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초반의 여장남자.
어제까지 제게 그런 이는 그저 영화나 드라마속에서나 접할 수 있던 케릭터였습니다.
처음 거리가 좀 있었을 땐 상투머리라 해야 하나 대한민국의 많은 그 나이대 여자들이 흔히 하는 헤어스타일에 짙은 화장을 하고 여성백을 맸고 무엇보다 옆에 남친포스의 남자까지 동행하고 있었기에 전 응당 그를 여자로 생각했습니다.
그들 젊은 한쌍이 유달리 멀리부터 시선을 잡아끌은 건 아니고 한적한 새벽시간에 텅빈 거리 한켠에 가만히 서서 담배피고 있던 제 쪽으로 다가오는 유일한 행인이었기에 자연스레 시선이 머문 것 뿐입니다.
한데 대략 오보 거리까지 근접해오자 내가 뭔가 봐선 안될 걸 쳐다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입니다.
지나치게 길쭉한 하관을 가진 말상, 작고 째진 눈, 매부리에 가까운 콧날, 그리고 평탄한 상체와 170가량의 키에 비해 뭔가 짧은 비율의 하체를 소유한 진정한 이유를 확 깨닫게 해준 건 다름아닌 그 사람의 '목소리'였지요.
하필 그 커플이 제가 서 있던 건물의 계단 모퉁이에 딱 멈춰서 대화하는데..뒤태만 보면 그래도 버젓한 여자인 이가 남자의 목소리로 남친에게 읊조리는 자신의 남고의 추억(?)들 한소절 한소절들이 만 하루가 지났는데도 여전히 제 귓가에 머물러 있네요.
그 경험을 통해 깨달았습니다. 바람직한 이상적 사고를 아무리 자주 매체로 접해도 정작 닥치면 본성이 앞선다는 걸요.
Comment '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