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아래 허재창님께서 2016년에 본 최고의 영화로 캐롤(Carol, 2015)을 꼽으셨는데요.
대체 무슨 영화길래, 싶어 찾아서 감상해 보았습니다.
정말 빼어난 작품임에 틀림 없고, 1년 동안 이 정도 울림을 준 영화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스크린이 아닌 30인치 모니터였음에도 말이죠.
195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세미 고전문학의 분위기에 그저 그런 스토리를 연기력과 연출력, 그리고 배경음악이 완벽하게 어우러져 1년 동안 본 영화 중 최고의 영화로 만들었네요.
이런 영화는 비극이 들어가지 않으면 우스꽝스럽기 쉬운데,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하면서도 그 어떤 비극미 보다 우아한 아름다움을 마음에 남겨주네요.
영화적인 모든 것이 완벽했는데, 딱 하나 테레즈의 모습에서 오드리 햅번의 모습이 언뜻 언뜻 보이는 게 몰입을 방해하는 유일한 요소였습니다. 워낙 주관적인 인상평이어서 다른 분들도 그렇게 느낄지는 모르겠네요. 아, 그리고 캐롤의 편지글과 이혼 협상에서의 주장이 너무 완벽해서 오히려 감상의 여백을 지나치게 제거해 버리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도 있고요.
이 영화를 찾아서 보실 분들이 있다면, 예고편이나 감상평은 절대 보지 마시길 바랍니다. 이 영화의 내용이나 감동을 글이나 짧은 영상으로 압축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런 예고편이나 감상평들이 감상 자체를 심각하게 왜곡시키거나 방해할 여지가 많습니다. 저는 다행히 이 게시글을 쓰기 위해 배우와 감독 등을 살펴보려고 찾아본 것인데, 사전에 아무 정보 없이 본 것이 정말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그런데요, 특별히 작가님들이 이 영화를 보실 때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이 영화 캐롤을 보고난 후의 마음속에 꽉 채워진 풍요로움이 어느 정도 비워질 때 들었던 생각은, '내가 대체 그 동안 무슨 짓을 벌여왔던 거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재미와 조회수에 대한 갈망을 스스로 감당하지 못해 연재와 작품 회수를 해 본 저로서는 정곡을 찔린 아픔 비슷한 감정도 느꼈습니다. 조회수를 만들려 하지 말고 작품을 쓰라는, 아프고 부끄러운 치부가 그냥 가감없이 드러나더란 말입니다. 다른 작가님들도 비슷한 감정을 느끼게 될지 알 수야 없지만 하여간 예민하신 분들은 미리 감안해둘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좋은 영화 추천해주신 허재창님께 특별한 감사와 새해의 축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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