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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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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장르문학

작성자
Lv.1 현월(泫月)
작성
06.02.01 01:32
조회
147

서두에 장르문학이라고 하지 않고, 장르소설이라 함은 과연 문학이라 불릴만할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러웠기 때문이다. 아니, 솔직한 이야기로 포괄적인 면에서 소설이라고 불릴만한 자격이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과연 일반소설을 옆에 두고 우리 장르소설이 상업소설이라는 거대한 타이틀을 가질 수 있을까? 대중성과 상업성을 고려하고서라도 말이다.

최소한 상업소설이 가져야할 기본을 논하고자 하는 말이다.

글을 쓰는 입장에서 감히 함부로 말하기가 뭐하지만, 아직 된밥을 우후죽순 출판하는 경우를 지금껏 많이 보았다. 독자에게 상상의 여백은 주어지지도 않고, 모든 상황을 설명으로 해결하고, 이 상황이 어찌어찌해서 어찌한 것이라고 '아주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글'들 말이다.

왜 마법은 이렇게 해서 나가고, 마법사는 기사와의 전투에서 1:1로는 불리하고, 무공을 쓸때 체내의 내공이 어떻게 순환하고, 드래곤은 몇서클 마법은 안통하고, 마법사의 마법의 원리가 어쩌고 저쩌고.

좀 더 깊숙이 들어가면, 주인공은 화가났고, 둘은 좋아하게 되었고, 단순한 감정흐름조차 묘사가 아닌 설명이 아니면 해결할 수 없는 것인가.

누누이 강조하지만,

'소설'은 '보여주기'지.

'완벽공략집'이 아니다.

대단히 '전지적작가시점'이라는 말을 착각하고 있다. 이 시점에서 작가는 글에 관한 신이지만, 그것은 전개상 필요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등장하는 신'이지,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 '만능신'은 아니라는 소리다.

혹자는 판타지소설이 문장이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하는 이들도 있지만, 이보다 장르소설은 보다 근본적인 점에서 문제가 있다. 즉, 알맹이(소설은 보여주기지, 드러내기가 아니다.) 연출에 커다란 문제가 있는 것이다.

누군가, 아주 기본적인 입장에서 내게 해리포터와 한국장르소설을 읽을 때, 큰 차이점을 묻는다면. 물론 여러가지가 있지만, 가장 먼저 제시하는 것은 해리포터는 한자도 놓치지 않고보지만, 한국장르소설은 '안 읽는 부분이 더 많다' 고 말한다. 즉, 쓸데 없는 사족같은 문장이 너무나도 많다는 뜻이다.

왜 소드마스터면 검기를 써야하고, 그랜드 소드마스터면 검강을 써야하며, 절정고수는 검기를 써야하며, 초절정고수는 검강을 써야하는 설명이 소설에 필요한 것일까.

그렇게 강함을 보여주고 싶으면, 우리는 '보여주기'만 하면 된다.

주인공이 검기를 쓰면 되고, 검강을 휘두르면 되지 굳이 이것을 친절하게 설명해줄 필요까지는 없는 것이다.

또한, 인물과 작가와의 거리가 너무 가깝다. 해외 판타지를 볼때, 검을 휘두를 때마다 체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내상을 입었는지 일일이 과연 설명해주던가?

힘들면 힘든 모습을 묘사하고, 지치면 지친 상태를 '보여주면' 된다. 내상을 입었으면 입가에 피가 흐른다던지, 겉으로 들어나는 모습을 '보여주면'된다.

이경영씨의 가즈나이트를 보게되면 그렇게 케릭터들이 신에 가까운 막강한 존재지만, 단지 그 화려하고, 무지막지한 싸움을 보여준다. 이것이 묘사와 설명의 차이인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장르소설은 설명하기가) 된 것일까? 이건 글쓴이 스스로 착각하는 경우다. 스스로 글이 완벽해지기 위해, 어떠한 따지기 좋아하는 독자가 어떤 질문을 하더라도 바로바로 납득시키기 모든 것에 대한 물셀틈없는 방어벽을 구축하려하는 것이야말로 완성도 높은 소설. 그리고 그걸로 인해 개연성이 지켜졌다고 어리석게도 믿는 것이다.

