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산한 바람이 불었다.
창문은 전부 닫혔는데?
쿵쾅! 쿵쾅! 쿵쾅!
가파르게 높아지는 내 심장의 고동 탓에 나는 감각이 온통 먹먹해져버렸다. 빈 복도를 걷는 발자국 소리도, 절로 꿀꺽 침을 삼키는 느낌마저도.
하지만 이상하다.
- ...주세요. -
이 와중에 또렷하게 들려오는 유일한 소리가 있었다.
- 도와주세요. -
또렷한 음성은 아니었다.
엠프의 에코를 최대한으로 올렸을 때 들을 법한, 귓가를 한참이나 맴돌다가 겨우 의미가 들어오는 그런 소리.
그런... 여자아이의 목소리.
- 제발, 도와주세요. -
나는 무섭다. 무서워 죽겠다. 너무 무서워서 당장이라도 뒤돌아 미친 듯이 도망치고 싶었다.
명색이 체육 선생인 나다. 학창시절 땐 단거리 주자로 곧잘 나가기도 했다. 내가 전력으로 질주한다면 아직도 이 학교 안에서 나를 따라 올 존재는 많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사람이든, 혹은 귀신이든.
- 제발, 거의 다 왔잖아요. -
빌어먹을.
나는 이 순간조차 도망치는 상상을 한다.
하지만 내 튼튼한 두 다리는 여전히 앞으로 걷는다. 무서워 미치겠는데 그 공포의 근원을 향해 결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 조금만... 더 힘을 내요. -
이럴 줄 알았으면 영어 선생과 당직을 바꿔주는 게 아니었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조금 더 일찍 눈을 붙이는 거였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이상한, 흐느끼는 소리에 3층으로 올라오는 게 아니었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드르륵-.
문을 열지 않는 거였는데.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 1편에서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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