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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추억의 음식들

작성자
Lv.99 만리독행
작성
20.03.07 22:50
조회
86

제가 어렸을 때 밥과 반찬은 거의 할머니께서 하셨습니다. 부모님은 수퍼마켓에서 숙식하면서 장사를 하셨거든요. 할머니는 음식솜씨가 좋으셨습니다. 둘째 누나의 말에 의하면 MSG를 듬뿍 써서 그 맛이 났다고 하네요. ^ ^ 아무튼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맛있게 먹어서 특히 기억에 남는 음식들이 몇 가지 있습니다. 야밤에 갑자기 이 얘기가 하고싶어졌습니다.


1. 찰밥

할머니께서는 명절이 되면 늘 찰밥을 해 주셨습니다. 팥을 삶고, 찹쌀에 팥물을 넣고, 설탕도 듬뿍 넣으셨죠. 그래서 찰밥이 아주 맛있고, 보기에도 보라색으로 좋았습니다. 제 할머니께서 만들어 주신 찰밥보다 더 맛있는 찰밥은 딱 한 번 먹어보았습니다. 할머니 살아 생전에 이 찰밥 만드는 방법을 배웠어야 하는 건데, 아무 생각 없이 지내다가 만드는 방법이 실전되고 말았네요.... 그것만 제대로 배웠어도 찰밥장사로 떼돈을 벌었을 텐데 말입니다....


2. 마파두부소스

이것은 제가 중학생 때의 음식입니다. 아마도 오뚜기에서 판매되었던 것 같은데, 당시에는 메이커를 눈여겨보지 않아서 확실하지 않습니다. 어머니는 장사만 많이 하셔서 음식솜씨가 부족한 편입니다. 그런데 2가지는 정말 맛있게 해 주셨습니다. 하나는 김치가 들어간 만두이고, 다른 하나는 이 마파두부소스입니다. 어머니가 만둣국을 만들어 주시면, 저는 평소보다 2배로 많이 먹곤 했습니다. 이 만둣국에 들어가는 김치는 할머니께서 담은 김치였으니, 절반은 할머니 솜씨라고 봐야 되겠죠. 어머니는 마파두부소스를 넣어서 두부를 넣은 찌개 비슷한 것을 만들어 주셨는데, 진짜 밥도둑이었죠. 그래서 이 마파두부소스가 판매되지 않은 이후로 늘 그리워했습니다.


3. 시골읍에서 자라다가 고등학교는 이웃의 도시로 유학을 갔죠. 2학년이 되자 생활관인지 뭔지 해서 시조 읊기도 배우고 그랬는데, 토요일이 되자 근처 음식점으로 모이라고 해서 가게 되었습니다. 거기에서 처음으로 ‘돈까스’를 먹어 보았습니다. ^ ^ 돈가스도 좋았지만, 저는 양배추를 잘라서 만든 샐러드와 마요네즈와 케첩의 조합에 푹 빠졌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마도 설탕을 좀 섞어서 유난히 맛이 좋았던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4. 전남 광양군은 지금은 동광양시로 바뀌었지요. 여기에 가면 광양불고기라고 유명한 음식이 있습니다. 가족이 전북 이리시에 있는 외갓집을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광양불고기를 먹게 되었는데요, 숯불화로에 소고기를 구워서 먹었는데, 그게 그렇게 맛이 좋았습니다. 태어나서 먹어본 모든 종류의 음식 중에서 넘버원으로 꼽고 있습니다. 아마도 이건 추억 보정이라고 봐야 하겠지만, 제 기억으로는 그렇게 맛이 좋더라고요. 유명하니까, 여러분도 동광양시를 가시게 되면 한 번 맛을 보러 가세요.


5. 전문대를 다닐 때 2학년 여름방학 때 공장으로 실습을 나갔습니다. 안양시에 있는 공장이었는데, 선배들이 토요일에 실습생들을 초대해서 부대찌개를 먹게 되었습니다. 물론 저는 부대찌개를 처음 먹어 보았죠. 그리고 그 맛에 푹 빠졌습니다. 그 음식점이 어디였는지 모릅니다. 상호를 기억해 두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그 때는 그런 생각도 못했어요.


6. 춘천닭갈비도 유명하지요. 춘천에서 먹은 것은 아니고, 서울시 강남구 대치동에 있던 닭갈비집이었습니다. 이것도 처음 먹어봐서 유난히 기억에 남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너무 맛이 좋아서 마지막 한 톨까지도 싹싹 비벼 먹었지요. 나중에 다른 닭갈비집에 가서 먹으니, 기억 속의 맛과 많이 달랐습니다. 아마도 고추장 등의 소스가 좀 달라서 그랬지 않나 싶네요. 어느 닭갈비집이었는지 나중에 다시 가 보려 했지만,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ㅠ ㅠ


7. 마지막으로 생각나는 것은 삼치구이입니다. 치킨배달을 할 때 사장님이 늘 저녁을 주문하셨는데, 저는 그 때 처음 삼치구이를 먹어 봤습니다. 20센티미터 정도의 삼치를 수직으로 반으로 갈라서, 양쪽을 다 제대로 튀겼습니다.(프라이팬에 기름 두르고 굽는 방식일 겁니다.) 어찌나 맛이 좋든지, 저는 그 뒤로도 기회만 생기면 삼치구이를 먹으려고 했을 정도입니다. 이 삼치구이를 하던 음식점 주인 부부는 자녀교육을 위해서 전주에서 올라오신 분이었다고 들었습니다. 벌써 20년 가까이 지났으니, 지금은 그 음식점이 없을 테죠... ㅠ ㅠ 그 뒤로 삼치구이를 여러 번 먹어봤지만, 옛날 먹던 그 맛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었네요.


이 글을 읽고 입에 침이 고이셨습니까? ^ ^ 저는 이제 과자 사러 마트로 나갈 겁니다.


Comment ' 4

  • 작성자
    Lv.90 슬로피
    작성일
    20.03.07 22:56
    No. 1

    김치넣고 푹 끓인 만두떡국이 먹고 싶네요...
    내일 아침에 만두사러 갑니당.

    찬성: 1 | 반대: 1

  • 작성자
    Lv.75 흔들릴때한잔
    작성일
    20.03.08 00:26
    No. 2

    돈까스는 만인의 사랑입니다

    찬성: 1 | 반대: 1

  • 작성자
    Lv.80 크라카차차
    작성일
    20.03.08 01:51
    No. 3

    20대초반엔 삼치구이 정말 많이 먹었는데...막걸리 땡기는날 가서 그거 하나 시켜놓고 막걸리한잔...캬~~ 요즘엔 얼만지 모르겠네...그때 삼치구이 한마리가 3000원인가 했던거 같은데 요즘엔 많이 비싸졌다고하던데...생선구이중 가장 싸고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남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99 만리독행
    작성일
    20.03.08 12:26
    No. 4

    같은 재료를 가지고 요리를 해도 음식점마다 맛이 다르죠... ㅠ ㅠ 가까운 곳에 맛있게 만드는 음식점이 있으면 복을 많이 받습니다...
    저는 어렸을 때 고등어와 갈치를 많이 먹었습니다. 비린내가 심하게 나는 생선들이지만, 맛은 아주 좋죠... 요즘은 갈치가 안 잡히고, 제주도에서나 잡힌다지만, 70년대말 80년대초에는 남해안에 흔했거든요.
    삼치가 고등어과에 속한다고 하네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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