판타지(Fantasy)는 말 그대로 환상. 환상을 보여주면 되는 것이지, 이러함은 황당하기 짝이 없는 이론을 맞추기 위해서 신비주의를 깨고, 오히려 더 어설픈 글을 양산해내는 것이다.

대다수의 대여점주들이 판타지를 어떻게 취급하는지 아는가.

기가막힐 노릇이다. 그들 입장에선 이건 일회용 판매. 잘 쓸필요가 무엇있냐, 그냥 잘만 대여되고, 수준이란 게 무슨 의미가 있냐. 판타지는 그냥 애들이 학교에서 시간 떼우기 용도로 밖에 비춰지지 않는 게 현실이다.

최소한 우리 장르소설들이 평가를 받을 때, 받아내야할 '재미'라는 잣대조차도 받지 못하고 있다.

재미있지 않은 글은 덜 팔린다고? 대여점에서 덜 빌려간다고? 그게 아니다. 물론 재미있지 않은 글은 덜 팔릴 수도 있고, 덜 빌려갈 수도 있다. 하지만 '한국판타지독자에게 있어 재미'란 획일적으로 '맞춰진 재미'란 것이다. 즉, 글 자체의 '총체적이고 다양한 재미'라기보다는 10~20대 일반적인 대중남성에게 우선적으로 맞는 '소재'가 너무너무나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검을 쓰고 강한 주인공에 말빨 좋고 등등. 주인공의 외모가 평범한지 아닌지 그게 작품의 질을 논할 정도로 그렇게 중요한 사실일까. 김근우씨의 신작 '위령'이 그 웅장한 날개를 펼치지 못한 것이 내게는 너무 안타깝게 보인 것이다.

대한민국 장르문학은 지금 '독자'를 위해 쓰는 것이 아닌 '대여점'을 위해 쓰고 있다. 그것은 '상업소설'이 아닌 훨씬 더 급수가 낮다고 생각하는 '대여점소설'이다. 글의 완성도보다는 대여율 이탈을 피하기 위해 오타조차 제대로 점검 안하고 빠른 출간을 해야하는. 그런 우울한 소설들 말이다.

간혹 게시물을 보게되면 '영지물 원해요. 냉혹한 주인공. 먼치킨 원해요. 주인공은 검을 들고요.' 이런 매번 고정된 소재를 한국독자들은 끈임없이 요구한다. 그런 것을 볼때마다 안타까움이 절로 난다. 좀 더 특이한 것을 요구할 순 없을까. 반면 '완전히 색다른 글을 원해요'라고 요구하는 독자를 보면 기분이 좋다.

벌써 이 바닥에서 글을 쓴지 무려 5년이라는 세월이 흘렀고, 내가 장르소설을 읽기 시작한지는 무려 10년이 넘는 시간이 지나갔다.

내가 그 긴 시간동안 깨달은 게 있다면 우리나라사람은 참 변화를 싫어한다는 것이다.

모든 것에 편식이 심하다. 매번 익숙한 것만 찾는다.

드라마를 보더라도 매번 같은 패턴.

우습게도 무려 8년이 넘도록 한 가지 게임에 열광.

나는 솔직히 매우 놀랐다. 그런 매번 입에 물릴 정도로 비슷한 내용의 글들로도, 여전히 중국 배경에 구파일방에 무슨세가를 고집하고 있는 무협과 매번 중세물에 검들고 서에 번쩍 동에 번쩍 하는 것들이 아직까지 이 정도로 독자층이 두터울 줄은 전혀 계산밖이었던 것이다.

과연 매번 똑같은 이계로 가는데, 각종 직업군 중 안 쓰인 직업군이 가면 참신한 것인가? (이것은 드라마에서 신데렐라 풍이 아니면 참신하다고 여기는 것과 비슷하다.)

