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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
12.06.26 15:44
조회
829

흐음. 또 왔어요. 아 이거 라디오 사연을 받는 곳이라던가에 제출해볼까... 컬투쇼라던가...

음, 어쨋든 저번에 영역을 지켜준 보답으로 쥐를 가져다줬다고 했죠? 그럼 그 후에 일어난 일을 말씀드리겠습니다.

그 녀석이 영역을 지키고 얼마동안은 평화가 감돌았습니다. 녀석이 아주 열심히 쥐를 잡아먹어서인지 녀석은 살이 더쪘고, 이젠 온 몸으로 위압감을 풀풀 풍기는 위험한 고양이로 변모했죠. 여기저기에 쌓인 영광의 흉터들은 더욱 녀석을 박력있게 만들어주었고, 이제 그 녀석의 영역은 절대로 침범받지 않을 것 같았죠.

하지만 평화도 얼마 가지 못하고, 낙원(저의 집 주변이 쥐의 천국이라고 말했죠? 그래서 고양이에게도 낙원)을 노리는 또다른 침입자가 나타났습니다.

이번엔 그냥 흔하게 볼 수 있는 고양이였습니다. 하지만 그 녀석의 덩치는 결코 흔하지 않았죠. 거의 너구리만한 크기의 무서운 녀석이었습니다. 우와, 살면서 그렇게 커다란 고양이는 처음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어요. 덩치만으로 따지면 원래의 주인이었던 녀석은 상대도 안됐죠.

하지만 녀석은 수많은 수라장을 헤쳐온 백전노장. 침입자는 덩치가 워낙에 커서 다른 적들이 싸우지 않고 도망치기라도 했는지 몸에 상처가 없었습니다. 침입자는 싸움의 경험이 많이 쌓이지 않았다는 뜻이죠.

싸움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둘은 싸우기 시작했고, 온 동네에 고양이가 고함지르는 소리가 울려퍼졌죠. 녀석들은 며칠동안 싸웠습니다. 싸우다가 지치면 휴전했다가 잠시 후 다시 싸우거나 다음날 싸우고 하면서요.

할퀴고, 물고, 뛰어다니고. 둘은 만나기만 하면 싸우고, 설사 만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찾아내서 싸웠죠. 피가 튀기는 건 예삿일이고, 주변을 지나가는 꼬맹이들은 많이도 울었죠.

처음엔 저는 말리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결국은 말리지 못했어요. 검은 녀석은 자리를 지키려고 목숨을 걸었고, 침입자는 뺏으려고 목숨을 걸었죠. 누구든 지는 쪽이 죽는 싸움이었습니다. 그래서, 왜 못 말렸냐구요? ... 무서워서요. 저번에는 꼭지가 돌았는지 어쨋는지 어떻게 돌을 던졌지만 이번엔 그렇게 하기가 무섭더라구요. 그리고 잘 시간에는 싸운적이 없었고요. 저녁에 자주 싸우기는 했지만.

흠 어쨌든 슬슬 어느 고양이가 이길지에 대한 판돈이 커질무렵 결판이 났습니다. 녀석이 이겼죠. 침입자는 도망쳐서 다시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아쉽게도 마지막 싸움을 보지 못해서 어떻게 이겼는지는 모르겠네요.

싸움에서 이긴 녀석은 그리 좋아보이지 않았습니다. 큰 상처들때문에 녀석은 고통스러워 보였고, 목이 이상해졌는지 냐옹- 하던 소리가 가악-하는 가래끓는 소리로 바뀌었더군요.

흐음. 녀석은 사냥을 하는 데에도 지장이 있어보였습니다. 사실 사냥하는 장면을 보지는 못해서 실제로 지장이 있는지는 몰랐지만, 그때는 녀석은 상처때문에 사냥을 분명히 힘들어 할 것이라고 생각했죠.

