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을 볼 때 그 사람이 하는 행동에 대해 내가 보일 수 있는 가장 빠르고 쉬운 대응은 평가인 것 같아요. 그건 너가 잘못했어, 근데 그건 잘했어. 나라면 이건 이렇게 했을거야. 왜 그렇게 했니?
하지만 문득 이런 생각이 드네요. 홀로 있는 평가, 즉 이해 없는 평가는, 그저 공허한 메아리인게 아닐까. 그저 자기의 독선을 남에게 토해내는 것 외에 무슨 의미가 있을 수 있을까.
덜 자연스럽고, 더 느리고, 더 어려운 대응은 이해 같습니다. 눈을 뜨고, 아무런 가공 없이 날 것으로서의 무언가를 최대한 그 모습 그대로 보려고 하고, 그렇게 본 나와 다른 무언가를 이해하려고 하는 것. 그 이해 끝에 평가가 나와야 그건 진정 사람에게 와닿지 않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듭니다.
문화상대주의 관련 논쟁에서 학계에서도 이런 말이 많았죠. 상대주의 뭐 말은 좋지만, 그렇다면 그 안에 도덕과 인권은 어떻게 해야하는가? 그것의 침해는 대체 어떻게 바라봐야하는가? 그건 핀트를 놓친 비판인 것 같아요. 평가를 하지 말라는게 아니니까요, 문화상대주의는. 문화상대주의는 그 전에 우선 이해를 하라는 것이죠. 왜 그랬는지, 왜 그들이 그렇게 됬는지. 그리고 그러고 나서 그 이해로부터 우러나온 평가를 내리라는 것이죠.
그건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평가와는 달리 의식적으로 노력해야하고, 그 속도도 굼벵이 기어가는마냥 느리죠. 정말 힘듭니다. 나와 다른 사람을 본다는 것은요. 하지만 더 나은 사람이 되고 더 나은 변화를 불러오고 싶다면, 그것 말고 다른 길은 없는 것 같습니다.
걍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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