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어렸을 적인데.. 무슨 충동인지
부산 해양청에 찾아가 3박 4일간
선원훈련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4미터 위에서 인공파도위로 뛰어내리고..
스크럼을 짜서 방화복 너머 넘실대는 불길에
소방호스를 뿌려대고.. 어쨌든..
선원자격증과 비자를 챙긴 저로선..
모든 주인공이 그러하듯.. 모험이란..
바다에서 시작하는것. 이라는 중2병적 증상을
유지한채 크루즈에 승선하게 되었습니다.
9층짜리 배 안에는 570여명의 외국인 선원과
30여명의 한국인.. 그리고 1200여명의 승객이
바다위를 떠돌며 먹고 마시고 놀며.. 일본과
중국을 여행하는 일정으로 운영됬는데..
갑판에선 연일 무대이벤트와 파티를 하고..
선원식은 뷔페로 나름 먹을만하게 나왔습니다.
그리고 제가 있던 6층엔 필리핀아가씨가
일하는 카페가 있었는데..
굿 굿 하는 짧은 영어로 안면을 트면서..
두달간 배안의 생활을 하며 친해지게 됬죠
하루는 5층의 이벤트홀에서 10명의 미국인밴드
스윙의전설의 라이브공연을 보고 있었는데
이벤트 홀 한쪽에서 이 필리핀 아가씨가 살짝
살짝 춤을 추고 있는거에요.
짧게 한발 내딪고.. 살짝 리듬을 타는 작은 몸짓
안에.. 열정과 절제된 격렬한 마음같은게 보이
는것 같았습니다. 스튜어디스 출신이라 미인이
기도 했구요.. 어쨌든 그냥 반해버렸습니다.
그때부터 카페 출입이 잦아졌고, 짧은 그림실력
으로 그린 캐리커처와 공짜커피를 교환하며
계속 친해졌습니다.
제가 있는곳까지 커피를 가져와주며 웃는 밝은
미소가 정말 좋았습니다.
제가 머물던 선원실은 고시원보다 조금 넓은
정도였는데.. 샤워실이 딸려있어서 그나마
나쁘진 않았어요.
선반엔 구명조끼가 들어있었고 방송으로
엑서사이즈~엑서사이즈~ 라고 울리면
지정된 구명정까지 달려가는 안전훈련을
종종했는데.. 어느날 달려가다가 저쪽 방문이
벌컥 열리면서 그녀가 툭 튀어 나오는 거에요.
에이.. 그냥 여기까지 해야겠어요.. 멈춰야지..
더하면 안되..
그냥 잊혀진계절님 글을 보다가 저도 떠올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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