==> 이제 세계를 평정한다. 라는 아주아주 정형화된 틀을 따른다고 봤을때 작가분들이 놓치지 말아야 할것은 작가분들 자신이 "소설"을 쓰고 있다는 것을 잃지 말아야 하는 것입니다.
출판이 된 소설이 이러한 것을 잃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상당수의 아마추어 작가분들 역시 이 부분을 간과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즉 위에서 예를 든 3단계의 진행에 급급해져서 소설의 전체적인 표현양식이 퀘스트에 대한 설명식으로 나열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출판된 모 소설은 10페이지가 넘어가는데 묘사부분만 분량을 재보면 1페이지 될까 말까 한 책도 있었습니다. 그것은 이미 소설이 아니지요.
소설의 표현방식의 백미는 누가 뭐라해도 묘사 입니다. 설명이 아니라는 이야기지요. 빠른진행을 위한 속도감에 빠져서 소설전체가 작가 자신이 시나리오 형식으로 만들어 놓은 퀘스트 이벤트에 대한 설명으로 점칠되어 져 버리는 글을 좋은 소설이라고 하기엔 정말 큰 무리가 따릅니다. 심하게 말하자면 소설도 뭣도 아닌 글이 되어 버립니다.
소설을 쓰는데 많은 어휘가 필요하다. 어휘공부에 게을리 하지말고 좋은 책을 많이읽고 많은 어휘와 표현을 메모해두어라. 라고 말하는 이유는 좋은 묘사를 위한 것입니다.
먼치킨 소설에 있어서 이만한 고전 소설이 또 있을까 싶은 "델피니아 전기"를 보면 문단양식이 짧고 대화가 많은 전형적인 초기 먼치킨 라노벨 판타지 소설입니다. 하지만 그 시리즈중 단 한권만이라도 표현방식에 있어서 어디까지가 묘사고 어디까지가 서술인지 이것만 구분해서 본다고 하면 아무리 가벼운 소설이라도 묘사의 비중이 어느정도가 적정한 수준인지 감이 잡힐 것입니다.
이야기의 진행은 에피소드로 흘러가야 하는 것이지 나불나불 설명을 길게해서 이일도 끝냈고 저일도 끝냈다. 라는것은 소설로서 좋은 방식이 아닙니다.
소설은 에피소드를 계속해서 만들고 끌어가는 것이지 시나리오처럼 축약하고 설명해서 끝내버리는 것이 아닙니다. 소설의 이야기능력이 떨어진다. 볼만한 것이 없이 똑같다. 라는것은 그 소설만의 에피소드가 없기 때문입니다. 남들이 했던 에피소드 각색만 해서 집어 넣는다면 사실 작가로서는 실격입니다.
사실상 또하나의 복제품인데 표절이라고 말을 시원스레 못할뿐인 것이지요. 물론 아마추어 단계에서는 그러한 점도 필요하긴 합니다만 모작에 가깝게 습작을 하려 한다면 좀더 좋은 작품을 대상으로 하길 언제나 바랄 뿐입니다.
위에서 예를 든 "델피니아 전기" 누가 그 간단한 스토리를 모르겠습니까? 남주인공 월과 만난 먼치킨 리가 월을 왕위에 올려놓고 그 왕은 놀라운 능력으로 강한 왕국을 만든다. 너무나도 간단한 이야기입니다. 결국 긴 시리즈의 이야기의 전부는 저것입니다.
하지만 델피니아만의 에피소드가 있기때문에 이 간단하게 축약되는 소설이 델피니아만의 소설로 남을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자신의 글이 그렇지 못한다면 모두가 설명으로 점칠된 소설을 쓰는 것에서 비롯된 문제점이지요. 그런글은 복잡한 인간관계를 만들 필요성도 줄어들고 에피소드를 만들 필요도 없어지고 에피소드가 딱히 만들어질 필요가 없으니 묘사의 비중도 떨어지면서 소설같지 않은 이상한 글이 되어 버립니다.
