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
15.04.05 10:38
조회
1,264

아침에 일어나 공모전 순위 확인하고 절망하다가 옛날 생각이 나서 옛날 이야기 한편 투척합니다.


때는 바야흐로 인터넷이라는 게 막 등장했던 시절입니다. 정확한 연도는 밝히지 않을게요. 제 나이가 탄로나니까--;;


요 인터넷이라는 세상이 하도 희한해서 뭐. 별일들이 다 있었습니다. 우선, 컨텐츠가 너무 없었던 시절이라 조금만 컨텐츠를 가진 사람이면 약간 이름을 날릴 수 있었죠. 실은 그 시절 저도 모 포털사이트 메인페이지에 ‘***의 문학세상’이라는 코너를 쓰고 있었구요. 문학이론이나 문학사, 그런 걸 연재했던 기억이 있네요. 버나드 쇼나 샤르트르에 관련된 에피소드만 써도 컨텐츠가 되는 여튼 그런 시절이었습니다. 팬층도 형성되고 하루에 1000통의 메일을 받는 날도 있었답니다.^^


판타지라는 장르는 물론 없었구요. 무협 소설 작가는 작가라는 말도 못 꺼내던 시절이었습니다. 대중 소설 작가는 작가 취급도 안 하던 시절, 장르는 본격 문학밖에 없었습니다. 선택의 여지가 없는 세계였습니다. 주제도 세익스피어 작품 속의 등장 인물의 심리를 철학적으로 분석한다든가...당시 약간 유행하던 러시아 문학에 대한 비평 같은 게 주류였답니다.


당시 작가가 되는 길은 오로지 신춘문예였습죠. 작가 지망생들이 모이는 모 사이트가 있었습니다. 모두가 한결같이 이번에는 자기라는 절대 믿음에 빠진 사람들의 모임이니 분위기도 살벌했습니다. 그러다 12월 말이 되면 난리가 나죠. 자신의 작품이 당선되지 못했다는 사실이 분노로 바뀝니다. 모두 이를 박박 갑니다.


1월 1일 신춘문예 작품이 실리면 모두가 벌떼처럼 달려 들어 작품을 분석합니다. 문장력, 캐릭터들의 당위성, 개연성, 문체, 철학적 깊이까지 아주 살벌하게 발라버렸죠.^^


당시에는 이런 분도 있었네요. 자신은 실력은 충분한데 돈이 없어서 작품을 쓰지 못한다. 내가 글에 매진할 수 있도록 좀 쏘아달라. 유명해지면 다 갚겠다....


이 분, 지금은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가 되셨고 대학 교수까지 되셨습니다. 이 분 공중파나 신문에서 뵐 때마다, 그 시절을 기억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알까 싶어서 픽하고 웃음이 납니다. 자신도 너무 부끄럽겠죠. 필시..ㅎㅎ


당시는 정말 온라인 세상이라는 게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고 갈팡질팡하는 과도기였던 것 같습니다.


공모전 고순위에 계신 분들의 작품들 읽어보니 좀 어이없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 일정 정도의 문장력을 가지고 계시더군요. 요즘은 이렇게 다들 글을 잘 쓰시는구나 싶어서 놀라고 있습니다.^^


그건 그렇고, 어디 노인정에서 주최하는 공모전 없나요????--;;


Comment ' 2

  • 작성자
    Personacon 엔띠
    작성일
    15.04.05 10:44
    No. 1

    걱정 안 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나이 27인 저도 초기 인터넷을 하며 자랐습니다.

    그나저나 그런분이 있다면 정말 굉장하군요...
    보통 먹튀를 할 텐데...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5.04.05 11:05
    No. 2

    자기 계좌번호를 공개하고 불특정 다수에게 송금을 받았는데. 여튼 그분이 이 이야기를 밝히신 적이 없는 점으로 봐서는 자기 자신은 약간 찔리는 게 아닌가 싶네요. 당시 작가 지망생들로부터는 그분 욕 좀 많이 드셨습니다.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강호정담 게시판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221114 하나카드 이제 못써먹겠네요. +1 Lv.86 저거광팬 15.04.09 963
221113 충암고 급식사건 전말의 전말.. +30 Lv.49 미깜 15.04.09 1,350
221112 아래 세월호 글을 보고. +25 Lv.9 Ngn 15.04.09 1,109
221111 작품 목록의 정렬 중 무작위가 있었으면 +5 Lv.46 겨울꽃잎 15.04.09 736
221110 인양에 관심갖는것은 감정소모입니다. +8 Lv.78 대추토마토 15.04.09 1,074
221109 세월호 정도의 배는 인양을 해야합니다. +27 Lv.24 약관준수 15.04.09 1,150
221108 신세경 참 안타까운 배우... +11 Lv.24 약관준수 15.04.09 1,400
221107 요즘 일베를 자꾸 들어가게 되는데...끊어야겠네요. +21 Lv.1 [탈퇴계정] 15.04.09 1,569
221106 세월호 인양 반대 이유 +35 Lv.55 짱구반바지 15.04.09 1,863
221105 숙연해지는 사진 한장. +9 Lv.9 애플주스 15.04.09 1,051
221104 여기에 분명히 누군가는 +17 Personacon 엔띠 15.04.08 1,038
221103 신박한 게임 있네요. +6 Lv.53 야채별 15.04.08 1,045
221102 세월호 인양을 왜 묻는 건지.. +37 Lv.1 [탈퇴계정] 15.04.08 1,294
221101 우물 안 개구리인게 문제가 아니다. +5 Lv.45 매일글쓰기 15.04.08 1,028
221100 이 와중 독일에서는... +25 Personacon Rainin 15.04.08 1,128
221099 첫 댓글의 중요성 +7 Lv.34 쏘르 15.04.08 1,088
221098 세월호 인양비 1200억이라는데 +48 Lv.55 짱구반바지 15.04.08 1,345
221097 지금 무작정 기차 올랐습니다 (조언 좀...) +43 Lv.61 소요권법 15.04.08 1,055
221096 생산품의 편중화에 대한 의견 Lv.46 겨울꽃잎 15.04.08 602
221095 드래곤 라자, 룬의 아이들. +14 Lv.72 독거미sp 15.04.08 1,074
221094 멍... Lv.45 매일글쓰기 15.04.08 766
221093 연재한담과 강호정담의 차이가 뭔가요? +5 Lv.43 Daon타이탄 15.04.08 982
221092 권태용작가님 근황이 어떻게 되나요 Lv.6 Morek 15.04.08 818
221091 4월의 거짓말..... +1 Personacon Alkin 15.04.08 981
221090 참을 수 없는 강렬한 유혹이...... +14 Lv.61 소요권법 15.04.08 1,046
221089 이거 협박 맞겠죠? +12 Lv.79 카나코 15.04.08 1,280
221088 스마트폰으로 문피아 들어와서 공모전 눌르면 아무 표시... +1 Lv.80 크라카차차 15.04.08 791
221087 유료연재 소설을 접할때 어떻게 결정하시나요? +10 Lv.81 Aree88 15.04.08 1,094
221086 나루토 라스트를 보고 +1 Lv.60 카힌 15.04.08 1,060
221085 나이트런 재탕을 했습니다. +14 Lv.67 bujoker 15.04.08 1,129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genre @title
> @subject @ti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