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특별한 유전자

작성자
Lv.99 시역과의
작성
19.09.21 08:45
조회
227

추석 연휴에 너무 심심해서 외장하드를 뒤적이다가 '패밀리가 떳다'를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프로그램 중간에 게임을 하는 코너에서 참가자 중 2명이 가위바위보를 해서 자기 편을 고르는데, 보통 운동을 잘하는 김x(존칭 생략) 또는 잘 생긴 게스트가 먼저 선택을 받고, xx이나 윤xx 등은 그냥 떨거지로 취급받는 장면이 연출됩니다.

그걸 보면서 초등학교 시절의 기억이 떠올랐는데, 4학년 때인가 특별활동시간에 담임선생님이 먼저 공부 잘하고 인기 있는 4명을 선발하고선, 그 친구들에게 남아있는 다른 친구들을 교대로 택하게 하여 그룹을 만들도록 하는 그런 활동을 하게 하였습니다. 해보신 분이 있는지 모르겠는데, 어떤 교육적 목적과 의미를 가지고 하는지 간에... 별로 좋지 않은 추억이었습니다.

중간 정도에 택함을 받아 안도의 한숨을 쉬었지만, 그 기다림의 시간 동안 여린 마음에 얼마나 초조하고 불안했는지 모릅니다. 어떤 친구들이 먼저 선택되고 누가 끝까지 남았는지는 설명을 안해도 잘 알겠지만, 평소에 나보다 못하다고 여겼던 친구가 먼저 선택되었을 때 느끼는 이유모를 자괴감, 날 먼저 선택 안해준 친구에 대한 원망, 난 그 친구를 정말 친하다 여겼는데 그는 아니었구나 하는 어떤 배신감... 뒷끝 많은 나에게 그 후유증은 오랫동안 남아 있다가 지워졌는데, 한참 지난 지금 갑자기 다시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요즘도 일상생활 속에서나 조직 속에서 이런 감정을 많이 느끼며, 당하며 살아갑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왜 이리 편 가르는걸 좋아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나이에 따라, 학연, 지연, 어떤 관계와 조건에 따라 편을 가르거나 상하서열을 정하는걸 당연시 하고 그걸 안하면 진정한 관계가 성립이 안되는 것으로 여깁니다. 어떻게 해서든 동질감을 느끼고 싶어하는 심정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여기서만 그런 것이 아니라 밖에 나가서도 전혀 변하질 않는 것 같습니다.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나이를 물어보고, 어느 대학을 나왔고 몇 학번인지, 어느 지역 어느 아파트에 사는지, 자녀는 어느 학교에 다니고 어떤 학원에 다니는지...

예전에 기러기아빠였는데 싱가폴에서 2년 있다가 우리나라 보다 더 경쟁적으로 공부를 시키는게 싫어 (명문중학교를 가려면 초등학교 고학년부터는 정말 피터지게 공부해야 하는) 호주로 옮기게 되었습니다.

시드니에서 처음 맞이하게 되는 주일이 되어서 교회를 갔습니다. 예배가 끝나고 어정쩡하게 서있는데, 와이프 또래 정도로 보이는 여자분들이 와이프에게 다가와서는 "안녕하세요!" 하며 반갑게 인사를 건낸 다음 바로 나오는 말이 " ~ 몇 년 생이세요? ! 그럼 언니시네요... 호호호~ 따님은 어느 학교에? 집은 구하셨어요? 어디에? ~ 거기....."

우리에게만 있는 우리만의 특별한 유전자가 있는 것일까? 심리학과 문화인류학을 더 공부해봐야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었습니다.

 



Comment ' 5

  • 작성자
    Lv.94 dlfrrl
    작성일
    19.09.21 09:00
    No. 1

    ㅎㅎ 초등학교 때 그거 기분 안좋죠. 아직까지 그거 정체를 모르겠음..
    학업 압박 높은 건 유교문화권의 특성, 나이 물어보고 하는 건 집단주의 문화권 국가의 특징이 아닌가 싶습니다. 편가르기야 세계 어디나 다 있는 것 같긴 하지만요.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94 dlfrrl
    작성일
    19.09.21 09:07
    No. 2

