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화수목금금금, 한달에 반절이상 해도 이상하지 않은 야근, 타 직업대비 훨씬 적은편인 근무시간당 봉급, 어려운 일.
어떤 직종일까요?
한국의 소프트웨어 개발자(특히 게임개발자) 얘깁니다.
주말? 그런거 없습니다. 프로젝트 끝나기 전까진 휴일이고 휴가고 없습니다.
칼퇴근? 그건 뭡니까? 먹는 겁니까? 야근이나 안하고 퇴근하면 다행입니다.
풍족한 월급? 회사가 망했다고, 프로젝트 망했다고 월급이나 안 떼이면 감사합니다...그저 제 때 월급이 나오기만 해도 감지덕지죠.
안정된 직장생활? 그런거 꿈도 안 꿉니다. 회사가 망해서 개발인력들이 한꺼번에 시장에 나오는 경우가 워낙 자주 있어서 다들 회사가 망하거나 프로젝트 무산되어서 잘리면 "이젠 어디 회사에 원서를 넣어야 하나"하고 무덤덤하게 발길을 돌립니다. 뭐, 엔씨소프트나 넥슨같은 대기업의 경우 사원들에 대한 처우도 좋고 월급도 높다고 하는데 그건 삼성이나 엘지도 마찬가지죠. 대기업은 원래 정사원에 대한 처우 좋잖아요? 문제는 내가 그 대기업에 못 들어간다는 것이 문제일 뿐.
프로그램 간단한 것이라도 짜본 분들은 아실테지만 프로그램 개발은 배우기 어려운 일입니다. 프로그램 언어 외우는 것이 쉽지가 않죠. 실상 해당 직업에서 사용하는 코드는 정해져 있기 때문에 주로 사용하는 프로그램 코드만 외우면 된다고 하지만 그것도 일반인들이 보기엔 헉 소리가 나올 정도입니다.
최소한 회사에서 써먹을만큼 되려면 2년간 집중적으로 학원이나 학교에서 배워야 합니다. 그리고 회사에 입사해서 해당 회사에서 진짜 일을 또 배워야 합니다. 이 기간이 짧으면 3개월에서 길면 1년 정도가 걸립니다. 이 기간을 짧게 가지는 회사일수록 사원에 대한 처우가 개판이죠. 물론 개발되어서 나오는 프로그램의 질도 개판이구요...
생각해보세요. 이렇게 배우기도 어렵고 또 배워서 일을 하려고 해도 다른 직종에 비교해서 어렵고 고달픈 일을 누가하려고 할까요?
하지만 그런 사람들이 있습니다. 정말 게임이 좋아서, 혹은 프로그램 개발말고는 할 줄 아는게 없어서 그냥 이것말고는 다른 길이 없어서 하는 사람들이요. 그래서 전에는 회사에 입사하기만 해도 그냥 감사히 여기고 일했습니다. 자기 팔자가 그러려니 하면서 말이죠.
그런데 중국이 급격하게 선진화하면서 소프트웨어 개발자에 대한 인력부족을 심하게 겪기 시작했습니다.
중국은 이런 경우 자기 나라의 인력을 키우기보다는 외국에서 데려와서 써먹으면서 기술을 빼내거나 아니면 귀화시켜 버리는 쪽을 택합니다. 그러다보니 주변국을 살펴보는데 우리나라에서 힘들게 일하는 개발자들이 보이네요?
네, 지금 우리나라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인정을 좀 받았다 싶은 사람들은 중국으로 마구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말이 안 통하지만 컴퓨터 프로그램 언어는 똑같은 걸 사용하니까요.
덕분에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개발사들은 난리가 났습니다. 직종 특성상 신입보다 경력자가 필요한데 경력자들이 한국에선 일이 너무 힘들고 고되면서 돈도 안된다고 다 빠져나가고 있으니까요. 학원이나 학교에서 신규인력들을 배출해내고 있다고 하지만 그들은 회사에 입사해서 또 일을 교육해야 하니 당장 써먹을 수가 없습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거죠.
그런데....
당장 기업이 힘들다고 인력부족에 시달린다고 하면서 자신들이 한 행위는 일언반구 언급도 없네요...
"사람이 없다, 인력이 너무 부족하다"라고 외치기만 할 뿐 개발인력들을 붙잡기 위해서 필요한 조치는 하지 않고 있습니다.
요새 나오는 뉴스를 보니까 국가에서 대규모로 인력을 키워달라고 하는 소린거 같은데 참 한심합니다.
사람들 모아다가 교육시켜서 쓸만한 인력이 되며 뭘합니까? 그 사람들이 한국의 개발사에 들어가겠습니까? 저 같아도 돈도 더 많이주고 근무환경도 더 좋은 중국에 갈 겁니다. 외국이라 고생하겠지만 안정된 직장도 아니고 당장 월급도 제때 나온다는 보장도 없는 한국에서 외줄타기 하는 심정으로 개발하느니 말도 안 통하는 중국에 가서 안정적으로 제 돈 받으면서 개발하겠습니다.
기업인들이 제발 노동자들의 현실에 대해 조금이라도 눈을 돌려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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