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장르소설 주류는 현대 레이드물입니다.
메모라이즈같이 현대인들이 대량으로 전이하는 부류나 현대에 던전이나 탑이 생겨서 클리어하기 위해 들어가는 부류나 레이드물의 연장이라고 할 수 있죠.
여기에 추가적으로 회귀가 자주 쓰이곤 합니다만.
이런 소설 중에서 가끔씩 제 손발이 오그라들게 만드는 것들이 있습니다.
십강이니, 십존이니 하는 것들을 만들고 마창, 검신, 마신 등등의 칭호를 붙여서 인물을 지칭하는 걸 보면 정말 보는 제가 다 부끄러워요.
검신, 독왕, 암제 등등의 별호는 무협에서는 일종의 아이덴티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무협에서는 별호만으로 사람들을 부르기도 하죠.
“검제님, 도와주세요!”
“독...독왕이다! 모두 도망쳐!”
초식 하나하나에 이름 붙이고 싸우면서도 초식명을 외치면서 멋을 부리는 놈들이 가득한 게 무협이니 저런 별호쯤이야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배경이 현대거나, 현대인이 다수 넘어가서 자기들끼리 저렇게 부르고 다닐까요?
현대에도 저렇게 멋진 별명을 얻은 사람들도 있긴 합니다.
테니스 황제 페드로라거나, 돌부처 이창호라거나, 피겨요정 김연아라거나.
그런데 우리가 그들을 봤을 때 앞에만 똑 떼어서 황제가 왔다, 돌부처다, 피겨요정이다, 이러진 않잖아요?
별호에 신(神)이 들어가는 경우는 더 기가 막혀요.
인터넷에서나 농담삼아서 ‘갓’을 접두사나 접미사로 붙이곤 하지 미디어매체에서 ‘신’을 붙이는 경우는 못 본 것 같거든요.
10점은 기본이요 심심찮게 퍼펙트골드를 하는 우리나라 양궁 선수들 중에 누구 신궁이라고 불린 사람 있나요?
수영 올림픽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는 펠프스 선수도 해신이라고는 안 부르잖아요?
바둑의 9단을 ‘입신’이라고는 부르지만 개인 기사에게 ‘신’이 붙은 경우는 없죠.
게임소설에서도 랭커들에게 무슨 신의 방패니, 전신이니, 투신이니 하는 칭호를 달아주는 경우도 있는데 누구 게임하면서 서버 랭커한테 저런 별명 달아주고 불러주신 분 있습니까?
그 유명한 EE!의 용개형도 저런 식이라면 마신이나 투신이라고 불렸어야겠죠.
소설 쓰다보면 ‘아 얘네 등장하는데 별로 멋이 없네. 짱 멋진 칭호 달아주면 좀 임팩트 있겠지?’ 하는거 다 이해합니다. 이해하고 말고요.
아무리 그래도 좀 상식선이 있어야지 밖에 나가서 돌아다니는데 ‘신’이나 ‘황제’ 소리를 다른 사람들이 면전에서 한다고 생각해보세요.
농담으로 하는 소리도 아니고 진심으로 무슨 신 소리 들으면 저라면 아마 부끄러워서 집 밖에 못 나갈 겁니다.
소설 내에서 유명한 사람들한테 거창한 칭호 붙여주는게 무협에서 번진 건지, 라노벨에서 도입된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제발 적당히 씁시다.
P.S : 시모 하이하에겐 ‘마탄의 사수’가 어울리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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