    최근 들어오시는 90년대 이후에 출생하시는 분들을 보면 많이 다르더라구요. 깜짝깜짝 놀람. 연령으로 상하정하고 학/혈/지연으로 편가르기 하고 그런건 이제는 안하는 것 같습니다.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99 시역과의
    작성일
    19.09.21 09:11
    No. 3

    부모들이 편가르기 시키는걸 자주 봤는데.... 얘들도 따라하던데, 나이가 들면서 극복했나 보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7 검은돛배
    작성일
    19.09.21 10:35
    No. 4

    스승에 은혜? ㅗ ㅗ 쳐드세요
    다들 소싯적에 선생이라 불리는 개에게
    차별받은적 많으실걸요

    찬성: 3 | 반대: 0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9.09.21 15:06
    No. 5

    보통 저런걸 이유없이 하는걸 본적은 없는데 이상한 선생님이네요.
    하지만 팀별로 경쟁하거나 할 때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죠.
    늦게뽑힌 일부가 소외감이 들 순 있지만... 어차피 밸런스를 위해선 어떻게든 줄을 세워서 나눠야 하고, 게다가 학교에선 기본적으로 줄세워서 경쟁시키려고 하죠.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강호정담 게시판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 특별한 유전자 +5 Lv.99 시역과의 19.09.21 227
243724 보복운전 기소시킴 +7 Lv.55 짱구반바지 19.09.20 239
243723 멍청하게도 미친 듯 쓰네요. +2 Lv.34 고룡생 19.09.20 297
243722 글쓰기도 타고 나는 걸까요? +13 Lv.10 무한창작 19.09.20 288
243721 전독시가 영화화!? +11 Personacon 위드잇 19.09.20 306
243720 산경님 작품 +6 Lv.57 들판k 19.09.20 304
243719 최근 논쟁도 그렇고 자꾸 문피아가 나가라고 등떠미는 기분. +3 Lv.99 루노드 19.09.20 313
243718 책 제목좀 알려주세요 ㅠ +3 Lv.85 김달기 19.09.20 160
243717 신비한 뇌! +6 Personacon 적안왕 19.09.20 291
243716 장르 소설 여주? +9 Lv.52 사마택 19.09.20 327
243715 알브레히트 작가 뭔가요? +16 Lv.1 [탈퇴계정] 19.09.19 486
243714 재벌아들이 회귀해서 세상이 변하기전에 구슬을 사서 강... Lv.26 do******.. 19.09.19 217
243713 무료베스트왜이래요 +19 Lv.71 소설판독기 19.09.19 623
243712 한 2백정도 썼을 때였네요... +4 Lv.38 [탈퇴계정] 19.09.19 331
243711 회귀러 Lv.52 사마택 19.09.19 145
243710 흑역사! +2 Lv.52 사마택 19.09.18 167
243709 사상최강의 데릴사위 최근편들 코미디 그 자체네요ㅋㅋㅋ +3 Lv.89 싱드신드롬 19.09.18 385
243708 소설 하나 찾아주세요~ +2 Lv.73 트래픽가이 19.09.18 168
243707 중국 소설 읽어 본 소감 +5 Lv.60 카힌 19.09.18 302
243706 '교랑의경' 같은 소설 추천해주세요. Lv.69 고지라가 19.09.18 141
243705 왜이렇게 정치를 못할까요 +12 Lv.60 별손님맞이 19.09.18 406
243704 이 바닥이 뭐 ㅋㅋㅋ +6 Lv.38 [탈퇴계정] 19.09.18 373
243703 믿고보는 파피루스 이벤트 모죠? +1 Lv.64 올렘 19.09.18 402
243702 뭔가 이번엔 작품게시판 댓글 차단으로 불탔군요. +6 Lv.75 파귀극마 19.09.17 403
243701 노 재팬 +9 Lv.41 제멋 19.09.17 279
243700 회귀물중 로또 당첨...? +8 Lv.21 無想劍 19.09.17 384
243699 제가 소설이름이 기억안나서그럽니다 +1 Lv.32 최강약골 19.09.17 265
243698 30년된 건물 1층 구조를 바꿔도 될까요. +18 Lv.60 카힌 19.09.17 243
243697 만약 이중에 한 가지 능력만 고를 수 있다면? +9 Lv.1 [탈퇴계정] 19.09.17 195
243696 쌍욕이나 패드립 아니면 +8 Lv.38 [탈퇴계정] 19.09.17 268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genre @title
> @subject @ti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