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사건의 발단은...
진주에 면회를 하기 위해 내려갔다가
올라오는 버스를 예매하지 않으면서 벌어졌어요.
이미 매진... 제일 빠른 게 9시 버스였죠.
그거라도 표를 끊고, (그 때가 4시 30분쯤)
남은 시간을 허비하기 위해서 피시방으로 향했습니다.
어제 탄생한 저의 블레이드 & 소울 캐릭터에게
시간을 허비(?)하기로 결정하고 열심히 게임에 매진하고 있었죠.
사실, 밤을 새다시피하고 올라갔던 터라 너무 피곤해서
퀘스트 하는 기계가 되어서 퀘스트만 주구장창 하고 있었습니다.
거의 반 졸면서 ㅠ
그러다가 얼마 지나자 옆자리에 어떠 남성분이 오셨는데
블소를 하시더군요. 힐끗 보니 고렙.. 우왕.. 고렙이다...
라고 생각하고 다시 퀘스트 기계가 되어서 멍..열심히
무아지경으로 게임을 하는데,
갑자기 옆에서 부르더군요
“저기요..”
“네?”
쳐다보니 뭔가 말하고 싶어서 우물쭈물 하고 계셨습니다.
내가 뭔가 실례라도 했나해서 쳐다보니.
“저.. 서버가 어디세요?”
“아.... 용호상박이요.”
“아..... 다른 데구나.”
혹시 비슷한 닉넴이라도 본 걸까.
아니면 내가 쪼렙인게 안쓰러워서 버스를 친히 해주시려고?!
라는 생각을 짧게 하고 다시 대화는 없어지고
각자 게임에 몰두했습니다.
귀염꼬리라는 몬스터가 있는데요.
걔가 주는 ‘보패'라는 걸 모으려고 했는데
나쁜 아이가 자꾸 똑같은 거만 줘서 한 4번 돌았어여..
귀염꼬리와 1:1로 사투를 벌이고 보패를 다 모은 후
상쾌해지는 기분을 느끼고 있었는데.
옆에서 또 부르더군요.
“저기요..”
“네?”
쳐다보니까 눈이 마주쳤는데
뭔가 말하려다가 ‘으....음...’ 이러면서 말을 못하시더라고요
그래서 한 번 더 “네?” 하니까
“아.. 레벨이 어떻게 되세요?”
“17렙이에요.”
“본캐이신거에요?”
“네. 베타 때 잠깐 하고 이게 본캐에요.”
“그렇군요.”
대화를 하며 속으로 저는
‘음 나의 화려한 컨트롤에 본캐가 따로 있다고 생각하셨나 보군
음하하핫.‘ 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티는 안내고
다시 퀘스트를 열심히 하려고 했는데 또 말을 거시더라고요.
“저.. 저기 죄송한데요.”
쳐다보니까 또 눈이 마주치고 또 아무 말씀 못하시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네, 말씀하세요.” 라고 하니까
“저.. 실례지만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아, 스물 넷이에요.”
“아....”
하고서 그 분께서 내적갈등을 하는 눈빛이 찰나 스쳐지나가고
갑자기 툭 내뱉으시더라고요.
“남자친구 있으세요?”
그래서 .
저는 웃으면서 “네 있어요 ㅎㅎ" 라고 거의 바로 대답했어요.
“아.......................”
하시고는 그 후론 말씀이 없으셨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가 버스 시간 다 되서 짐 챙겨서 일어나니까
계속 힐끔 거리는게 느껴져서 게임 재밌게 하시라고 인사드리고
나오긴 했는데요.
난생 처음이네요.
이런 헌팅(?)의 스멜이 느껴지는 상황은 ㅋㅋㅋㅋㅋㅋㅋ
기분이 나쁘지 않고 오히려 좋았습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약간 숫기가 없으신게,
블소하는 여자친구를 만들어보고 싶으셨던 것이 아닐까 하지만요.
난생 처음 일어난 제 인생의 나름 역사적인 사건이네요.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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