그리고 으례 판타지라고 하면 "모험" 입니다. 판타지, 말그대로 환상이고 무언가 낮설고 새로운 세계를 보여주는 것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판타지에서 모험은 빼 놓을수 없는 관계입니다.
어떤 방식이든 간에 작가의 세상을 보여주는데 주인공은 모험(혹은 여정 혹은 시류에 휘말림)을 떠나고 그속에 고난과 역경을 그리지요. 판타지 문학의 기본입니다만.
너무나 고정적이고 지역적이기 때문이라고 표현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복제품식의 배경에서 영지에 너무 중심이 되기 시작하면서 판타지에 어드벤쳐가 사라졌습니다.
지역적으로 협소하다거나 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고양이 전사들" 시리즈를 보면 정말 작은 제한적 환경아래서(불과 한동네와 그 근처) 열심히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는 고양이들의 이야기를 보여주면서도 이 고양이 세계의 여러가지 새로운 면모들을 보여줍니다.
즉 그 지역적 배경이 크고 작고는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자신의 세계가 판타지라면 이것 저것을 보여줘야 정말 환상문학이 된다는 이야기 입니다. 물론 너나너나 같은 복제품식의 배경을 쓰기에 그런점도 있어서 소설속의 이렇다할 새로운 면모를 보여줄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서 인지도 모르겠지만.
판타지는 기본적으로 환상을 배경으로 하는 소설인만큼 새로운 배경을 보여주어야 하고 그 환상을 모험으로 통해 보여주는 것이 기본입니다. 작가가 만든 창조의 공간 이곳저곳의 신기함과 낮섬을 보여주는 것이지요.
즉 진부한 환상공간의 설정과 고정적인 배경에서의 협소한 행동반경 움직임 때문에 판타지에 있어서 모험적 요소거 너무 적습니다. 그렇다면 좋은 판타지 소설이라고 말할수가 절대 없습니다.
말했듯 판타지 자체가 낮선것과의 만남이기 때문에 모험적 요소가 필수인 장르이기 때문입니다. 판타지 소설이 안정되면 안정될수록 절대 좋은 소설이라고 말해질 수 없습니다.
판타지 소설을 쓴다면 낮선 작가의 환상을 독자에게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가 이 장르의 첫번째 핵심 과제 라는것을 잊지 말았으면 합니다.
마지막으로 좋은 아이디어는 소설을 씀에 있어서 열쇠가 되지만 결코 소설 = 새로운 아이디어가 아닙니다. 소설은 그 아이디어를 이용하여 엮은 에피소드들의 집합체 입니다.
자신의 소설을 결정짓는 것은 새로운 아이디어로 자신만의 에피소드를 만들어 가는 것이지 이놈이나 저놈이나 비슷한 에피소드인데 살짝 겉에 양념바르듯 가미된 아이디어로 결정되는 것이 아닙니다.
Ps.
처음부터 소설을 시작하는 아마추어라면 수준높은 듀올로지나 트릴로지를 기준으로 시작하는게 좋습니다. 오히려 단권인 엔솔러지나 너무 긴 장편보다는 듀올로지나 트릴로지 정도가 적당한목표가 되고 그 분량으로 생각하는것이 오히려 구성력을 기르는데 도움이 됩니다.
그러기 위해서 많은 듀올로지나 트릴로지를 읽고 분석하는것이 좋구요. 작법공부를 위해 보는 책이라면 처음엔 어휘와 표현 중심으로 메모해가면서 읽고 두번째로는 슬슬 넘기면서 책의 구성과 소설적 장치에 대해서 보는 식으로 최소 2번은 보는것이 좋습니다.
* 연담지기님에 의해서 문피아 - 하 - 연재한담 (s_9) 에서 문피아 - 하 - 강호정담(fr1) 으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10-06-08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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