해외에 살며, 다른 나라 판타지를 다수 접해본 내게 있어선 도무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보시다시피 그것도 한계를 서서히 드러냈다. 장르 소설의 위세는 갈수록 그 위세가 줄어들고 있고, 장르문학 판매량만 보더라도 쉽게 알 수 있지 않은가.

독자된 입장에서 일부 소설들은 다르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중 대다수는 몇발자국만 떨어서 보면 결국 크게 다를 바 없는 같은 '틀을 깨지 못한' '틀 안에 있는' 소설들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변화를 싫어함을 보라!

1세대 판타지들이. 지금보다는 훨씬 월등하다고 평가되지만, 결국 돌이켜보면 중세물 내지는 돌킨 판타지의 유형을 본 딴 글들이 대다수가 아닌가.

일반적인 독자들이 극찬에 마지 않는 이영도씨의 첫작인 드래곤 라자조차도 새로운 창조는 아니었고, 돌킨의 설정을 본딴 것이었다. 이영도씨의 팬들에게는 미안하지만 감히 말하건데 나는 그것이 매우 잘 쓰여진 판타지라고는 자신있게 말할 수 있지만, '환상문학'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 그후, 그의 후속작들은 그런 틀을 하나씩 깨기 시작했고, 눈물을 마시는 새에서 그것은 절정을 이루었다. 그래 그것이 환상문학이다.

당시에는 특별한 글들이 그래도 꽤 있었고, 상당한 선전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점점 더 대여점을 통해보는 독자의 구미를 맞추기 위해 그 틀이 매우 한정되어져, 매번 똑같은 글을 양산해내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세대가 더해갈 수록 그 조금이라도 있던 넉넉함의 여백은 점점 좁아들어, 이제는 대박작이라는 것들은 그 틀에 맞춰져 재미있게 쓰여진 글로 국한되고 있다. 현재 일본 상업소설이 다루는 영역에 비하자면 비교할 수조차 없을만큼 비좁디 비좁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 장르 소설이 꿈을 잃고, 상상력이라는 날개가 꺾여버린 것으로 이어진다.

아무도 대한민국 장르소설의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 하지만 이대로만 간다면 이 바닥이 존재의 의미가 더 이상 없어질 것이라 확신할 수 있다. 혹자는 시장현실을 탓하지만, 아무 희생도 없이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

다 써놓고 보니, 글을 쓰는 사람 입장에서 얼마나 위험한 발언을 했는지, 얼마나 주제 넘치는 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후회는 없고 후련하기만 하다.

(같은 내용의 글을 토론마당에도 올렸습니다.)


Comment ' 7

  • 작성자
    Lv.65 극성무진
    작성일
    06.02.01 01:34
    No. 1

    가넷님에 긴 글이군요^^;....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하네요
    나름대로 거의 공감하는 면도 있고
    나름대로 저하고 다름 생각 도 있군요^^
    힘내시길 가넷님 화이팅^^/~!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크레이니안
    작성일
    06.02.01 01:37
    No. 2

    가넷상 연재나....[퍼퍽]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소울[疎鬱]
    작성일
    06.02.01 01:37
    No. 3

    흐음....읽으면서 뭐랄까...벽을 부수면서도 그 뒤에 새로운 벽을 쌓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 다 읽고 나니...좀 씁쓸해 집니다...;;;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15 네시
    작성일
    06.02.01 03:19
    No. 4

    생각해 볼 문제긴 하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1 테사
    작성일
    06.02.01 04:22
    No. 5

    많은 분들이 공감하고 고민하는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스스로 벽을 허물기가 만만치 않은 듯 합니다. 가장 큰 문제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식으로 되지 않을까 걱정이네요. 이미 시장이 이상하게 흘러간 담에 고치기가 쉽지 않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당근이지~
    작성일
    06.02.01 08:48
    No. 6

    그런면에서 흑사자 원츄 멋지죠 ^^/~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56 키블레이드
    작성일
    06.02.01 09:28
    No. 7

    솔직히 요즘 소설 읽을 때는 필요없는 부분이 너무 많죠.. 옛날에 용대운님 소설 읽을 때는 한자한자 다 봤는데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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