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자가 여성을 성폭행하고 토막내는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런 사건은 있어선 안되지만 안타깝게도 종종 벌어지는 일입니다.
이런 사건이 소설에 등장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며..
개연성이 없다고는 할 수 없지요.
문제는 묘사 방식입니다.
여성을 매력적으로 묘사하고, 성폭행하는 장면을 세세하게 묘사한다면 그것은 포르노물이 되겠지요.
남자의 입장에서 여성을 유린하는 과정, 시신을 헤체하는 과정등을 세세하게 묘사할 수도 있을 겁니다. 이것도 귀축물이 되겠지요.
하지만 남자의 출신 배경, 성장 환경 등을 세밀하게 묘사하고 그런 과정에서 발생한 한국의 치안체계 등과 재발방지 등에 중점을 맞추고 상세하게 서술한 다음 '여성이 끔찍하게 성폭행 당하고, 시신을 훼손당했다'라고만 묘사해준다면 훌륭한 사회 분석글이나 다큐멘터리가 될 수 있을 겁니다.
여성의 노동환경, 거주환경, 교통 문제 등을 다루면서 어째서 여성들이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다룰 수도 있습니다.
어떤 사건이 등장했는가만으로 작가를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사건을 어떤 식으로 묘사했는가, 묘사의 비중은 무엇에 주안점을 두고 있는가 등으로 작품에 대한 호불호라든가, 작가의 의도를 읽을 수는 있다고 봅니다.
삼국지 연의나 수호지 등을 보면 끔찍한 사건 사고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여성은 전리품 취급을 당하고, 전쟁 속에서 끔찍한 죽임을 당하는 이들은 부지기수로 나오지요.
하지만 나관중의 의도는 그 모든 것을 대하와도 같이 흐르는 역사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삼국지연의는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역사서와 같은 느낌으로 사람들이 읽을 수있게 되는 것이지요.
제 경우엔 불필요하게 악역을 미워하게 되는 상황 자체가 불편하더군요. 악역을 증오하는 마음이 커질 수록, 카타르시스 파괴욕이 커지며 악역이 멸망할 때 통쾌감이 커진다는 것은 압니다.
그걸 위해서 악인들은 잔인하고 불쾌한 짓들을 서슴없이 해대지요.
장르 소설은 미움의 문화에 뿌리를 두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미움을 키워서 통쾌감을 주는...
액션 영화들의 전형적인 패턴이기도 하지요.
그리고 미움이 크면 클 수록 깊은 인상을 남겨서 때로는 추종자들을 양성하기도 합니다만...
그게 독자들의 마음을 황폐하게 만드는 것은 아닐지 걱정스럽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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