저는 그 길로 근처 마트로 달려가 고양이 사료를 샀습니다. 그리고 집에 있는 접시에 고양이 사료를 담아서 마침 저의 집 앞을 순찰하던 녀석에게 줘보았습니다. 녀석은 왠지 다가오는 저를 그리 경계하지 않고 가만히 바라보다가 제가 접시를 내밀자 잠시 접시를 보고 다시 저를 빤히 바라보더군요. 흡사

"이건 뭐냐?"

하는 듯이요.

저는 녀석이 사료를 기쁘게 먹는 것을 상상하며 접시를 더 가까이 내밀었습니다. 그러자 녀석은 짜증이 났는지 제 손을 탁 하고 쳐버린 뒤 쿨하게 돌아서 가더군요.

이 놈이... 내가 내 돈을 들여서 힘들게 사료를 사서 힘겹게 접시에 담아서 친히 하사를 했거니만, 그걸 무시해!

저는 화났지만 뭐 어쩌겠습니까? 이미 사료는 뜯었고, 내용물이 접시 위에 담겨있는데... 저는 그냥 길가는 고양이나 먹어라 라는 심정으로 집 앞에 접시째로 그냥 놔두었죠. 별 생각없이요.

다음날 나가보니 접시는 비어있었습니다. 흠. 그 때도 별 생각은 없었어요. 아. 어쨋든 고양이 사료를 버리진 않겠구나. 하는 감상밖에 없었죠.

저는 생각이 날 때마다 하루 한번 접시에 사료를 담았고, 그때마다 접시는 비었습니다. 그러다가 한 3분의 1쯤 남았을까? 밖에 나갔다가 집에 돌아오던 도중... 전 발견했습니다. 접시에 담긴 고양이 사료를 맛있게 쳐묵쳐묵하던 '그' 녀석을요...

전 배신감을 느꼈습니다. 분명히 저번의 그 접시에 담았고, 게다가 내 냄새도 배었을텐데... 내가 주는건 그렇게 싫었냐!

녀석은 사료를 다 먹고 저를 한번 슥 돌아보더니... 이번에도 쿨하게 갔습니다. 흑...

후에 다시 한 번 직접 접시에 담아서 줘봤더니 그때도 무시하군요. 아무래도 얻어먹는 것은 자존심이 상했나봅니다.


Comment ' 9

  • 작성자
    Lv.57 크로이델
    작성일
    12.06.26 15:47
    No. 1

    연참 부탁드려요 ㅎㅎ..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2.06.26 15:47
    No. 2

    것 참;;; 소설 아니라니까요ㅠ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6 어둠의조이
    작성일
    12.06.26 15:57
    No. 3

    연참강화요 +1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 Brock
    작성일
    12.06.26 16:12
    No. 4

    다음 화에서 츤데레 미소년으로 둔갑하는거군요

    잘보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2.06.26 16:37
    No. 5

    것 참 완전 소설인가 ㅠㅠ 그냥 소설을 써봐?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마아카로니
    작성일
    12.06.26 17:21
    No. 6

    오전 오후 하루 두회 연참좀 궁금증 폭발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8 EHRGEIZ
    작성일
    12.06.26 17:31
    No. 7

    길냥이 스토리는 결국 배드앤딩밖에 나오지 않아요.
    해피앤딩 루트라고 해봐야 누군가의 집으로 들어가는 경우의 수 밖에 없습니다. 수명대로 살다 가는 길냥이가 도시에 얼마나 있을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길냥이를 만나면 반갑다고 다가가고 친해지려고 사료를 부어주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9 신푸혜동
    작성일
    12.06.26 18:05
    No. 8

    더더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덴파레
    작성일
    12.06.26 19:28
    No. 9

    고양이는 낯선 사람한테 경계가 심해요. 특히 날 때부터 길양인 경우는 더더욱. 그래서 사람이 있을 때 안 먹고 없을 때 먹죠. 전 집에 오는 고양이한테 흰밥만 줬다고 무시당했어요. 엄마가 백숙에서 남은 닭목뼈 주니까 후닥 물고 가더라는. 제가 흰밥 줄 때는 조금 먹는 듯하더니 안 먹고 기다려놓고 고기 주니까 얼른 가버리고. 그래서 마음의 스크레치 받은 적 있어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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