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전.현 정권에서 상당한 이슈를 가져온 바 있는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 문제와 무관하며, 상당히 한정되어 있는 제 경험에 의존해서 쓴 글임을 미리 밝힙니다.
1. 중학교 졸업 이후 배운 거라곤 대표적인 3D업종이자 비정규직의 대표주자인 노가다판 지게꾼 일뿐인데, 처음 이 일에 발 들여놓았을 때와 달리 지금은-당연하게도-외국인 노동자들이 업계 종사자의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조선족, 필리피노, 깜보디아, 미얀마, 인도네시안......
2.개개인이 가진 성격을 하나의 국민성인 것마냥 뭉뚱그려 말하기에는 상당히 어폐가 있습니다만, 적어도 일할 때의 모습으로 보았을 때는 Overtime에 더럽게 깐깐하다는 점-오후에 땡볓 쬐기 전에 일 다 해놓고 쉬엄쉬엄 하자... 는 전형적인 한국식 조삼모사 술법이 안 통합니다. 무조건 수당 더 내놓으라고 함. 덕분에 인력 파견회사에서 공문 보내 달래야 하는 일이 허다하죠-점과 엄청 느릿느릿하다는 점만 빼면 같이 일하기엔 필리피노가 제일 낫더군요. 조선족을 포함한 다른 나라 친구들은 조금만 마음에 안 들면 눈 앞에서 자기나라 말로 대 놓고 씹습니다만, 필리피노들은 그 경향이 좀 덜한 편이고 영어가 잘 통해서 의사소통에 문제없는 게 제일 큰 장점이죠.(머리도 꽤 똘똘한 편. 일하다 보면 티가 납니다.) 조선족은 일할 때는 한국인 십장 옆에 붙어서 목소리 큰 2인자를 자처하고, 미얀마를 필두로 한 다른 나라 친구들은 필리피노들과 비슷하지만 약간씩 일 솜씨가 딸리는 편입니다.(물론 학교의 우열반처럼 같이 몰아놓으면 그 중에서도 우열이 갈리는 건 어디서나 비슷한 사항입죠)
정작 그들의 특질은 새참 먹을 때와 일 끝내고 음주가무를 즐길 때 드러나보이는데, 조선족들의 경우 아쉬울 때는 중국 내 한족들을 욕하면서 같은 민족임을 적극적으로 어필하지만 술이 좀 들어가거나 이런저런 지시를 받을 때면 중화민족 특유의 '우월한' 눈빛으로 한국인들을 내려다보시며 중국어로 대 놓고 쏘아붙이곤 하지요.
필리피노와 동남아시아 쪽 친구들은 전반적으로 '나름 고등교육을 받았지만 한국에서는 3D직종에 종사하는' 상황에 불만을 품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물론 환율크리 덕에 본국 기준으로 일가 친척 전부를 먹여살리거나 하인 딸린 번듯한 개인주택에서 살 수 있다는 급료는 논외. 엔간한 교사보다 많은 수준인 건 확실한듯;;;)
재미있는 건 미얀마 친구들인데, 이 친구들은 영국 식민지 시절부터 해외에서 노동자로 일한 집안 출신과 나름 배웠다는 대졸자, 뒷돈 내고 일자리 얻어 온 군벌 자제들로 양분됩니다. 타지생활이 힘든지 두 부류가 싸우거나 대립각 세우는 일은 잘 못 봤습니다만, 각종 사고는 아무래도 후자가 많이 치죠.(일하며 들은 최고의 명대사 : 나는 소령의 아들이고, 여기 오느라 엄마가 800달러나 냈다고! by 환갑이 넘은 데다 영어는 '산타마리아'와 '노' '디스' 밖에 모르는 한국인 십장 어르신에게 일 못한다고 깨지자 어설픈 영어로 대들던 스물아홉살 미얀마 청년. 참고로 그 친구의 가족이 낸 거금 800달러론 그 친구가 쫒겨나서 귀국할 때 탄 양곤행 비행기표 사기도 힘들었지요.) '마르코스 개쉐'로 끝나는 필리피노들보다 정치 이야기하기 좋은 상대들입니다. 우리가 전대갈 장군 상대로 거둔 민주화 이야기 할 때 먹물 좀 들어갔다는 미얀마들의 반응이란......
국적불문. 확실한 사실은 같이 모아놓으면 우두머리가 생긴다는 점. 통제하기 편하긴 한데 한국인들과 대립각 세우면 골때려집니다.(미얀마들이 자기들끼리 '보스' 정하고, 한국인 십장은 따로 '십장'이라 부르면서 노가다판 송이병 뭐하냐 찍은 일이 대박이었죠. 사실상 뒷감당이 안 되었던 상황.;;;)
3. 합법적이라 할 수 없는 불법체류자는 논외로 하더라도 이미 국내에서 3D직종에 종사하는 외국인들의 숫자는 무시할 수 없을 정도의 비중을 가지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여러 이유로 아직까지 외국인 진출이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사무직에서도 조만간 외국인들이 봇물터지듯 쏟아져들어올 것이란 비관적인 예측을 하고 있는 분들이 있기도 하고요.(여-야가 합심해서 추진하는, 눈에 안 띄는 법안들은 일단 의심하고 보는 편이 좋은 우리나라 좋은나라.)
지금도 관련된 문제가 많지만, 앞으로는 더 잦아지고 심해질 겁니다.
그냥 드는 생각이라면, 외국인 노동자들도 여러 의미로 인간이라는 것. 그들은 언론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마냥 불쌍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또 천하고 무지하지만도 않은. 우리와 똑같이 이기적이고 타산적인 인간이라는 사실일까나요. (뒤통수 얻어맞고 사람취급 못 받으며 일해도 성실히 송금만 하면 본국에선 떵떵거리지요. 한국에서 인간극장 출연하려고 오지 않은 이상 지금의 조선족들처럼 환율차로 인한 이점이 없어지면 바로 떠나갈 준비가 된 사람들입니다.) 아직까지 그 사실을 직시하기보다는 감성적이거나 감정적인 결론이 더 많이 보인다는 게 좀 그렇지만. 차차 나아지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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