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TV를 켜니, 시사프로그램이 하더군요. 바로 MBC 시사메거진 2580이었습니다. 평소에 TV를 잘 보지 않았지만, 사회적인 문제에는 관심을 가질만한 시기(제 연령이 그렇다는 것입니다.)인지라 일단 보게 되었습니다.
시사메거진 2580에서는 국가보안법으로 인해 곤경과 고초를 겪은 사람들의 사례를 소개하더군요. 그런데 그 과정에서 제 눈에 확 띠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바로 무협소설 ‘무림파천황’의 저자분이신 박영창 작가(현재는 교수로 계시다고 하더군요.)분께서 당한 일이었습니다.
고무림 게시판에서도 한 번 본 적은 있었지만 (무림파천황이 한 때 금서로 지정되었다는) 자세한 내막은 잘 모르던터라 관심을 갖고 보았습니다.
국가보안법이 적용된 이유는, ‘무림파천황’ 소설에 등장하는 몇 가지 구절이 문제가 되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즉, 무협세계를 이루는 선과 악의 대결을 묘사하는 과정에서 등장한 약간의 유물론적인 구절이(한 문장 정도의 짧은 내용입니다.) 문제가 된 것이죠.
그 때문에 작가분께서는 결국 2년 동안 실형을 당하시는 고초를 겪으셨다고 합니다. 그러한 내용을 보면서 안타깝기도 하고, 저보다 윗세대 분들께서 겪으신 시대가 정말로 살벌한 시기였다는 것을 아주 조금이지만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와룡생이 처음 대만에서 무협소설을 쓰기 시작했을 때, 그가 묘사한 악의 세력이 중국 본토의 공산당을 상징한다는 설이 있는 만큼, 무협소설에서 악의 세력이 독재정권을 풍자하는 것이 아니냐 하는 해석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국가보안법을 적용해서 한 작가의 신변을 구속한 것은 저와같은 나이의 세대에게는 정말 쉽게 이해되지 않고,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무협소설의 이야기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것이 바로 선과 악, 혹은 세력과 세력의 대립구도이기 때문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박영창 작가분께서도 인터뷰를 하면서 그러한 견해를 밝히셨습니다.
물론 지금에야 설마 그런 내용과, 한 문장 정도의 짧은 구절을 문제삼아 무협소설의 작가분을 구속하는 일은 없으리라고 생각되지만, 그래도 섬뜩함을 금치 못하는 사례였습니다.
그리고 박영창 작가분과 비슷한 연배의 고무림 작가분들께서 그런 고초를 겪지 않으신 것에 대해(혹시 제가 모르는 고초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혹시 그런 사례가 있다면 바로잡아 주시길.)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짧은 인터뷰였지만, 많은 것을 느끼기에 정담란에 이 글을 올립니다.
다만 한 가지, 기자분께서 입에 달고 계시는 ‘무협지’란 표현은 조금 귀에 거슬렸습니다. 고무림의 긍정적인 영향이 제게 미친 탓이죠. ^^;; 아직까지 그런 표현이 일반화 되어 있는 것을 확인하게 되어 아쉬울 따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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