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나라 시절...
아시다시피 거란에게 털리고 여진에게 털리고 최종적으로는 몽골에게 털리는
고난의 시대였죠.
이렇게 이민족들에게 군사적으로 털리다보니 한족들은 그 열등감이 엄청났습니다.
위대한 대중화 민족인 한족이 풀밭에서 양이나 키우는 오랑케들에게 털리고 사는 현실이 너무 분하고 비참했습니다...하다못해 저 반도 끝자락에 사는 고려라는 소국도 거란 그것도 거란의 황제가 친정한 원정군을 물러나게 하더니만 수십만의 2차 침공군도 3천여명만 살려서 돌려 보내는 무시무시한 군사력을 가지고 있는데....자신들은 맨날 털리고 땅 빼앗기고 조공 바치고 살아야 했거든요.
이 열등감을 씻어주고 위로해준 게 무술입니다.
수천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신묘한 무술의 달인들이 더러운 오랑케들을 무찌르는 환상 소설들이 송나라에서 인기를 끕니다. 그러더니만 그 가공의 무술 고수들이 실제로 등장하기까지 합니다. 송나라 군벌들과 사대부들은 재산을 기부해서 각종 무술 대회를 열었는데 이 대회에 전통(?)와 역사(?)를 자랑하는 각종 문파들의 고수들이 나와서 눈을 의심하게 만드는 기상천외한 묘기를 부리며 한족 백성들의 환호를 받습니다.
이런 현상은 크게 패배한 집단에게서 흔하게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후금에게 개털려서 임금이 머리를 땅바닥에 해딩 3번 해야 했던 인조 시절의 조선에서도 박씨 부인전이라는 괴이한 소설이 나와...일개 사대부 부인이 청나라 장수들을 도술로 혼쭐내고 청나라 군대를 쫓아내기도 하고 뭐 그럽니다..
태평양 전쟁에 패한 뒤에 프로 레슬링이 일본에서 크게 유행한 것도 이와 비슷한 맥락이죠. 역도산과 같은 쇼비즈니스에 예민한 연예인은 레슬링 경기에 백인 선수들을 세우고 자기가 각종 기술로 무찌르는 쇼를 펼침으로서 전후 서구(미국 더 엄밀히 말하자면 백인)에게 가진 열등감을 해소하게 했죠. 정신적 집단 자위행위랄까요?
그런데 중국은 그게 좀 심했습니다. 그냥 그러고 말았으면 좋았을텐데...
이걸 진짜로 믿기 시작한 겁니다.
진짜로 무술 고수의 군사적 가치를 믿어 버린 겁니다.
명나라 중기 즉 일본은 전국시대가 한창 일 때에 일본 다이묘들은 부족한 전쟁자금을 보충하기 위해 대대적으로 해적행위 즉 왜구 활동을 장려합니다.
조선의 경우는 없는 살림 속에서도 지속적으로 수군을 유지하고 있었기에 이 왜구들의 준동을 어느정도 억제하고 있었지만 명나라는 조금 사정이 달랐습니다. 정화 제독의 대원정 이후에 명나라는 철저한 해금정책을 펼치고 있었습니다. 도서 지역의 주민 거주도 금지했고 바다로 나가는 배조차도 전부 금했기 때문에 수군이 없다시피 했죠. 이 상태에서 명나라 해적 혹은 밀수업자들만 활동하고 있었죠. 이 명해적들이 왜구들과 결탁해서 대대적으로 명나라 해안 지방을 약탈했습니다.
심한 경우는 인천시 정도의 중요성을 가지는 성을 함락시켜서 3개월간 점령해서 도자기와 같은 사치품을 생산해서 본국으로 가지고 가는 사태까지 일어납니다...그야말로 해안지방은 무정부 상태가 되어 버렸죠.
이걸 진압하기 위해 명나라도 군대를 파견했지만...
결과는.....뭐....
일단 왜구들은 전국시대의 수많은 전장을 거친 전쟁 귀신들이었고 명나라 군대는 징집제가 아니라 모병제다보니 경제적으로 취약한 노약자들이 병사의 대부분을 차지했습니다. 이 둘이 붙으면 당연히 왜구들의 압승이죠.
명군 3천명과 왜구 열명이 붙어서 명군이 깨진 기록까지 있습니다.
답답한 조정에서는 그때서야 정신 차리고 유현과 유대유 등등 당시 그래도 명망있는 장군을 보내 이 왜구들을 퇴치하라 명령을 내립니다. 유현은 이런 병사들로는 왜구 토벌이 힘들다고 보고 새로 모병을 합니다.
그때 명나라 부장들이 적극 추천한 게 무술 고수들입니다.
화산파 무당파 소림파 등등....
이런 고수들로 군대를 조직하면 난쟁이 왜구들 따위야....
처참하게 발렸습니다.
무술고수들이요..
당시 부장으로 참전하고 있던 척계광은 이걸 다 지켜보고 있었죠.
군대는 철저한 팀웍으로 싸워야 하는데..
저 무술 고수들은 팀웍을 무시하고 그냥 적이 도발하면 튀어나가 개쑈를 하다가 뒤지거나 조금만 자기 팀이 위험하면 냅따 적전 도주를 해댑니다. 대부분의 무술 고수라는 작자들은 범죄자들이었기에 조직에 대한 충성심이 없었습니다.(조폭들이 왜 의리의리 강조를 할까요? 의리가 없으니까요...)
이후 척계광은 척가군 즉 자신의 군대를 만들 때 무술인들을 철저하게 배제시켰습니다.
그리고 주로 농촌 지역 출신의 순박한 소년과 청년들로 군대를 만들고 엄한 군율과 조직에 대한 애정 그리고 서로 간의 신뢰 또 그리고 아주 간단한 매우 기초적인 군사기술을 반복 교육해서 정예 군대로 만듭니다.
이 군대로 왜구들을 포위 섬멸해서 몰아내죠.
동양 무술 중에 실전에 가까운 무술들은 주로 일본 무술입니다.
(냉병기 기준)
내전을 지독하게 하다보니 그 모양이 된 거죠.
가장 실전에 쓸모없는 무술이 중국 무술입니다.
중국무술은 주로 보여주기 무술로 발전했습니다.
화려함으로 관중들을 현혹하는 건 으뜸이죠.
도장 안에서는 천하무적이죠.
가벼운 칼날을 휘청휘청 휘두르고 공중으로 껑충껑충 뛰어오르고 철근을 주먹으로 무수고...각종 차력쇼는 아무튼 천하 으뜸입니다.
이런 것으로 가오 잡으며 자기들끼리 사형 사제 사부 하면서 일부러 져주기도 하고 이기기도 하면서 발전한 무술이다보니 실전성이 전무합니다.
게다가 위에서 말한대로 군대는 팀웍입니다.
효율적으로 여러명이 한 몸이 되어서 적을 무찔러야 하는데
중국 무술인들은 화려한 무기를 마구 휘두르며 이리저리 날뛰니까 팀웍이 무너집니다.
게다가 이놈들은 체력도 조루라서 금방 지쳐요.....아이고...
척계광은 중국 무술인들의 폐악을 꿰뚫어보고 자기 군대에서 화산파니 무당파니 하면서 거드름 피우는 놈들을 발견할 때마다 목을 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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