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만 하던 글을, 아니 글은 뭐 종종 쓰지만 이 ‘소설’이라는 걸 남에게 보일 목적으로 쓴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봐도 되지 않나. 생각합니다.
목적이 있고, 각오를 다지고, 그래서 어떻게든 해 보겠다고 마음먹은 것도 처음이니까요.
생각보다 만만하지 않더라구요.
남의 글을 읽을때는 십만자고 이십만자고 시간 있을땐 내리 읽는 것도 문제가 되지 않으니, 쉽게 잘썼네 못썼네 뭘 어떻게 해야하네 말이 잘도 나왔었어요.
근데 이게 내 것이 되고보니, 객관적이기가 힘드네요.
아니, 객관적이려고 하면 너무 피곤해 집니다.
내가 짜둔 얼개와 그에 맞는 이야기가 머리속에 있기 때문에 시간 순서대로 풀어야 한다고 무의식 중에 생각해서인지, 글이 다이어트가 되질 않습니다.
하루의 시간이 네편씩 되면 누가 그 글을 볼까요 ㅠ_ㅠ...
그래서 또 억지로 줄이고 빼다보면 늘 마음에 들지 않아 깔보던 양판소만도 못해지는 것 같고.
또 이건 아니지 하고 쓰다보면 뭔 말같지않은 궤변으로 비춰질 것 같고.
내글구려병이 아니라 그냥 구린거라고. 과거에 남의 소설로 이러쿵 저러쿵 했던 것들에 해당되는게 빤히 보이는데도 수정할 정신력이 남아있지 않다는 건, 자괴감이 듭니다 ㅠ_ㅠ...
차라리 수다를 떨라면 떨 수 있겠는데.
하루 여섯시간쯤이라도.
아무튼 쉽지 않습니다.
그나마 좀 편하리라 생각되는 소재를 적당히 섞었는데도 애초에 성격이 글러먹어서인지 자꾸 편한길을 벗어나려고 합니다.
준비가 안된 탓이겠죠 ㅠ_ㅠ...
뭐. 그래도 의외로 안해본 것을 하면서 느끼는 것들도 많습니다.
힘들기만 한 건 아니더라구요.
생각보다 ‘무플’이란 건 좀 아프게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관심이 필요하다는 게 어떤 건지 조금은 알 것 같아요.
글을 읽고 ‘좋아요’나 ‘추천’을 누른 적이 한해동안 다 합해도 열번이 될까말까 할 겁니다.
이걸 해서 뭐해? 라는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막상 쓰는 입장이 되면, 조회수는 그 글을 읽은 것에 그치고, 굳이 잠깐의 수고를 들여 눌러 준 사람은 이 글이 재미있었나 보나 하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뭔가, 응원으로 받아들여지는 것 같네요.
그리고, 어찌됐건 하루 오천자 이상을 쓸 수는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남이 하던 것들이 생각보다 힘든 것들이었다는 걸 알게되고, 순간순간 필요한 자료를 조사하면서 잘못 알았던 정보들을 수정하곤 합니다.
선호작이 하루에 몇명씩 늘어가면 또 의외로 뿌듯하기도 하구요.
늘 미안하고 걱정스럽긴 합니다.
좀 더 정돈되고 유려한 글솜씨로 읽는 사람들에게 더 나은 만족감을 주고 싶은데, 마음같이 잘 되지 않는게 안타까울 뿐입니다.
결국 나만 아는 글이 되어버리면 어떡하나 하는 불안감이 있습니다.
방향성을 확실히 정하고 곁가지를 쳐 내야 하는데 쉽지 않네요.
아무튼 이 글쓰는 건 묘한 매력이 있습니다.
그것도 혼자 습작을 끄적이는 것과, 맨땅에서 기본 골조만 들고 매일 써서 날것 그대로를 보이는 것에도 차이가 있구요.
힘들지만, 재미있기도하고. 막막하지만 기대되기도 하는 모순된 감정이 생깁니다.
새해의 첫주가 지나갑니다.
연참대전이 끝날 때 쯤엔 조금은 더 나아지지 않을까. 기대를 품어 보기도 하구요.
그동안 비평란 등지에서 제 글이나 댓글로 마음 상하신 분이 계신다면 사과드립니다 ㅠ_ㅠ...
좋은 하루 되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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